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궁리인 Mar 08. 2023

조회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

이왕이면 재미있고 활기차게


 어느 날 아침, 지점 회의실에 떠들썩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스마트 워치가 당첨된 직원이 싱글벙글한다. 


 조회 진행자는 우람한 체구의 S대리였다. 준비물로 박스 하나를 가져오더니 슬슬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벤트 조회 테마는 자신의 취미인 인형 뽑기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가게 주인들이 ‘제발 그만 와달라’ 해서 새로운 점포를 찾는 것도 일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 취미 생활에 다들 놀라는 눈치다.


 마지막은 사은품 대방출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자신이 뽑기로 받은 것이란다. 외장하드, USB, 목쿠션 등 뜻하지 않은 선물에 직원들이 신나 한다. 예상치 못한 테마와 선물 덕분에 그날도 아침을 웃음과 활기로 시작할 수 있었다.  




 #1  오늘은 무슨 이야기일까


 십 수년 전, 부진 지점으로 발령받아 첫 출근을 하면서 고민이 컸다. 문득, 실적과 업무 중심의 지점 조회를 바꿔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딱딱한 업무 이야기에 ‘나도 내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직원들은 오죽할까? 이벤트 조회를 운영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금요일은 조회를 하지 않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이벤트 성격으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자유 주제로 10분 이내로 하기로 했다. 가급적 동료들에게 지식과 재미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운영 취지를 이야기했다.


 개인별로 1년에 2, 3번이니 큰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내심 잘 될까 하고 염려도 되었다. 성향과 직급이 다른 직원들이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할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알까기, 오목, 젠가 등 쉽고 익숙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한 달 정도 진행되니 직원들도 서서히 다양하고 수준 있는 테마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조회는 뭘까 하고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어느 직원은 지역의 숨은 명소와 맛집을 파워 포인트로 발표하며 자신의 취미를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직원은 찾아볼 만한 지역 축제를 월별로 보기 좋게 정리해서 발표한다. 지자체별로 많은 줄은 알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축제도 많았다.


 종이를 이용해 소품을 제작하는 재미와 함께 자신이 만든 작품을 나눠주는 직원도 있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인 그의 차분한 발표와 소품을 받고 즐거워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또 영업을 하던 남직원의 베란다 텃밭 꾸미기 이야기도 신선했다. 귤까지 수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수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관심 있는 몇몇이 방법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 덕분에 지점의 아침을 더 힘차고 활기차게 열 수 있었다.




 #2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업무 지원을 하던 어느 비정규직 직원의 발표였다. 좋아하는 팝송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장표 구성과 발표 스킬이 가장 뛰어나서 놀랐다. 


 깔끔한 업무처리로 영업 사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었는데 장표 하나에도 디테일이 잘 녹아 있었다.


 조용했던 그의 멋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잠재력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고, 본사에 적극 추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 호응으로 잘 정착한 이벤트 조회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았다.


 우선 발표자는 테마를 선정하고, 준비하는 과정,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모두 좋은 공부가 된다.


 또한, 지점이라 상대적으로 기회와 경험이 없었던 발표 능력과 자신감도 향상된다. 테마, 발표 시 반응 등 스스로 느낀 점은 다음 조회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조직 측면에서도 동료의 취미, 관심사에 대해 더 이해가 깊어져 이야깃거리도 많아진다.  발표 시의 호응과 참여로 활기차게 하루를 열어가니 지점의 분위기로 연결된다.

 어쩌면 지점장이 가장 수혜자였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 한 사람 직원들을 더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는 업무 분장 시에도 영감을 주어 영업 경험이 없던 직원을 과감히 발탁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다른 지점과 조회 운영방식을 다르게 한 이벤트 조회도 한몫 한 덕분인지, 연말에 1등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실적과 성과를 올리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구성원의 적절한 동기 유발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결과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현장의 조회도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등 과거의 유물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조회 자체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요즘의 세태와 세상에 걸맞게 방식과 내용을 더 진화해 나가자. 


 변화와 동기유발의 효과적인 툴이 될 수 있으니 적절히 활용해 보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제목 - 연합뉴스 #1 #2 – 픽사베이


#발표 #활기 #일터 #성장 #동료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이의 말과 행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