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에게 강연 제안이 왔습니다.

by Young

나에게 강연 제안이 왔습니다.

교직 생활 10여 년. 그동안 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칠판 앞에 서서 나에게 집중하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처음엔 떨리고도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대중을 좌지우지하는 순발력과 재치대신 친절함과 아이들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내가 그들(학생들, 어린이들)보다 조금 먼저 알게 된 것들을 전달하며

그렇게 나는 ‘교사’로 살아왔고, 그 역할에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안은 조금 달랐습니다. 대상이 아이들이 아닌 ‘어른’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처음엔 긴장감이 앞섰습니다. 내가 과연 어른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제안은 단순히 ‘강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나에게 정말 잘 맞는 걸까?”

교사라는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역시 ‘어른’을 상대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마음은, 오랜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라왔던지도 모릅니다. 이번 강연 제안은 그런 내 마음의 갈피들을 조심스레 펼쳐보게 만든 계기였고, 어쩌면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지금 홍콩에 살고 있습니다.

만 10년이 넘었습니다. 이방인이지만 이곳이 일상이 되었고, 이국적인 풍경 속에 나의 삶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잠깐씩의 공백은 있었으나 꾸준히 교사로 살아왔습니다.


처음 이곳에 살러왔을 땐, 말도 문화도 풍경도,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나의 또 다른 고향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갖기 전에도, 지금처럼 엄마가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정 안에서도 한국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입장이 되었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딪히고 성장해 가는 그 여정 자체가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화려하거나 대단하진 않지만,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야기. 해외에서 교사로 살아온 시간들, 엄마로서의 고민, 한국어를 지키려는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고 성장해 온 나의 모습들을 천천히 꺼내어 보려 합니다.


이번 강연은, 내 삶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재는, 그 여정을 기록하는 나의 첫걸음입니다.


앞으로 열 편의 글을 통해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 고민과 설렘, 강연 당일의 떨림, 그리고 그 이후의 여운까지 차곡차곡 담아보려 합니다. 이 작은 기록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며, 지금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첫 단추를 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