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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May 15. 2022

나는 낙관적 비관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한 번은, '너무 실망했겠다..'라고 넌지시 건넨 나의 위로에 친구가 한 말이 인상 깊게 남은 적이 있다. "아니 별로 그렇지도 않아. 난 원래 사람한테 기대를 안 해서 실망도 덜 하는 것 같아." 충분히 속상할 만한 일에도, 의연하고 차분하게 이처럼 대답하는 친구의 모습이 의젓해 보였다. 실컷 기대하고 한껏 실망하는 반복을 일삼으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자주 경험하고 있던 당시의 나로서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을 실천하지 못하던 때였다.


하지만 감정의 롤러코스터도 많이 타면 질리는 법. 삶의 여럿 경험들을 통해 지금의 나는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에 스스로 질려버린 것이다. 동시에 '기대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일'이 나를 위한 건강한 마인드임을 뉘우쳐버린 것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오는 행복이 더러 있다.




그래서 나는 비관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인생의 디폴트는 fail 이며, 가끔 pass를 겪을 때 슬쩍 가볍게 행복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자연스레 '함부로 기대하지 않는 태도'도 동반된다. 슬픔과 실망을 깊이 겪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행복 또한 깊이 겪을 줄 아는 장점을 가졌지만 한번 슬픔을 겪을 때 데미지가 너무 커서 차라리, 슬픔도 행복도 얕게 겪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원래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해서, 스스로에게 그 어떤 긍정성을 강요하지는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이 다짐은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위한 것이다. 불행을 자처하는 비관주의가 아닌, 예기치 못한 행복을 위한 비관주의. 그러니까 칭하자면 '낙관적 비관주의'가 되겠다. 나의 지속적이고 긴 행복을 위해서 갖는 자발적 비관 말이다. 나에게 찾아 올 가볍고 얕은 예상치 못한 기쁨과 행복들을 위해, 나는 '낙관적 비관주의'라는 멍석을 깔아 두기로 했다.


행복을 위해 혼자 또 되뇌여본다.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긍정적이지 않아도 된다,
기대하지 말자, 그로써 실망하지도 말 것,
그렇게 나를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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