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전 최종점검

리허설 및 앞풀이(?)

by Young

지난번 첫 모임처럼 주최 측 관계자 4분과 강연자 3명이 다시 모였다.​

강연 슬라이드 점검하고 내용만 살짝 소개하는 정도로 (즉 시늉만?)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진지한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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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조금 우려가 있었다.

첫 강연자이신 박사님은 현재 홍콩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신다.

행사의 주제인 ‘해외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강연회 – 언어, 뿌리, 그리고 미래’와 얼마나 맞을까, 솔직히 말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가 주최 측도 아니면서 이런 걱정을 한 건 좀 넘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연 리허설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박사님은 해외에서 높아지는 한국어의 위상, 우리말과 글이 가진 힘을 그동안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설득력 있게 풀어내셨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깃든 내공—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대본을 달달 외운 듯한 말투가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듣는 사람이 저절로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첫 번째로 리허설을 시작하신 박사님이 생각보다 너무 진짜 무대에서 처럼 리허설을 하시니

두 번째로 해야 하는 나는 급 걱정이 되었는데… 박사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집중해서 들었다.

솔직히 순간적으로는 주눅이 들기도 했다.

준비가 부족하진 않은데… 내공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리허설을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는 말이 편안하게 나왔다.

슬라이드를 넘기다 보니 어떤 말을 할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고..

그리고 어제 동생들에게 영상통화로 (시나리오 대본을 옆에 두고 하긴 했지만) 리허설을 해보고

말이 꼬이니 확실히 외워야 할 부분은 외워야겠다 싶어서 어젯밤 12시까지 외우다가 잔 것도 좀 유효한 것 같고,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나름 내가 치열하게 생각하여 저 먼 과거의 기억 속에서부터 끄집어낸 에피소드에 반응해 준 둘째 덕에 자신감도 얻었고,

말로 들으니 내가 어떤 것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좀 더 와닿고, 흐름도 지난주에 가지고 있던 그 시나리오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다고 한 막내동생의 피드백도 도움이 되었다.

(지난 주말에 막내에게 장장 10장에 달하는 나의 강연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어떤지 봐달라고 했는데 아들이야기 부분에서 과감하게 빼야 할 부분, 청자가 중고등학생들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더 낫지 않을까 등을 조언해 주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

세 번째 강연자님도 인상 깊었다.

낭독 강사로 활동 중이신데, 무려 5년간 낭독을 배우고

지금은 오디오북도 녹음하신다고 하셨다.

사내 아나운서 경험도 있으셔서 그런지, 목소리부터 남달랐다.

말하듯이, 때론 노래하듯이.

강약을 조절하고, 호흡을 두고, 운율을 살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셨다.

내용도 좋았지만, ‘말’이라는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넘쳤다.

강연 전에 오히려 세 번째 강연자님의 강의 내용을 들어서 나의 발성이나 강약조절, 말의 속도 조절, 멈추듯이 약간 여백을 줄 타이밍 등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보완할 부분은 있지만, 내일 연습을 좀 더 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분들이 나보다 인생경험도 많으시고, 무대경험이나 내공도 많으신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분들은 이분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시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비교말고 우리가 모여 더욱 좋은 조화를 이루는구나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최 측에서도 리허설이 꽤나 흡족하신 것 같다.

구상하셨던 대로라고, 흐름이 너무 좋다고.

생각보다 빡센 리허설 후 저녁식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는

이 행사가 성사된 배경 등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재외동포청에서 ‘다문화 가정의 정체성’을 위해 배정하는 예산으로 할 수 있는 행사로 한국 음식 만들기나 한국 문화 체험 같은 활동이 전개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중국에서는 그렇게 많이들 한다고) 이번에는 이렇게 강연회라는 행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덕분에 이렇게 강연 경험을 하게 되고.. 참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인가 보다.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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