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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jaC 카작 Sep 17. 2024

 "또 봐요"

"헐 오셨네요"를 넘어서다  

"헐 오셨네요?"(읽기) 후속 편.


최근 다녀온 단체 피정서 만났던 이들과의 세 번째 만남을 지난 9월 15일 가졌습니다.


'60여 명 단체 피정'(8월 첫째 주)→'피정 참가자 단체 뒤풀이'(9월 첫째 주)→'피정 때 구성된 우리 모둠끼리만 뒤풀이'(그저께) 순으로 만나왔네요.


우리 모둠끼리만 진행이번 세 번째 모임은 저로선 평소 잘 안 가던 분위기의 식당에서 이뤄졌습니다. 피자와 리조또 등을 먹었습니다. 이런 류의 음식을 싫어하진 않지만, 남자끼린 갈 일이 잘 없죠. 자매님들 덕분에 특별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겁니다.


불참자가 1명 있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좋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날 명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암튼, 이렇게 "또 봐요" 소리를 들었으니 저는 그만큼 발전한 겁니다. 바로 전 모임에선 "헐 오셨네요?" 반응이 주를 이뤘으니까요. 비약적 성장입니다. 


당연히 모임은 재밌었습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사진 찍은 게 전부지만 원래 소소한 게 은은한 흥미와 미소를 건네주는 법이죠.


특히 사진은 옛 스티커사진관을 연상케 하는, 무려 'MZ사진관' 같은 곳에서 찍었습니다. 이 역시 제겐 이색적이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뭣보다, 모둠 봉사자인 '아 자매님'께서 모둠원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묵주 등 성물을 담을 수 있는 복주머니와 커피,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쪽지였습니다.


모두에게 준 손쪽지지만 메시지는 개별적이라 내용 공개는 힘듭니다. 힌트라면, 본인에게도 제가 '아픈 손가락' '돌아온 탕자'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용서했다고 합니다.


이날 모임엔 저, 아 자매님, 루 형제님, 카 자매님, 에 자매님 총 5분이 참여했습니다.

  

아 자매님으로부터 받은 선물. 사진 출처 = 카 자매님

저와 동갑으로 피정 때부터 꼭 붙어 지냈던 루 형제님은 이번만큼은 돋보인 활약상줬습니다. 바로 전 2차 모임에선 출장 피로감 탓에 '알콜 장벽'을 못 넘어 중도 하차했던 터였습니다.


루 형제님은 과묵, 진지하며 언뜻 묵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을 다정하게 잘하고 웃음이 많고 진솔하며 반듯합니다. 호기심도 큰 모습이 마치 기자 같은 사람입니다.   


'2차 모임' 당시 히어로를 자처해 준 카 자매님은 공교롭게도 '숙취 이슈'를 안고 왔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대를 가듯, 히어로는 숙취가 있어도 히어로입니다.


카 자매님은 겉으명랑함이 두드러지지만, 사실 몹시 똑똑하고 섬세한 사람입니다. 이타적이고 속이 워낙 깊어 사람과 분위기를 마주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입니다.


에 자매님은 2차 모임 땐 부득이 결석했었는데, 이번엔 웃으며 기쁜 표정으로 참석해 줬습니다. 게다가 모임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우리는 마치 어린이가 된 듯 본능적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에 자매님은 대강 보면 막연한 친근감을 주지만 잘 보면 리더 그 자체입니다. 말이 유려하고 똑부러진 면모가 선명합니다. 이는 일단 제 인상이지만, 꼭 '외유내강' '강강약약' 멋진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봉사자인 아 자매님은 이날 '체력 이슈'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장'으로서 끝까지 자리를 책임져줬습니다. 모임 자체가 아 자매님 주도로 열렸으니 더는 설명이 필요 없겠죠.


저를 '아픈 손가락' '돌아온 탕자'고백한 아 자매님은 고기를 잘 굽지 못하고, 메뉴판 선택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지만 알고 보면 매우 어른스럽습니다. 엄밀히, 피정 다녀온 지가 꽤 됐는데 '봉사자'(리더)로서 이끌어야 할 모든 요소들을 든든 견인하고 있습니다. 모둠원들로 하여금 왠지 무언가를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이번 3차 모임은 앞서 말했듯 사진 촬영으로 장막을 내렸습니다. 집에서 이 사진을 우연히 본 어머니께서 한 마디 남기더군요.


"아이고, 다들 나이 들어갖고 엔간히 어려지고 싶었나 보네. 이런 걸 다 찍고 ㅎㅎ"


아무렴 어떻습니까. 재밌으면 그만이죠. 모처럼 '일 얘기' 안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게요. 또 일상에선 선뜻 나누기 힘든 신앙 관련 얘길 거리낌 없이 꺼낼 수도 있그등요. 즐거움의 아주 중요한 재료입니다.


아, 명절이지만 출근한 오늘, 이제 또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고, 좋은 성과들을 낼지, 내심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어째선지, 지금 이 순간부턴 기분 좋은 일들이 가득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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