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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Jul 07. 2024

넌 왜 항상 웃고 있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 꼭 "이것" 하세요

"지은님은 볼 때마다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아요." 또는 "되게 행복해 보여!"


요즘 주변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어? 내가 그런가? 아닌데..." 나 스스로는 전혀 인지를 못했었던 부분이라서. 대체 나의 웃음은 어디서 촉발된 걸까, 그리고 그것을 파악함으로써 내가 얻은 중요한 것에 대한 글이다.




넌 왜 항상 웃고 있어? 


나는 표현에 솔직한 편이라서, 힘들면 힘들다고, 기쁠 땐 기쁘다고, 괜찮을 땐 괜찮다고 티가 난다. 내가 웃고 있다면 나는 행복한 것이 맞다. 한때 나는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더 자주 들었었다. 실제로 나는 미친 듯이 힘들었고, 우울했고, STOP 버튼이 있다면 모든 걸 멈추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요즘 들어 더 자주 듣고 나서는, 나의 표정과 감정에 대해 인지해보기 시작했다. 분명 힘든 날도 있지만, 대체로 괜찮았다. 왜일까?



(1) 야근이 없는 삶

언제부터인가 야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지만, 먹고 살 저녁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고나서부터는. 포괄임금제 제도에서 야근을 많이 할수록 시간당 개인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나서부터는.



(2) 주 2~3회 운동을 하는 삶 

저녁 시간을 확보하고 운동하는 횟수도 늘렸다. 주 0회에서 주 2회, 가끔씩 주 3회까지. 퇴근하고 나면 온몸이 돌덩이 같아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그럴수록 헬스장에 간다. 가기까지는 이렇게나 힘이 들지만, 막상 운동하고 나면 에너지를 얻는다. 상쾌해진다. 오늘도 해냈다는 자존감 상승. 



(3) 안정적인 연애

불안정한 연애를 할 때면 내 일상 대부분이 어두웠다. 감정소모하는 시간들로 대부분의 하루가 지배되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이별을 겪고 나서 감정소모하는 연애를 증오한다. 1년 반이 되도록 한 번도 헷갈리게 하지 않고, 생각을 길게 하게 하지 않는 지금의 연애를 하면서 나는 감정소모가 없다. 확신과 안정의 사랑 속에서 대체로 화목하다. 



(4) 내 것(잘하는 것)을 하는 시간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내 것을 할 시간이 없다면 불행했다. 잘하는 걸 하지 않으면 불행했다. 차라리 좋아하지 않는 일이더라도 내 것을 할 시간을 확보해 준다면 좋았다. 대체로 지루하더라도 내 것을 하는 시간만 준다면 감사했다. 내 것을 다 멈춰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암울했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들 속에서 나는 행복하다. 자존감을 지킨다.   



(5) 잘 맞는 동료들 

이제야 알았지만, 나한텐 같이 일하는 사람들 성향이 많이 중요하더라.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나랑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면 불행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이더라도, 나랑 결이 맞는 사람과 일하면 견딜만했다. 몰랐는데 그게 직장생활을 유지하는데 꽤나 큰 힘이 되는 요소였다.





이게 바로 "나의 행복" 최소 조건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 위에 4가지가 바로 나의 행복의 최소 조건이구나. 분명 완벽하게 행복한 것은 아니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인지되는 수준도 아니지만, 나에게 존재하는 몇몇 힘듦을 남에게 표출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 그만큼 내가 나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 남들이 보기에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수준.


최소 조건을 충족했다면, 이제 이것을 기반으로 행복의 빈도와 크기를 키워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나 스스로 행복하다고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진짜 행복에 도달하겠지. 그것이 지금 내 목표이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남들은 내가 편안해 보인다고 한다. 내가 편안해 보이는 건 자기 방어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책 "마음지구력" 중에서






그러니까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면,


꼭 "기록" 하세요


왜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런 말을 할까? 지금 나의 환경이 어떤지, 어떤 욕구가 충족되고 있는지 찬찬히 관찰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누려야 할 행복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나에게 갖추어줘야 하는 최소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평일과 얼마 없는 주말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삶이 한탄스럽다.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 많이 편안해 보여, 행복해 보여"라는 주변의 말들은 어떤 신호이다. 지금의 환경이 당신과 꽤나 잘 맞고, 당신의 욕구를 꽤나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신호.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신호. 그래서 나도 기록해 두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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