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카톡 '안읽씹'에 관한 반성문
저 질문을 받아본 사람들은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반대로 질문을 자주 했던 사람들은 아마 탄식과 함께 미간이 약간 찌푸려질 수도 있다.
나도 카톡을 최대한으로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카톡을 보낸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답장 미루기는 당연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내가 고쳤으면 하는 습관 중에서도 가장 간절하게 고치고 싶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카톡 칼답'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도대체 카톡 답장을 미루고 미루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상황에 따른 이유가 제각각 있겠지만 나의 경우 해명 아닌 해명을 해보자면 그렇다. 누구나 알다시피 카톡은 친밀함을 쌓을 수 있는 공식적인 소통 수단이다. 물론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는 캐주얼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경우엔 쉽지 않았다.
'에너지가 소모될 정도야? 그냥 타자를 누르는 일인데-'
'카톡은 조금 쉽지 않나?'
'그래도 변명처럼 들리는데?'
라고 말한다면 뭐 인정. 누구나 생각은 다르니까. 나도 한 때는 그저 적당한 안부와 적당히 유쾌한 말들이 오가는 그런 소통만 해도 만족하며 살았다. 정신없는 회사 생활에 삶이 분주했고, 나의 내면마저 들여다볼 여유 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는 고마운 안부 연락도 어느샌가부터 당연시 느꼈었다. 요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적 소통 수단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시간은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격려와 위로를 통하여 힘을 얻는다. 하지만 카톡 메시지의 경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나는 아직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상대방의 얼굴도 목소리도 느낄 수 없는 상태이다. 비록 가벼운 안부 연락일지라도 내 대답은 진심이고 싶다.
'어쩌지? 일단 내가 하고 있던 일을 끝내고 답장해야겠다...' 결국 늦게 카톡 답장을 하거나, 미루고 미루다 카톡 안읽씹 사태가 발생한다. 왜 답장이 늦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답을 해준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괜히 혼자서 뜨끔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반성문까지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당시나 지금이나 나에게 먼저 연락해주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미안하다. 혹시나 나의 카톡 성향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면 이 글을 통해서나마 오해를 풀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다만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당신과 따뜻한 소통을 하길 원합니다 라고.
대면, 비대면을 떠나 서로가 진실한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소통에 있어 중요한 가치관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카톡은 나에게 어려운 숙제이다. 하지만 그 숙제를 풀고 나면 나에게 엄청난 힘과 사랑으로 다시 돌아온다. 요즘처럼 얼굴 보기 어려운 상황에는 특히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