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VS 우리
홍콩에 와서 처음으로 맡았던 수업은
토요한국학교 6학년 반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첫 숙제를 냈죠.
“가족을 소개하는 글을 써오세요.”
다음 주, 아이들이 제출한 공책을 쌓아두고 하나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첫 문장은 이랬습니다.
“내 가족은 엄마, 아빠,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 다음 아이도, 또 다음 아이도 똑같이 시작했습니다.
‘내 가족은…’
크나큰 이질감에 저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모든 일기장을 살펴봤습니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내’ 가족, ‘내’ 엄마, ‘내’ 아빠라고 쓰여 있었어요.
한국에서 수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치던 제가 익숙한 표현은
‘우리 가족은’이었거든요.
한국어의 ‘우리’에는 함께함, 연결, 소속감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들은
“My family is…”를 먼저 떠올리고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해서 일기를 쓰는 거였죠.
그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외모로는 ‘한국인’이지만,
그들의 언어는 이미 다른 문화의 감각 위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요.
차리리 이것이 ‘틀린’ 것이라면 지도가 더 간단하지요.
하지만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닼
그 안에 담긴 정서의 결이 전혀 달랐습니다.
이렇게 첫 과제 점검에서
저는 내가 정말 다른 과업에 직면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초등 고학년 수업을 했고,
여기 토요 한국학교에서도 같은 나이대의 학생들에게
국어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겉으로는 비슷한 일이었지만 전혀 다른 수업이 되어야 했습니다.
저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성찰 여정이 시작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