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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Feb 08. 2024

오늘 조각한 욕심의 모양 10가지

5개년 목표는 없지만,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은 있으니까 


구체적인 목표는 없지만, 생생하게 그리는 나의 장면이 있다. 


빛 잘 드는 좋은 노래가 나오는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제안하는 책과 제품, 커피를 판매하면서 큰 테이블에 앉아 기획, 마케팅 일을 하면서 나의 글을 쓰는 작가로서, 또 에디터로 일한다. 공간을 기점으로 콘텐츠와 커뮤니티 운영을 지속하고,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남편이 일 끝나고 돌아오면 함께 대화하고, 여행 다니고, 자연으로 탐험 다니는 삶. 사랑하며, 사람들에게 글과 공간으로 선한 영향을 주는 삶 


욕심의 모양을 세세하게 조각하고, 꿈의 장면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침마다, 밤마다 일기장에 기록하고 있다. 지금 당장 공간 알아보기, 브랜드 이름 짓기 같은 것들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릇의 크기를 키우고, 감도의 레이어를 쌓고, 나의 스타일을 단단히 하고, 나의 것을 하면서도 가족들을 품기 위한 건강과 자산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 귀찮아하지 않고, 호기심이 드는 것들을 모두 경험해 보고, 책도 더 다양하게, 여행도 더 많이 다녀야 한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구매하면 갤럽의 강점 테스트를 할 수 있는데 테스트 이후에 5가지 상위 강점, 혹은 34가지 전체 강점을 오픈할 수 있다. 신기한 건 같은 강점의 조합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를 뒤져도 발견하기 쉽지 않고, 조합의 순서와 강도에 따라 해석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상위 강점은 나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인데, 신기했던 점은 중간에 있는 15번째 강점이 흔들리면 나의 중심이 무너진다고 한다. 나의 강점의 15번은 '미래지향'이다. 나의 미래지향 성격은 구체적인 목표가 아닌 '장면의 상상'이라고 했다. 그 장면을 잃는 순간 나의 중심이 무너진다고 했다


오늘 MTL에서 브랜딩을 하다가, 지금은 bonanza 커피의 브랜딩과 커머스를 리딩하는 혜빈을 만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마침, 혜빈의 스토리를 통해 mtl 코파운더 효빈 님의 매거진을 접하게 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저의 오랜 꿈은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면이었습니다. 평일 낮의 카페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멋진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장면. 그런데 실은 그게 노는 게 아니라 자기의 일을 멋지게 하고 있는.


나와 같다. 그리고 그녀는 장면을 현실로 만들었다.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면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그 장면을 생생하게, 선명하게 꿈꾼다면 나도 분명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어쩐지 요 며칠, 나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해주는 문장과 서비스와 아티클과 장면을 몇 개 만났다. 날 것 그대로의 장면 기록. 그리고 연결된 나의 욕심의 모양 


1) 삶을 사랑하고 싶다. 반짝이는 눈으로 삶을 즐기고 싶다. 편안함과 사랑이 충만한 삶. 사랑이 나를 가득 채워 주변으로 흘러들어 가는 삶. 

정말이지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시작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에 있나, 또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행로를 그려보아서 출발지를 알기 어려운 대상엔 이야기를 붙여주기도 합니다. 그중 제가 좋아하는 건 사랑의 기원에 관한 이야깁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든, 어디에 있든, 모두가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인 거죠.  - 멀 하트 촬영이 끝나고, 10년 만에 간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월의 종에서 커피를 마시고 트레이를 내려놓는 순간 return 존에서 발견한 문장. 


마작에서 자신의 패가 승리 조건에 이르는 것을 화려한다고 한다. 무엇을 얻느냐 만큼 무엇을 버리느냐도 중요해서, 내가 버린 패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잘 화려하기 위해선 하나를 얻고, 하나를 버리는 모든 순간이 중요합니다. 올해도 나만의 모양으로 화려할지도! 올해는 화려하자고요. 


2) 나의 스타일이 명확했으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나는 '바림'을, 혜빈은 '느루'를 골랐다. 차의 색은 향으로 치환된다. 우려낼수록 여러 겹이 쌓여 깊은 향이 된다. 색을 칠할 때 여러 번 덧입혀서 색의 깊이를 만드는 과정을 바림한다고 한다. 깊은 색은 깊은 향이 된다. 나는 지금 '바림'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걸까. 색의 레이어를 쌓고 쌓아 깊어지면서도, 깊고 진한 향이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퇴근 후 8시 즈음 도착한 서촌에서 이북만둣국을 먹고, 네스트에서 차를 마시다 발견한 문장. 우리는 이런 종이들을 좋아해서 하나씩 소중하게 품고 갔다. 그리고 혜빈은 이 종이 끝에 각 잡혀 놓인 찻잔의 배치와 간격에도 감탄했다. 


3) 책방을 하고 싶다. 내 창작물을 만들어 사랑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닿아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블루도어북스를 다녀온 날부터, 아니 가기 전 블루도어북스에서 일하는 직원분의 인스타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녀의 친구가 적어줬던 글이었다. '네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요즘은 제 때, 제 자리, 제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무엇이든 저마다의 때가 있고, 저마다의 꼭 맞는 자리가 있고, 꼭 나다운 물건과 옷이 있다. 나는 지금 조금 불편한 자리다. 나의 제 자리는 아닌 느낌이 들어 가끔 엉덩이를 들썩들썩해준다. 그리고 블루도어북스를 간 날, 그리고 종종 내가 자연 속에서 웃음 지을 때 확신에 차서 느낀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분명히 안다'라고. 발리에 간 첫 날도 그랬다. 나는 분명히 안다. 위에서 마작의 '화료'에 대해서 얘기했듯이 내가 버려야 할 패를 나는 어쩌면 알고 있다. 


블루도어북스를 다녀온 날, 책방을 하겠다는 장면을 조금 더 선명하게 채색했다. 


4) 나의 스타일. 자연스러움. 편안함. 따뜻함. 


너무나 아름답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도 제인버킨도 정말 좋아한다. 나의 추구미에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랄까.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개봉일만 기다렸다가 바로 예매해서 다녀왔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자연스럽고, 따뜻하고, 클래식하지만 빈티지하고, 사랑스러운, 어쩐지 궁금한 민낯의 흰 티를 입은 부스스한 사람이다. 정말 좋다. 정말 정말 좋다! 



5) 계속 읽는 사람이고 싶다. 너무 아름답다.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좋아한다. reader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어여뻐. 나의 책 읽는 모습도 자주 기록해 둔다. 언젠가 길거리에, 지하철에, 카페에 '읽는 사람'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해봐야지. 그리고 책방을 열면 꼭 우리 책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읽는 모습을 기록해 전시를 열어야지. 



6) 손으로 하는 명상. 뜨개를 즐기며, 주변에 나누는 삶 


뜨개에 빠져있다. 정확히는 만나는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과 이니셜을 새겨 뜨개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해 주는 걸 좋아한다. 받았을 때 소중히 실 한오라기 끌어안고 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나중엔 이런 것도 떠봐야지. 


7) 안 가본 세계를 누비고 싶다. 

탐험을 떠나고 싶을 때면 '월터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사운드트랙 전곡을 듣는다. 나도 같이 경비행기를 타는 기분이다. 블루도어북스를 다녀온 뒤 arcade fired의 wake up은 꼭 코첼라 버전으로 듣는다. 


8) 탄탄한 요가 근육과 매일 피곤하지 않은 컨디션을 갖고 싶다. 흐린 동공과 메마른 피부가 아닌, 촉촉하고 빛나는 건강한 윤기의 모발과 안색, 눈빛의 힘을 갖고 싶다. 걱정과 스트레스보단 고민이 있더라도 자신 있게 돌파해 나가는 나를 믿는 힘. 충분히 괜찮다는 안정. 

부디 무드라의 감성 너무 좋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귀여운, 히피스러운, 요가복에 플랫슈즈와 히피펌의 조화. 색감은 있지만 어쩐지 튀지 않는 이런 무드가 너무 좋다. 



웅 님의 샐러드연맹이 돌아왔다. 주말 아침 7시 30분에 나에게 씨앗을 쥐어주는 귀여운 사람. 나도 늘 '봄이 돌아왔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입춘이 '드립'이 아니라 '설립'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우리 안에 계절을 세우는 것이라니. 우리를 포함한 만물이 어우러져 함께 봄을 세우는 것이라니. 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샐러드연맹의 입춘 편지. 


9) tea book을 만들고 싶다. 왜 어드벤트 캘린더는 12월에만 있는가. 왜 국내에는 썩 마음에 드는 티 어드벤트 캘린더가 없는가. 티 마음을 담아 메시지가 담긴 티북을 만들고 싶다. 


요즘 차가 정말 좋다. 귀여운 인퓨저를 산 뒤로 차 생활의 질이 수직상승했다. 친구가 생일 선물로 맥파이 앤 타이거 '잭설 차' 잎차를 선물해 준 덕에 잎차 생활을 즐기기 위해 인퓨저가 필요했다. 역시 누군가의 선물을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집과 사랑과 조개의 모양. 좋아하는 마음을 우려먹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게 내 몸 안에 가득 퍼지는 느낌. 집의 따스함과 사랑의 안온함과 바다의 드넓은 마음. 너무너무 좋다. 


https://have-achim.com/1678993402/?idx=340

티북을 만든다면 여기에 실제 티가 가미되는 형태이려나. 에디터 노트 너무 좋다. 


10) 내가 만드는 일을 따라와 주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브랜드 제안이 먼저 오는 상태. 내가 하고 싶은 결의 브랜드 협업 제안이 오는 삶. 동료들과 웃으며 재밌게 일하고 싶다.

https://have-achim.com/JOURNAL/?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t9&bmode=view&idx=17549384&t=board

아침의 주주서한 읽고 너무 좋아서, 잠시 중단되었던 아침 멤버십을 다시 가입했다. 너무 좋다. 아침은 정말 오랜 시간 꽤 많이 좋아했는데 다시 모닝 오너가 되었다. 한 때 일영모를 빨리 읽고 싶어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마음이 울적할 땐 진 님의 피드를 본다. 꾸준하고, 한결같이 맑고, 단단한 사람의 피드를 보고 나면 괜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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