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일기

#일기 #일상 #에세이 #글 #수필

by 공영

내가 머무는 삶을 사는 동안, 아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러나 잔잔하게 자라나는 삶을 걷고 있다.


서른의 달, 아이가 세상 밖으로 첫 울음을 뱉고, 어느 덧 이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길지만 길지 않은, 짧지만 짧지 않은 그런. 내게는 짧을지도 네게는 길지도. 그런 서른의 달을 내 아이가 걸어가고 있다.

배 밀이도 못해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이젠 멈춤을 모르는 스포츠 스타처럼 뛰어다닌다. 울음으로만 소리를 뱉던 아이는 이젠 언어를 구사한다. 제법 사람이 되었고, 어쩌면 이미 사람일 것이다.

홀로 잘 걷는 이 아이는 늘 나란히 걷기를 좋아하며, 누군가 앞으로 먼저 가면 어린 발음으로 "가치, 가치"라 말하며 고사리같은 듬직한 손을 내민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겁보는 "엄마 무서워, 지켜줘"라고 하면 그 손을 내민다. 어른이일까. 내 작은 이 아이는. 나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내 너른 바다.


해로는 벌써 사년이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그래도 난 여전히 어림이 가득한 서른 달의 엄마일 뿐이다. 그저 같이 살아갈뿐, 아이의 이정표가 될 자신은 없다. 그래도 바다같은 이 아이와 함께라면 무서운 건 없다. 이건 엄마의 힘인듯 싶다.


회의가 길어져 늦은 퇴근 길, 아이가 얼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