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놀다’와 ‘케이크를 오려주세요’

언어 간섭의 귀여운 현실 이야기

by Young


홍콩 토요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한국어와 영어, 때로는 다른 언어가 뒤섞인 말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매우 생소한 조합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럴싸한 실수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동시에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축구를 놀다”라고 말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머릿속에는 ‘아, 이거 영어식 사고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영어로는 play soccer가 맞는데, 아이들은 단순히 영어 표현을 직역하여 한국어 문장에 끼워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아이는 생일 파티 후 케이크를 나누어먹을 차례가 되자 “케이크를 오려주세요”라고 했습니다. 만들기를 할 때 ‘종이를 오려주세요’라는 표현을 듣고 그때 사용된 ‘오려주세요’를 ‘cut’이라고 기억했고 이를 활용한 것이지요. 엉뚱한 연결이지만 한국어를 기억하고 활용하고자 한 그 아이가 기특했습니다. 말한 아이의 표정은 진지했고, 영어가 더 익숙한 주변 친구들도 그 말이 틀린 말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가 참 곤란합니다. 이것을 지적해서 바른 한국어를 알려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두어야 하는 것인지요. 실수를 지적받아 교정이 되는 효과보다는 수치심에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게 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지요.


저는 그래서 “틀렸다”라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래, 케이크 잘라줄까?” 하고 아이의 말에 대한 아무런 지적 없이 그냥 제가 동사를 교정하여 다시 말합니다. 아이들은 그것이 교정이 된 것인지 눈치를 못 챌 수도 있지만 눈치를 챈 아이들은 새로운 표현을 흡수했고, 다시 사용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아마 이번에 눈치를 못 챈 아이들도 여러 번 듣다 보면 흡수하게 되겠지요. 이런 작은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언어의 혼합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자리 잡게 됩니다.


가끔은 부모님께서도 “왜 아직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나요?”라고 걱정하시지만, 저는 아이들이 혼합 언어를 쓰는 과정 자체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드립니다. 언어 간섭은 아이들의 뇌가 두 언어를 동시에 관리하며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실수 뒤에 학습이 숨어 있는 신호인 셈입니다.


이런 순간들을 관찰하며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 하나하나가 ‘틀림’이 아니라, 익숙함의 문제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귀여운 실수 속에서, 아이들이 두 언어를 동시에 경험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축구를 놀다”와 “케이크를 오려주세요”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아이들의 언어 세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이자, 교사로서의 행복한 관찰 포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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