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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이 Dec 12. 2019

<아이템>, 꼭 그래야만 했나

M씽크 지원할 때 냈던 글인 건 안 비밀!

원래는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 없던 글인데, 이번에 M씽크 후기를 쓰게 되면서 올려 놓으면 혹시나 지원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혹은 지원서를 쓰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 이건 단순히 저 하나의 사례니까, 그냥 참고하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연달아 흥행시킨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주지훈과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던 드라마 <아이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템>은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짚어 보고자 한다.     



꼭 다 알려줘야 했나

<아이템>은 ‘미스터리 추적 판타지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방영분을 보면 정말 이 드라마가 ‘미스터리 추적’ 드라마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보통 ‘미스터리 추적’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갖은 노력을 해가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것을 보며 시청자로 하여금 범인은 누구인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함께 추리하도록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때로 어떤 드라마들은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아예 범인을 범인의 모습으로 등장시키지 않기도 한다.(ex. 드라마 <보이스>) 시청자들이 주인공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의심해가며, 그리고 사건의 동기와 증거들을 살펴가며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해나가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은 미스터리 추적 장르의 그런 묘미를 모두 제거해버렸다. 시청자들에게는 누가 범인인지, 무엇을 이용해서 그런 일을 벌이는지 다 알려주고는 주인공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이 각종 과학적 지식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이어져야 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알아야 할 진실을 모두 공개해버리는 것은 더 이상 전혀 궁금하지 않을 시청자들을 마지막까지 이끌 원동력을 스스로 상실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구동영 신부가 왜 살인을 벌이는지와 강곤, 신소영, 조세황, 한유나, 구동영이 놀이공원 참사 사건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물들의 피해-가해 관계, 참사의 원인 등이 개략적으로 예상이 간다는 점에서 이 점들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얼마나 자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꼭 우연이어야 했나

요즘 시청자들은 아주 수준이 높다. 해외, 국내를 막론하고 치밀한 계산과 논리를 무기로 하는 수사 드라마, 영화를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특히 이런 장르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범죄현장을 어떻게 보존하는지, 지문은 나왔는지, 흉기는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범행시각은 언제인지 등의 일반적인 수사의 핵심내용들을 이제 시청자들 또한 눈감고도 욀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템>은 극 중 프로파일러인 신소영의 프로파일링이 생각보다 단순한 과정을 거쳐 도출된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일상생활에서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하필’, ‘굳이’ 이런 단어들을 넣어야만 할 것 같은 일들 말이다. 예를 들면 ‘하필’ 고대수는 아마도 최소 수도권에 위치할 조세황의 집에서 훔친 팔찌를 들고 강곤이 근무하고 있는 청해진으로 내려가고, ‘하필’ 또 고대수가 행패를 부리고 있는 현장을 강곤이 지나가고, 강곤은 검사면서 경찰이 출동까지 했는데 ‘굳이’ 고대수를 홀로 쫓고, ‘하필’ 고대수가 바다에 흘린 팔찌를 강곤의 조카 강다인이 줍고, ‘굳이’ 차장검사 이한길이 김재중 부장판사 살인사건을 적대관계인 강곤에게 맡기는 것 등이 있다. 이같이 억지스럽고 우연적인 극 전개는 스토리를 위한 짜깁기로밖에 해석되지 않고 시청자들의 반감을 유발시키는 요인이라고 본다.     



꼭 그렇게 설정해야 했나

유행하는 소재를 사용할 때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뻔한 만큼 그를 뛰어넘을 만한 차별성과 섬세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평범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템>은 주인공들을 극단으로 몰고 갔다. 한 사람은 정의감이 아주 높은 꼴통 검사로, 한 사람은 소시오패스라는 성격장애를 가진 재벌로, 그리고 한 사람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신부로 말이다. 이런 인물들을 설명할 때는 그럴만한 계기나 사건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야 한다. 일반 시청자들은 이 같은 인물들의 생각을 쉽게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합니다.’ 정도의 설정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형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캐릭터와 신부 캐릭터는 요즘 특히 많이 보이는 인물들이다.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다수의 작품(ex. 영화 <V.I.P.>, 드라마 <보이스>, <리턴>, <프리스트>, <열혈사제> 등)에 등장했다. 그만큼 이들 캐릭터에는 다른 작품들에서의 모습과 다른 차별점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세황은 소시오패스 캐릭터로서 폭력성 밖에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구동영은 신부가 ‘살인을 저지르다니’의 특이성과 충격성 외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템>, 그야말로 물건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드라마인 만큼 <아이템>에게 기회는 남아있다. 시청자들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할 필수 아이템 같은 드라마로 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회차만이라도 섬세한 극 전개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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