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해외에서 ‘한국어’를 붙잡고 싶었던 한 엄마의 이야기

by Young


프롤로그


“아이의 말은 마음의 온도다.”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때만 해도, ‘언어’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문법을 설명하고, 글쓰기를 지도하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홍콩으로 이주해 교실 앞에 선 첫날, 그리고 엄마가 된 그날부터

언어는 제게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그건 단지 말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이어주는 감정의 끈이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제게 “엄마”라고 부르던 그 순간의 따뜻함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말 안에는 ‘사랑한다’는 뜻도, ‘여기 있다’는 확신도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아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자,

그 “엄마”라는 말 뒤에 조금씩 다른 온도가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digestive system 배웠어.”

“응? 뭐라고?”

“Digestive system. 소화하는 거 있잖아.”


그날, 저는 짧은 대화 하나에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소화기관’이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놀란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제 아들이 이미 두 개의 언어 세계를 넘나드는 아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낯설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또 한국인 엄마로서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한국어를 강조하면 영어가 흔들리고, 영어를 중시하면 한국어가 사라지는 듯한 이 줄다리기 속에서

저는 아이의 정체성과 언어의 균형 사이를 매일 오갔습니다.


그 여정의 기록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건 이중언어 교육의 매뉴얼이 아니라,

한 가족이 언어를 통해 자신들의 뿌리를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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