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는 습관
습관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습관.
새로운 사람은 노래를 추천해주고, 나는 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게 된다.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을, 생각을,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40 알아요?
40 살이요?
아니, 가수 40 요. 되게 좋은데..
내 취향과 같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오히려 나랑 정반대인 사람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나는 쉽게 물드는 사람이고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사람은 두 분류로 나뉘는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멜론 Top 100을 틀어놓는 사람과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 나온 앨범에 희열을 느끼고, 새롭게 소개된 아티스트를 검색해서 찾아 듣는 사람.
전자, 후자 둘 다 상관없다.
개인의 취향이 있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취향이 있음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무취를 무시하는 건 취향이 없는 사람보다 더 별로다. 그래도 나는 무취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좋던 나쁘던 취향이 있는 게 좋으니까.
퇴근길에 듣는 노래는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노래를 선택하니까.
출근길과 퇴근길에 듣는 노래가 다른 것도 그렇기 때문일까.
퇴근길 07513 정류장에서 트는 노래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를, 내 삶을 대변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내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려고 한다.
가끔은 나를 위로해주고, 울리기도 하고, 몰랐던 감정을 알게하고,
너무 스트레스 받는 나에게 '하기나 하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새삼 혼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출근 송, 퇴근 송이 있으니까.
나는 그 안에 담긴 삶을 공유하고 싶다.
어쩌면 나랑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나랑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내 감정이 담긴 모든 구절을 되새김질하려 한다.
Coldplay. trou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