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채우려 애쓰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앙상해진 나무들을 올려다봅니다. 무성했던 잎들을 미련 없이 떨궈내고도 저토록 의연할 수 있는 건, 그 빈자리만큼 햇살을 더 깊이 품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바닥에 수북이 쌓인 황금빛 낙엽들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해 나무가 건네는 가장 부드러운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걷는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괜찮아,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라고 다독여주는 것만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삶에도 때로는 잎을 떨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새로운 빛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당신의 비워진 마음 틈새로도 따스한 위로가 스며들기를, 이 가을의 끝자락이 쓸쓸함이 아닌 충만함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