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에세이 #일기 #일상 #글

by 공영

갱년기... 인가? 라는 생각이 전두엽 어딘가를 점령해버렸다. 의욕도 성욕도 없는 요즈음, 간간히 있는 식욕만이 삶에 기름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날들의 연속이라, 때때로 당신들의 꿈은 무어냐 물음을 던졌던 십대가 떠오른다. 꿈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시절, 지금 내가 그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어 생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만 무탈하게 미련없이 보내자. 이게 내가 요즘 뜨기 싫은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할 때 먹는 다짐이다. 그렇다고 요즘의 나날이 내 목을 조르는 건 결코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몸무게를 재고, 아침 식사로 마시는 선식을 마시고, 행거에 줄지어져 있는 옷 한 벌을 꺼내 입고 현관에 널부러져 있는 신발들 중 한 켤레를 신고 집을 나선다. 영어 공부의 명목으로 영어 팟캐스트를 들으며 마을 버스를 지나 지하철에 올라 한 시간정도의 낑김을 거쳐 일터에 도착한다. 아침 청소를 하고 일을 하고 문을 닫고 퇴근을 한다. 다시 한 시간 정도의 여정을 오래된 아이팟과 함께 하다보면 하루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되어 집에 도착을 해 다시 샤워를 하고 휴대폰을 만지다 잠에 든다. 결코 짧지 않은 스물네시간이 고작 몇 문장들로 귀결되는 삶이 불행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다. 그저 딱 몇 문장 뿐인 삶을 보낼 뿐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 생각없이 살고 있다.

로망같은 꿈 꾸는 삶의 모습은 있지만, 그 삶이 정말 내게 다가올 삶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하루는 보내며 지금 삶에 별 미련이 없어서인지 열정은 식은지 오래다. 식어도 먹을만 하는 밥을 먹는 것 같다. 특별한 메뉴도 아니고 그냥 밑반찬과 밥.

이런 내 마음 혹은 내 삶이 불만족스러운 건 또한 아니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 역시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있는 글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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