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그 후

강연을 마친 소감과 이 행사를 통해 얻은 것들

by Young


와~ 끝났다!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느껴본다.


열심히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에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고, 후련했다!



교생 실습을 하거나 좀 큰 무대의 발표를 할 때도 떨리고, 그렇게까지 잘했는지 잘 모르겠고… 싶었던 기억들이 단편적으로 있는데 이번엔 담담하게 계획한 대로 다했다.


전반적으로 청중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출 생각을 없었으나 그래도 앞에 앉으신 분들이랑 간간이 눈이 맞았다. 그렇지만 수긍하는 표정, 혹은 내가 한 질문(사실 나는 내가 빨리 답을 말할 예정인)에 대한 답을 하는 청중들이라서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강연이 크게 떨리지 않았던 이유는 정말 내가 말하려는 내용이 나의 이야기이고 내가 두 달을 넘게 생각한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연습. 강연 전날 아침 혼자서 비디오 리허설, 그날 하루 종일 다시 달달 허공에 대고 외우고 고치고… 다시 저녁때 아들과 남편을 관객으로 두고 리허설을 한 게 유효했는지 목요일에 떨리던 마음과는 달리 강연 전날인 금요일 밤은 편안하게 잤다. (잠은 편히 잤으나 금요일 오후에 긴장과 피로가 겹쳐 예민하게 굴었다. 리허설 직전 저녁 ‘버섯’ 사건으로 짜증이 나서 틱틱대는 나를 아들이 유쾌한 농담으로 웃게 해 주었다. 언제 이렇게 큰 건지.. 그리고 내가 본이 되어야 하는데.. 기특하고 미안하고..)



강연 당일, 9시 반까지 와달라고 하셨지만 그보다 한 시간 더 일찍 강연장에 도착했다.

강연자들에게 오라고 한 시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그 전날부터 이미 준비가 시작된지라 거의 다 정비가 된 상태였다.

음향 체크, 카메라 세팅, 좌석 정리까지—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위해 애썼는지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인회와 영사관 관계자분들도 일찌감치 와 계셨다.

주최 측에서 리허설 때 녹화에 대한 양해를 구하셨는데, 참석은 어렵지만 ‘꼭 듣고 싶다’는 의견에 우선은 녹화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답은 하셨다면서도 강연자들이 찬성하면 녹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이미 이렇게까지 준비한 강연인데… 남편에게라도 폰으로 비디오를 찍으라고 할 작정이었기에… 조용히 침묵(의 긍정)했고, 다른 연사님들도 찬성하셨다.

그때 동의가 되어서 인지 녹화를 위한 마이크, 카메라 세팅등… 전문가 교민분께서 나보다 일찍 와서 준비 중이셨다.


처음엔 강연 장소가 너무 큰 ‘체육관’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

막상 서보니,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들었어도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는 녹화도, 스포트라이트도 더 이상 부담이 아니었다.

나는 드러나는 위치에 있었지만, 이 무대가 성립되기까지의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력들에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시상식 수상소감처럼, “스텝들의 노고”를 먼저 말하게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최 측에서 홍보에 열심이셔서인지 (한인회는 교민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소식지 모두에 포스터를 실었고, 토요학교는 학부모님들께 공지와 함께 신청 링크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셨다. 첫 강연자이신 박사님께서는 인쇄된 교민 신문을 펼치자 자신의 얼굴이 보여 덮었다며 부담스러워하셨지만, 나는 아마 그 종이 소식지를 봤으면 기념으로 한 부쯤 챙겼을 것 같다.) 나에게 강연 소식을 듣고 간만에 연락이 오는 분들이 있었다.


어떤 분은 강연 며칠 전 나에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꼭 가고 싶다”라고 조심스레 연락을 주셨고,

나는 “이미 남편도 오기로 했으니, 어차피 긴장하는 김에 많이 와서 들으시면 좋죠.” 하며 편하게 오시라고 이야기했다.


강연 당일엔 응원 문자가 이어졌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으로 지냈던 지인, 홍콩에서 알고 지내는 동생 등…

이웃으로 지냈던 지인분은 미국 교포인 남편과의 삶 속에서 한국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게 되었다던 분이다. 현재는 토요학교 교사가 되어, 학부모님들께 강연 소식을 전하며 반가운 내 이름을 봤다고 한다. 초등반은 수업을 해야 해서 오지 못하지만, 강연 잘하라고 화이팅 해주셨다.


강연을 마치고 나서도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한국학교 시절 4학년 담임을 맡았던 제자는 내가 이미 홍콩을 떠난 줄 알았는데 강연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스쳐간 줄만 알았던 인연들이 다시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네올 때, 그 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인회 과장님, 토요학교장님께서도 식사 제안을 해 주셨다.

제안을 받은 것도 좋지만, 나 또한 다른 강연자 님들과 한번 더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강연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내가 많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건 나에게 너무 공기 같은 존재라서… )

마지막엔 이 사람이 이야기로 마무리해야지…

남편

이 강연 제안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시부모님께 소식을 전할 때 굉장한 일인 것처럼 해서 내가 민망할 정도…

준비하는 동안 재택근무 일정도 조정해 가며 내가 사전모임, 리허설 등 편하게 참석하게 도와주었다.

리허설을 들어주고,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응원 외에도 내 강연 내용에 남편 이야기도 가져다 쓰려고 했는데

방향과 분량을 조율하면서, 아들 이야기는 두고 남편 이야기는 뺐다.

( 사실 남편은 트릴링구얼로서 이 강연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25분 안에 끝내기’라는 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다음을 기약했다.

언젠가 이 주제로 다시 강연할 기회가 온다면, 에피소드를 바꾸거나 추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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