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는 ‘바코드’, 디자인 트렌드
디자인 매거진 CA에서는 지면 광고부터 브랜드 소개, 인터뷰 코너까지 세심한 디자인의 흔적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번 3,4월 호에서는 2018년도 작년 한 해의 흐름부터 현재와 미래 디자인, 예술계의 흐름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디자인 트렌드를 다루며 동시에 사회문제, 인문학 등 그 밖의 넓은 범위까지 폭넓게 연결 지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흐름들을 소개하는 코너 중에서도 먼저 디자이너 ‘셀린느 박’의 인터뷰 코너가 인상 깊었다. 크리티컬 디자이너인 그녀는 이름마저 생소한 ‘비판적 디자인’을 주 전공으로 하는 디자이너다. ‘비판적 디자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분야로 느껴졌다. 이 코너를 찬찬히 읽으면서 예술의 이상적 코워킹(co-working)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토피아’적 미학을 가지고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셀린느 박’의 작업물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유토피아로의 발전 대안을 제시한다고 느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냉철하고 유연한 디자인 사고가 필요한 ‘비판적 디자인’, 그 매력을 알고 싶다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냉철하고 유연한 디자인 사고를 담은 ‘셀린느 박’의 인터뷰를 보아야 한다. 그녀는 인터뷰의 결론마저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로 마무리한다.
2018 작년 한 해의 디자인 흐름, 트렌드를 소개하는 코너 또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전반적으로 디자인 흐름에 대한 글을 읽고 알아가면서 든 생각이 있다. 디자인의 흐름, 트렌드는 마치 ‘바코드’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바코드를 읽어야지만 우리 사회의 일상생활과 나아가 현시점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철학, 인문학, 사회문제 등까지도 알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출시된 아이폰 X의 디자인에는 현재진행형 트렌드인 ‘간결함’이 묻어나있다. 한 트렌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각기 다른 것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최근 브랜드들의 로고가 간결한 타이포그래피 형 로고로 바뀌어나가는 것이 트렌드인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점도 가지각색이다. 트렌드가 계속되면 지루해지는 것처럼 정체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실용적이고 자연스러운 디자인 흐름으로의 균형 잡힌 현상이라는 관점이 그 대척점에 존재한다. 나는 그저 미학적으로 바라보고 좋아했던 ‘타이포그래피’중심의 예술작품 혹은 디자인 제품들의 이면에는 많은 디자인 전문가들의 관점과 분석들이 뒤엉켜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었다. 간결한 타이포그래피가 유행한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문가, 이러한 트렌드가 가져다줄 미래 디자인 트렌드, 현재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어떤 제품들이 유행하고 있는지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무려 한 트렌드를 소개하는 이 지면에서만 해도 이만큼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흐름 속 한국의 디자인, 디자이너들의 흐름을 담아낸 ‘간결 당당’코너까지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읽었다. 각 디자이너들의 신념과 디자인 트렌드 간의 유연한 관련성이 엿보이며 그 관계성을 고려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와중에 나의 개인적인 관점은 어떠한지 소소하게 생각해 볼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잡지를 통해 꼭 ‘복잡하고 다기능’적인 양상이 변화의 상위층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해, 디자인 흐름으로 본 인류의 모든 흐름은 앞으로 진보한다 하여 꼭 더 복잡하고 다기능적, 혹은 고차원적의 양상을 띠는 곳으로 향하는 건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생략되고, 평면적이며 단순한 것들로의 ‘회귀’가 어찌 보면 모순적이지만, 그리하여 진보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과거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조사를 기반해야만 현재를 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어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폭넓은 사고를 하고 다채로운 미래를 꿈꾼다면 디자인의 흐름을 아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기에 미시적으로는 우리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사고, 거시적으로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 사회, 경제 등의 흐름을 모두 알고 싶다면 디자인 트렌드와 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말하는 디자인 매거진, CA를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CA를 통해서 우리의 생활을 알기 위해 존재하는 마치 바코드같은 디자인의 흐름을 읽어내었으면 한다.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
원문 출처(http://artinsight.co.kr/news/view.php?no=4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