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궁리인 Mar 17. 2022

콜라보도 좋지만

"Manners maketh Man"

 

 타사와의 공동마케팅을 ‘협업', ‘마케팅’라 했는데, 최근에는 콜라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듯하다.

(콜라보 – collaboration :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작업하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주어진 재원에서 최고의 효과를 올려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콜라보 마케팅의 흐름은 업종과 영역을 불문하고 가속화되고 있다. 밀가루 업체와 맥주, 음료와 의류 기업 등 종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가 재미와 영감을 주고 있다.


곰표 맥주(왼) /코카콜라와 골프웨어 WAAC의 콜라보 (오)
박카스와 삼성생명의 콜라보


도시락 라면과 교원(교육 브랜드)의 콜라보


#1   기대되는 콜라보


 몇 년 전, A유통점과 콜라보 마케팅을 하게 되었다. 가전 가구 항공 요식 등 많은 업종과의 콜라보 경험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대감이 들었다.


 지점 관내에는 A유통점의 점포가 6곳 있었다. 비용은 전액 우리 회사 부담이었다. 판촉 행사 내용, 홍보 등 운영 전반에 대해 협의 차 각 점포를 돌았다.


 유통점의 점장들이 매너 있고 적극적이어서 더 의욕이 솟았다. 


 타깃 고객에 대한 데이터 지원과 고객 대상 이벤트 내용, 홍보 방법, 홍보물 비치 장소 등 밀도 있게 회의를 진행했다.

 

 점장들도 홍보 장소 등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확실히 말했,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을 올릴 기회라 그런지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 멘트까지 짜서 행사 안내 방송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섯 번째로 P점포를 20분 전에 도착해 매장을 둘러보았다. 점포 분위기나 행사 홍보물, 고객, 직원들도 볼 수 있고, 미팅 시 고객이나 여타 판촉행사 등으로 이야기를 풀 수 있어서 으레 약속 전에 여유 있게 방문했다.


 매장 규모가 컸는데 막상 와서 보니 생각보다 고객 연령층이 높았다. 아무래도 구도심이고 주거 밀집 지역이라 그런 듯했다. 고객을 감안해 배너, 전단 등 오프라인 홍보를 대폭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 특성을 화제로 미팅을 시작해야겠구나' 하고 5분 전에 약속 장소인 고객 데스크 앞으로 갔다.  



#2  콜라보의 관건

 


 약속시간 10분이 지나가는데, P점장이나 실무자가 안 나타나서 시간을 잘못 알았나 싶었다. 전화를 했다.


“예 과장님, B사 지점장입니다. 기다리고 있는데요.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후 담당 과장이 숨을 고르며 나타났다.


 "점장님 회의가 아직 안 끝나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했다.


속으로 '쫌 늦어지네...' 싶었다.


시간이 더 지나 20분이 흘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수많은 영업현장에서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언제 오시나요?" 물었다.


  담당 과장이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5분 내로는 오실 겁니다.”


 결국 30분이 다 돼서야 나타났다. 아! 점장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답이 나왔다. 사과는커녕 귀찮고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비쳤던 것이다.


 보통은, '늦어서 죄송하다'라고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일 텐데, 오히려 당당했다.


 담당 과장도 점장에게 뭔가 주눅 든 모습이었고, 겁먹은 눈초리였다. 점장이 한 마디 하면 금세 움츠러들었다.


 본사 차원의 콜라보 마케팅이니 화를 참으며,


 “고객이 많네요. 근처 C점포보다 훨씬 크군요” 라며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당연한 말로 화두를 던지니,


 “여기는 대형 점포라 C점포와는 비교도 안 돼요.” 슬쩍 비꼰다.


 그것도 몰랐나 하는 표정이다.


 '참, 갈수록 태산이네. 회의를 하자는 건지 원...' 


 행사 전반에 대해 결정해야 할 사항  어렵사리 몇 가지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딱한 표정과 내뱉는 말투가 회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불편하게 했다.

 

 자세한 사항은 실무선에서 얘기하자며 회의를 끝내자고 한다. 협의 과정에서 해당 점포 고객에 맞는 이벤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더 디테일한 행사 협의와 의사결정이 가능한데, 나도 더 얘기할 마음이 가셨다. 회의를 마치고 일어섰다.

 

 

 유통점에 상품 납품을 검토해달라 방문한 사람에게도 이런 행동은 결례일 텐, 하물며 공동 행사 협의차 찾아온 손님에게…, 시종일관 본인 중심이었다.


 애꿎은 담당 과장이 얼굴이 빨개져서 내 눈치를 살핀다.


점장님이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예. 수고하셨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분을 참느라 혼났다. 이런 무례한 경우도 드물었다. '그래 세상에는 다양한 이들이 있으니...'심호흡을 하고, 창밖을 보고 간신히 마음을 가라 앉혔다.



 

 다양한 업종과의 콜라보를 경험하면서 타깃 설정이나 이벤트 내용, 시기 등으로 예상보다 성과가 미흡한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정교한 준비와 디테일한 운영으로 전년 대비 300% 이상의 성과로 직원들과 크게 즐거워한 적도 있었다.


 성공했던 콜라보는 특히 파트너 간의 허심탄회한 의사소통과 지원체제가 잘 기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최적의 마케팅 방법을 찾아 적용하니 당연할 것이다. 원활한 파트너십은 콜라보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영업을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신의 그릇된 언행이 일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자신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마저 실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1  #2 - 픽사베이,


콜라보 마케팅 이미지: BHF리테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파이낸셜뉴스, 교원그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