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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Mar 09. 2022

Reflection: 파도같았던 첫 학기
in 스웨덴

첫 해외 생활/유학 스웨덴에서 지난 6개월 시간을 뒤돌아보며

인생의 전환점? 변곡점? 유학?

내게 스웨덴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유학 이상의 삶의 큰 변화였다.


학교와 공부가 가장 주 목표이긴 했지만 생활의 변화는 엄청난 두려움을 마주해야했다.

익숙함과 편안함의 세월이 큰 만큼 더 큰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 같다.  

잘 세팅된 안정된 삶을 다른 삶으로 바꾼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불편한 삶으로의 자발적인 선택


그렇게 지난 6개월은 두려움과 후회, 큰 변화에 적응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매일매일 휘몰아치는 감정의 변화 속에서

간신히 간신히 고개를 넘으며 버틴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시간이 가는 걸 보면 그렇게 때로는 버티고 이겨내면서

내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다


이곳에서 매 과정을 마칠 때마다  reflection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스웨덴에서의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할 점과 배운 점 그리고 앞으로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reflection  해보고자 한다.  


언어는 시작점. 영어 공부를 진작 더 열심히 할걸..


영어는 내 평생의 숙제같다. 나름 한다고 했지만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다.  

아마도 요즘  젊은 세대는 영어를 잘할 테지만 나는 유학에 필요한 IELTS 영어 점수도 간신히 만들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는 터라 영어에 대한 압박이 더 심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은 유학을 가도 아마 적어도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못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라는 바램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나 빼고 모두 영어를 잘했다. 그냥 잘하는게 아니라 모두 본인의 언어만큼이나 편안하게 했다. 그나마 미국 영어에 익숙한 터인데 각 나라의 억양이 섞인 영어는 더더욱 알아듣기 힘들었다.

더 힘든 건 말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한동안 말하는 것을 겁내게 되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I'm  sorry?" "What?"  다들 잘 못알아들으니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입을 더 다물게 되었다. 영어에 자신감이 없으니 더욱 소심해져서 피카 모임을 피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다행히도 한 학기가 지나니까 조금 들리는 게 나아지고 알아듣는 아니든 한 마디라도 하려는 뻔뻔함도 생겼지만 매 수업마다 긴장하고 또 긴장한다.   

시간이 많을 때 영어를 좀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바로 닥치지 않으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유학을 생각한다면 정말 열심히 영어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래도 좀더 유창하게 말하는 날을 그리며...



나로 홀로서기. 눈치보지 않기. 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기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는 온전히 나로서 생각하기 보다 관계 속에서 나를 생각한다.

가족안에서.. 회사 사람들 안에서.. 친구들 안에서

여기서도 새로운 조직에 속하게 되면서 누군가 나를 봐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수업시간에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봐주지 않을까.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혹시 뭘 잘못 말했는지 아니었는지 나는 계속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게 아니라 남이 어떻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말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만 얘기 해도 수업은 후딱 지나갔다.


온라인 수업 중에 교수 아이들이 옆에서 시끄럽게 하는데도 아이를 옆에 두고 수업을 하고 또 학생들은 그 상황을 같이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이렇게 다른 상황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나였다면 아이를 혼내거나 수업 전에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았을까?

내가 좀더 눈치를 많이 보는 성향일 수도 있지만 회사 다닐 때 아이가 갑자기 아플때면 아이가 아픈 상황보다 회사에 말하는 것이 항상 눈치가 보였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행동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내 기준에 맞춰서 당당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자


 불편함에 익숙해지기

차 없는 생활, 배달없이 살기, 쇼핑하지 않기, 외식하지 않기, 무거운 짐 들고 다니기

갑자기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간 것 같지만 이 곳에서 마주한 첫 변화인 것 같다.

각오하고 왔지만 좁고 낡은 집, 불편한 생활은 갑자기 가난해진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고

편안함과 더 나은 편안함을 위한 삶에 익숙한 나에게 갑자기 불편하진 생활은 기분을 더 우울하게 했다.

그렇다고 여기 택배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택배를 받으려면 근처 거점 포인트에 가서 찾아오거나 내가 집에 있을 때 받아야 한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약 3만원) 정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은 어느정도 불편함과 소비를 줄이는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에 시간을 보내지도 않고 먹을 것도 가능하면 쟁여놓지 않고 필요할 때 사게 된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나를 더욱 부지런하게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비는 잠시의 공허함을 채워줄 뿐이라는 걸..

물욕 줄이는 생활을 좀 더 즐겨보자.


토닥토닥..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해외에 공부하러 왔으니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안되는 영어에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잘하는 친구들에 비교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나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걸까..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일까..

한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트레스만 받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하고 싶고 1등하고 싶다는 건 너무 말도 안되는 욕심이었다.

해외살이도 처음에.. 영어도 잘 안되면서..나이도 많은데 어리고 똑똑한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욕심내는 건 무리한 과욕이었을 뿐이다. 그런 부정적인 마음 때문에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서 과제가 있으면 부담감부터 밀려와서 시작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다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나를 칭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때로는 아침 명상도 해보고 스스로를 괜찮다고 다독였다.

한 과제를 끝낼 때마다 이만큼이라도 한 걸 잘했다고 칭찬해 주자.

이만큼 적응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을 기뻐하고 나를 응원해 주자.

영어 때문에 가끔씩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이제는 좀 더 쿨하게 넘기는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스스로 높은 벽을 세워 놓고 도달하지 못했다고 나를 비난하지 말자.

오늘 과제도 무사히 마치고 무탈히 보낸 하루를 감사하자.


I am where I am


Umeå Institute of Design (UID)

한국에서는 디자인 관련해서 아무래도 미국이나 영국 유학을 선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조만간 학교에 대한 내용도 쓸 예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로 왜 좋은 학교인지를 체감한다.

커리큐럼은 물론이고 교수와 학생들, 학생들 사이,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가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가 이 학교의 파워임을 느끼게 된다. 학생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 되는 것을 보면서 어느 한 명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의 신뢰와 노력, 학교를 생각하는 마음이 함께 작동하는 것 같다.

가끔씩 내가 이곳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저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 속에 끼어도 되는 것일까

특히 과제 퀄리티를 볼때마다 아직도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더 노력해서 퀄리티를 올려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지난 가을 학교 스튜디오에서 바라본 강가 풍경 (photo: zeze)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z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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