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 뱃속에 생겼던 해, 우리 집에 컴퓨터가 생겼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첫 스마트폰, 테이크 핑크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가족 결합으로 데이터 걱정 없이 한 달을 나게 되었다.
이렇게 내 생활이 변하는 동안 뉴스를 보는 방법도 바뀌었다. 신문과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던 시대에서, 인터넷에서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보는 포털 시대, 그리고 현재의 유튜브 시대까지. 각종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경쟁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현재 언론이 지향하고 있는 뉴스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여전히 글 또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글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것은 영상의 여러 장점 때문일 것이다. 머리 싸매고 생각하지 않아도 편하게 볼 수 있고, 생동감 있는 화면이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뉴스’라는 콘텐츠가 전하는 정보의 종류를 생각해볼 때 여전히 글자뉴스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것이 내가 영상뉴스를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뉴스를 오랜만에 보니,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여러 변화가 속속 일어나고 있었다.
어디엔가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제목으로 보고 싶은 뉴스를 고르고, 그 뉴스를 들어가서도 보고 싶은 부분만 읽으며 쭉쭉 내려가는 게 내가 뉴스를 보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동안 영상뉴스는 좀 아쉬웠다. ‘뉴스데스크 풀 영상’처럼 긴 영상을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았고, 내가 보고 싶은 게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뉴스도 골라 볼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똑같이 ‘뉴스데스크’의 하루 뉴스를 게재하더라도 꼭지별로 나눠서 업로드하여 소비자가 보고 싶은 뉴스만 선택하여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단순히 날짜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등의 분야별 뉴스와 ‘로드맨’, ‘정치적 참견시점’처럼 콘셉트를 가진 뉴스, ‘소수의견’, ‘법이 없다’처럼 특정 주제를 가진 뉴스의 분류까지 제공하면서 온라인으로 영상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여전히 발췌독하는 것만큼 빨리 뉴스를 소비할 수는 없지만, 짧은 길이의 영상으로 분류되어 제공되는 뉴스는 꽤 보기 편리해졌다.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를 위해 면접 준비를 할 때쯤, 인터넷에서는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를 매일 읽고 스크랩하며 상식을 익혀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인터넷 뉴스를 스크랩하는 편이었는데, 정말 매일 하지는 못했지만, 컴퓨터로 뉴스를 스크랩해두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영상뉴스를 소비하면서 뉴스를 스크랩해두는 건 어려운 일이다. 스크랩의 핵심은 다음에 볼 때 한눈에 알기 쉽도록 형광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두고, 기사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밑에 적어두기도 하는 거다. 하지만, 영상뉴스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 매체였다. 영상뉴스에서는 화면에서 오는 시각적 요소 못지않게 청각적 요소가 중요하다. 중요한 자료나 이해를 돕는 장면은 화면으로 제공되고, 전반적인 내용은 소리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크랩할 때도 화면뿐 아니라 소리까지 필요하고, 캡처 등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쉬운 결과물을 남겨놓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재생목록을 만들어 그 안에 영상 자체를 저장할 수 있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댓글 등을 이용해 표시할 수도 있다. (MBC 자체 뉴스 사이트에서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제 영상뉴스도 글자뉴스만큼이나 편하게 스크랩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영상뉴스는 글자뉴스만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구현해내기 위해 여러 변화를 거쳤고, 이는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뉴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방대한 양의 자료다. 뉴스는 정보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잘 가공된 정보의 출처와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영상은 여러 발언과 실제 상황을 전달하기에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매체임에 틀림이 없지만, 취재 과정에서 얻은 증거를 원문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증거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더더욱.
가짜뉴스가 활보하고, 언론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이 시점에 내가 보고 있는 이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4G를 넘어 5G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에, 정보의 양쯤은 전달하는 데 별문제가 되지 않는 이 시대에 가장 해소하기 쉬운 것이었다.
MBC 뉴스 홈페이지 중 뉴스 줌인-탐사보도는 영상뉴스와 글자뉴스를 동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같은 주제의 영상뉴스를 한데 모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대주제 안에 들어있는 소주제 항목마다 인포그램을 만들어 제시하고, 취재 과정에서 얻은 증거의 원문을 파일로 제공하는 등 주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글자뉴스, 영상뉴스, 카드뉴스 등 여러 뉴스의 형식을 가리지 않고 종합적으로 사용해 전달하고 있었다. 단순히 글자뉴스와 영상뉴스로 나누어 호불호를 가렸던 내게 이런 방식은 매우 획기적이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기술이 발전하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어떤 내용을 전달하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내용을 전달하느냐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MBC의 영상뉴스는 글자뉴스에서만 가능했던 여러 이점을 영상뉴스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진화를 거듭했고, 주제에 따라 어떤 매체를 선택할 것인지를 넘어 한 주제 안에서도 담는 정보에 따라 그 매체를 달리하는 진보적 방법을 시도했다. 새로운 매체로,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은 뉴스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체의 숙명일 것이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가장 좋은 방식을 모색하는 뉴스의 발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