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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오천 Aug 14. 2015

반짝반짝 빛나는 그대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 자신만의 매력에서 생겨난다 

주변을 둘러보면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처럼, 다이어트나 성형 수술을 통해서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들이 꽤 있다. 그들은 희미한 빛이 들어오던 작은 문을 활짝 열어서 자신의 세계에 햇살이 가득 들어오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내가 되고 싶어서. 아무리 가진 게 없다 해도, 노력 앞에서는 장사 없거든.”


J는 사실, 내가 지금껏 본 여자 중 가장 못생긴 여자였다. 과장이 아니다. 쌍꺼풀 없이 축 처진 눈에, 치아 교정 중인 얼굴은 늘 부어 있었고, 피부는 땡볕에서 종일 농구 시합하는 남학생보다 까맸다. 교복을 제외하고는 죄다 꽃무늬, 줄무늬, 아니면 복고 스타일…… 할머니 옷을 가져다 입은 듯, 독특하다 못해 눈 뜨고는 못 봐 줄 패션 센스를 자랑했다. 재미있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녀를 보면 뭔가 이렇게 묘사를 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그녀의 중3 시절은 별로 순탄하지 않았다. 반 친구들은 못생긴 그녀를 놀리고 따돌렸다. 그녀의 숙제 노트는 늘 누군가의 발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녀에게도 물론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예쁘고 잘난 아이들로, 그들은 그녀를 옆에 둠으로써 우월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런 취급을 당해도 화 한 번 낸 적 없었다.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인 양, 영혼은 저 먼 곳으로 보내 버린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런 J에게도 눈에 띄는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그림 솜씨였다. 학급 홍보 부장이었던 나는 그녀를 불러 매달 함께 벽보를 그렸다. 난 그녀의 재능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손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녀는 내가 만들어 놓은 벽보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분필 몇 자루로 잡지 광고 같은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글씨도 얼마나 예쁘게 쓰는지, 쓱쓱 몇 분 만에 완성한 벽보를 보면 눈도 마음도 모두 즐거워지곤 했다.


처음으로 전교 벽보 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다른 학년 홍보부와 함께 회식을 한 적이 있다. 우승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일까, 아니면 그 자리의 어색함을 없애려던 것일까? 나는 몇 번이나 그녀의 외모를 빗대어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날 그녀는 몇 마디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굳이 그녀의 표정을 살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절대 화내지 않을 거란 걸.


안쓰러운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가 고2 선배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정점에 이른다.

농구장에서 그 선배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가슴에 첫사랑의 종이 울렸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 보니 선배 옆을 지나가는 것조차 두려웠고, 탕비실에 물 뜨러 가는 척하며 멀리서 훔쳐보는 게 고작 전부였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선배 자리에 선물을 놓고 나오기도 하고, 하굣길에 뒤를 밟아 몰래 집까지 따라갔다 오기도 했다. 선배네 농구팀 연습 시간표를 구해서는 농구장으로 달려가 시합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런 비굴한 짝사랑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던 나는 고백하라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정말로 고백했다. 내가 써 준 러브레터를 선배 손에 쥐여주곤, 그냥 도망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하는 그대로 됐다.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자율 학습에 빠지고, 맥주를 잔뜩 사서 마트 앞에 앉아 엄청나게 퍼마셨다. 그녀는 술기운에 훌쩍이며 말했다.


“너 완전 오버인 거 알아? 그날 홍보부 다같이 저녁 먹을 때 내 얼굴이 뭐? 주먹을 부르는 얼굴이라고? 경찰이 내 얼굴 보고 폭력 진압하러 오겠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그 편지에도 그렇게 썼더라. ‘하느님이 저에게 다른 건 다 안 주셨지만, 사랑의 인연만은 주셨나 봐요. 그 덕에 선배를 만날 수 있었어요’ 내가 그렇게나 못생겼냐?”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그저 그렇게 옆에 앉아 있었다. 그 후로 그날 저녁의 일은 우리가 만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금 늦을 뿐 결국에는 나타난다.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나는 카페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는 J를 향해 손을 흔든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가져온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보아하니 나에게 또 공짜 아로마 오일을 주려는 모양이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로마 오일 판매점의 영업을 맡았다. 콜센터 직원 몇 명만 데리고 시작했는데, 한 분기 만에 매출을 다섯 배로 올렸다. 그러더니 결국 팀을 꾸려 북경과 천진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콜센터로 시작해서 금세 화북 지역 판매 총책임자가 된 것이다.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을 그녀는 365일 만에 해냈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대로 그녀는 백조가 되었다. 어떠한 의료 기술의 힘도 빌리지 않고 말이다. 그녀는 여전히 외까풀에 까만 얼굴이다. 그나마 외모에 변화가 있다면 교정기를 뺀 덕분에 얼굴이 작아 보인다는 것 정도. 하지만 분위기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회신 없는 러브레터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으로 살아오며 단단해진 것인지, J는 누가 봐도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거나 세상을 차갑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가 누구이며, 무엇을 잘 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대학에 다니면서 전자상거래를 독학했고, 세 개나 되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했다. 매일 하루에 한 개씩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도전했는데, 예를 들면 만화 콘테스트나 스피치 대회에 도전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썅챠이를 먹어보고, 자이로드롭을 타 보았다. 선천적으로 못난 외모와 소극적인 성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대신, 본인의 다른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다가가기 어렵고 금세 잊히는 사람이 있고, 특별히 예쁘지는 않아도 에너지가 넘치며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가 바로 후자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 자신만의 매력에서 생겨난다.


누구에게나 J처럼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하며, 때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고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움츠러들 필요도 없고, 고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부족한 공간은 다른 장점으로 메우면 된다. 장점으로 무장한 나만의 갑옷을 입고서 부족하고 여린 나를 지켜 주자.


괜한 꼬투리나 잡는 사람들이 당신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그들의 차가운 눈빛과 비웃음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만 묵묵히 가면 된다.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리는 박장대소를 하곤 한다. 남의 시선 따위 상관 않고 크게  웃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여느 여자 연예인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뛰어난 화장술, 높은 콧날과 날렵한 턱 선, 비싸고 멋진 옷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만의 매력에서 생겨난다. 그 매력은 나에게서 풍기는 분위기일 수도 있고 말할 때의 눈빛일 수도 있다. 그 매력은 이렇게 말한다.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라고.


그녀의 첫사랑 선배를 아직 기억하는지? 그 선배가 지금 차를 몰고 자기 여자친구를 만나러 오고 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저 친구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우리 인생이다. 당시에는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금 늦을 뿐 결국에는 나타난다.


우리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랑스러운 당신이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길. 파이팅!


가장 아름다운 시절 

지금 당신의 이야기 

<지금 이대로 괜찮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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