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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Feb 23. 2024

'좋아하는 마음'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될 때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취미가 일이 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여쭤봐요.

이럴 때는 내가 고민되는 생각을 잘게 잘게 쪼개서 정의부터 다시 해보는 게 좋아요.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된다'라고 했을 때 '일'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한 때 '일하는 것'에 꽂힌 적이 있어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한참 들고 다니며 읽던 시기가 있었어요.


일이라는 건 무엇일까, 나는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할까, 일은 꼭 해야 하는가.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일'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하는 의미와 그 목적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매뉴얼은 넘쳐날 만큼 지천에 깔려 있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없다. 눈을 뜨꼬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


'일'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지만, 저의 경우 '일이라는 것은 저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수단'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며 저의 생각과 경험은 더욱 넓고, 깊어지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나가는 거죠. 일은 저에게 단순히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에요. 오죽하면 매번 일 벌이기 대마왕이라 'WE BUY WORK', 일을 사서 하는 크루를 만들었겠어요. 저는 이런 고민을 하는데 시간을 꽤 많이 할애하는 편이라, '저의 삶의 방향성과 장면'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요. 그 안에서 일의 의미와 가치, 방향성도 함께 정돈되고 있고요. (물론 아직 과정이지만요)


그렇지만 이 정의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단 스스로에게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인지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이라는 것은 1)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에 보상을 하는 오디언스들로 인해 2) 수익이 생기는 방식일 거예요. 다만, 오디언스가 생기고, 수익화가 되는 과정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되는 거죠.


'좋아하는 마음'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될 때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취미가 일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익이 나는 상황도 종종 있었지만, 제 삶을 꾸려나갈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만 보면 사이드프로젝트도 '일'에 해당한다고 보거든요. 저는 대부분 '재미'에서 시작했어요. 재미에서 사람들을 모아 호비클럽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기록해 뒀더니 책이 만들어지며 작가가 되었고, 그 책을 통해 또 다른 에디터 활동들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서비스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어렸을 적 꿈은 '작가'였거든요. 읽고 쓰는 삶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라고 하면 글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자기 검열이 시작되거나,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하는 걱정들이지만. 전자는 제가 끊임없이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고, 후자는 노력하면 같이 따라와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 취미가 일이 되어 싫지 않고, 오히려 좋아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고 쓰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동력이 되는 상황인 거죠. 


위잇북 클럽도 마찬가지로 책 리뷰에서 시작해서, 브랜딩을 하며 팝업 책방을 열게 되었죠. 처음부터 '이걸로 돈 벌어야지!'로 시작하지 않았던 게 자연스럽게 일이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저는 대부분 취미가 100%의 비율로 본업이 되지는 않았어요. 바꿔 말하면 취미에 내 인생의 먹고, 사는 일을 모두 올인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본업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수익이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처음부터 높지 않게 세팅되어 있던 덕이 커요. 그래서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고, '마음의 여유'를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취미로써 내가 먹고살고 싶다고 했을 때 만족감이 힘든 부분보다 크다면 문제없지만, 그게 아닌 상황이라면 기대감의 레벨을 조정하거나, 실망감이 발생한 원인과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바꿔야죠.


누군가는 하나를 정했으면 끝까지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각자의 마음 상태, 삶의 방향성'에 따라 다른 거니까요. 만약 누군가가 '취미가 일이 되어 힘든 상황'이라면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결국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때' 가장 크게 실망하는 것은 1)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해서 2) 수익성과 연결되어서 이기 때문에 성과와 수익에 대한 이슈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실망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잃은 상황'이라고 이해되는데요.


수익성의 문제라면

1) 본업으로써 더 잘되게 하기 위해 '잘하는 방법'을 찾고

-잘한다는 건 무엇인지 그 업에서의 정의를 다시 내려보고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고

-잘하는 방법을 접목해 보고


2)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버거움을 느낀다면 부업으로 규모를 줄여보는 거죠.

과도한 책임감과 중압감 때문에 힘들다면, 사이드프로젝트로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게


만약, 본인 스스로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1) 내가 하고 싶은 방향과 너무 다른 방향이라면 (회사 소속이거나, 클라이언트의 요구로 타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 그 간극을 좁힐 수 없다면, 원하는 환경으로 찾아가야겠죠


2) 완성도와 감도, 최종 산출물의 결과물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첫 번째 방법이랑 똑같이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겠고요.


취미가 일이 되어버려서, 쉴 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다면

일상에서 나의 '좋아 리스트'를 다시 돌이켜보며, 내가 즐겼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는 거죠.

분명 일이 된 취미 외에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근데 중요한 건 '잘하려는 마음'이 커지면 조급함과 욕심이 같이 비대해져요.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한 '질문하는 사람' 북토크에서 이런 대화가 있었어요


무기력이 만연한 시대에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굉장히 강력한 자산이에요.


귀중한 자산인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간직하고, 그 옆에 자꾸 달라붙는 욕심과 조급함의 바람을 잘 빼는 연습을 하며 '균형'을 잡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왜 좋아했더라?" 하는 취미를 좋아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고, 본질이 되는 그 이유만큼은 지켜야 하는 거죠.


이번에도 여전히 답은 없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그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취미가 일이 되는 것을 반기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은 일의 모습에 생기가 돌거든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작업들은 그 사람의 진심과 마음, 솔직함과 깊은 고민, 매력과 아우라가 같이 감겨 정말 매력적인 생기 넘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반응하는 것 같고요.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을 하게 된다면, '좋아하는 마음의 이유'를 잘 지켜내며, 성과와 수익 사이에서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친구들과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해 보았는데요.

결국은 '마음의 문제'라는 답이 나오더군요.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방법을 찾고, 균형을 맞춰가야죠. 어쩌겠어요!


너 진짜 이거 일로하고 싶니? 아니면 취미로만 하고 싶니?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니? 지금 즐겁니?

좋아하는 마음 여전하니?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일이 된 취미' 외에도 무용하게 즐기는 취미가 여전히 많아서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읽고 쓰는 일이 지겨워져도, 요가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수상스키를 타거나, 집밥을 해 먹거나, 페스티벌 가서 뛰어놀면 되니까요. 그건 '잘하는 것'과 상관없는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 100%'인 것들이니까요.


'왜 일하는가'에 나왔던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오늘도 습관처럼 출근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당신이 꿈꾸는 일과 삶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끝으로 이 책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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