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음으로 닿는 마음

by 녀웃

조금 덜 말하고

조금 더 들어보면 좋겠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순간, 서로의 말 위에

자신의 말을 올리고 있을 때가 많다.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설명하려는 마음이 앞설 때,


듣는 시간은 짧아지고

말할 준비는 길어진다.


그래서 어떤 대화는

서로를 향하기보다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듣는다는 것은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는 일이다.


표현된 말뿐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망설임과

고르지 못한 호흡과

문장 사이의 멈춤까지

함께 머무는 시간.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사람은 설명되지 않은 부분까지

조금 더 안전하게 드러난다.


많이 말할수록

관계가 깊어질 것 같지만


관계는 종종

말이 줄어든 자리에서

더 단단해진다.


덜 말하는 태도는

침묵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해석하기 전에 머무르고,

판단하기 전에 듣고,

정리하기 전에 그대로 두는 것.


그럴 때 사람은

설득되지 않아도 되고

이해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말해도 괜찮은 자신으로

조금씩 나타난다.


그래서 관계에는

말의 양보다

들어준 시간의 밀도가 남는다.


조금 덜 말하고

조금 더 듣는다는 것은


대화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넓히는 일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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