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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안의 나

#브런치#일기#글#sns

by 공영

혹자는 말한다.


"SNS는 자기 삶의 단편만 보여주지. 진실되지 않아.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줘. 타인이 자신의 삶을 보고 부러워하게끔."


그래서 나도 한때는 내 삶의 멋진 모습만 올리려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내 성격상 난 그리 부지런하지도 않고, 내 삶이 그리 멋지지 않았기에 그런 소통과 뻐댐의 온라인 소통은 접었다.


내 첫 SNS는 버디버디 홈피였는데, 사실 그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초등학생시절 버디버디가 유행이었고, 난 그저 유행에 편승했을 뿐이었다. 그 다음은 네이트온과 싸이월드였다. 그때가 내 SNS생활의 최절정이라 볼 수 있는데, 그때가 아마도 중학생 시절로 기억된다. 음악을 한다고 뻐대던 그 시절이다. 다음에 유명한 락관련 카페에 가입을 해 친목을 도모했고, 실제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코스프레 계획도 있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악*'과 '한*계*'이라는 카페였다. 그리고 싸이월드 클럽이 하나 있었는데, '락*락*'라고 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때가 정말 최절정이었지. 말도 안 되는 나르시즘적인 글과 사진들로 싸이월드를 꾸몄고, 투데이에 연연했으며, 무제한 문자(당시 사용했던 kt청소년 요금제)로 친목을 도모했다. 그러나 그 역시 내게는 잘 맞지 않았고, 그때 알게 되어 나름 꽤 오래 연락을 한 사람마저 몇 년 전에 연락이 끊겼다.


허세로 가득했던 시절을 지나 내가 한 것은 블로그였는데, 흔한 블로거들처럼 소통을 기반으로 한 블로깅이 아니라 그냥 내가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용도로만 사용을 했다. 그러다 누군가 내게 댓글을 달면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는 정도로. 그러다 다른 블로그로 넘어갔는데 더 매니악적인 성향이 강한 텀블러였다. 텀블러는 정말 소통을 무시한 나의 개인 홈페이지 같은 용도로 사용이 됐다. 물론 중간중간 네*버 블로그도 했지만 희안하게 그쪽 블로그는 맞지 않았다.


요즘 많이들 하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도 했었는데, 페이스북의 경우엔 대학생시절 이후 탈퇴를 했고, 지금은 그냥 눈팅용 계정을 만들어 가입하기에 용이한 용도로 쓸 뿐이고, 인스타그램 역시 눈팅용으로 쓸 뿐이다. 물론 인스타그램은 다계정 로그인이 용이해 계정을 몇 개 만들어 그림만 올리기도 한다.


요즘 내가 애용하는 건, 지금 내가 글을 올리고 있은 브런치다. 내가 여기 처음 가입을 했을 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 지 쉽게 작가신청이 통과되어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예와 비슷한 지 아닌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기를 잘 맞춘덕인지 난 좋지 않은 필력임에도 일방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론이 길었다. 난 내 성격상 오프라인의 삶에서는 날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날 드러냄은 곧 내 부모에 대한 불효로 이어질 수 있고, 내 아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친구가 많아 누군가한테 터놓고 이야기를 하거나 그럴 상황도 되지 못한다. 내 카카오톡 명단 수는 겨우 오십이 채 되지 않고, 그 중엔 일과 관련된 사람, 플러스 친구같은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내가 이야기를 할 명단은 손가락 다섯개도 많게 느껴지는데, 예와 달리 난 누구에게도 날 털 수 없게 되어 실상 아무도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난 여기에 글을 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그러니까 이런 트인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건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기는 하나, 사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내가 글을 올리는 것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적음으로써 스스로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쓴 글들은 간혹 내용이 겹치기도 한다. 내가 뭘 썼는지 기억을 못 하기도 하고, 사실 뻔하고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성향에도 꾸준히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 글들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한둘있다. 그 분들이 왜 내 글을 읽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글을 빌어 감사를 표한다. 어찌됐든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림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허접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가 두서 없는 글들을 읽어 주어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은 최선의 소통이다.


맞다. 내가 처음에 하고 싶었던 말은, 내 경우엔 오프라인에서의 모습보다 여기에 올리는 내 모습이 좀 더 진짜에 가깝다는 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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