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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Jun 08. 2022

텔레마케팅 이야기 1

"고소득의 비결"


 좋은 데이터 주세요


 보험 텔레마케팅 관련 일을 할 때 콜센터 텔레마케터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있었다. 제휴사 팀장이었지만 얼굴을 익히니 방문하는 센터마다,


 “다음 달에는 좋은 데이터 주세요” 한다. 아무래도 소득과 연결되니 전화했을 때 성공률이 높은 고객 데이터를 선호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한정되어 있고 지나친 마케팅은 하면 안 되니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10여 곳이 넘는 손해보험, 생명보험사와 제휴 마케팅을 하는 부서로, 콜센터에서 1천 명이 넘는 상담원이 고객에게 전화로 보험상품 소개와 계약을 하고 실적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현장 영업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콜센터도 자주 방문했는데, 대면영업 사무실과는 또 다른 열기와 전화음에 영업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임 제휴사 팀장과 다른 잦은 방문에 제휴 보험사 담당자나 콜센터 매니저는 처음에는 부담도 느낀 듯했지만 실적 독려보다는 콜센터 직원을 위한 정기적인 프로모션 등 영업지원 차원이라는 점을 알고 고마워했다. 나중에는 요청사항이나 업무제안도 스스럼없이 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영업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즐겁게 일했던 소중한 시기였다. 처음 경험하는 텔레마케팅 업무였지만 현장을 자주 가니 업무에 대한 이해와 현장의 고충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1  직접 들어봐야지


 텔레마케터들의 바람대로 그들이 원하는 고객 데이터만을 제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1천 명이 넘는 텔레마케터 중에서도 고소득자는 매월 탁월한 실적을 올렸고 상응하는 높은 소득을 올렸다. 어느 날 문득 그분들의 비결이 알고 싶었다.   


 “ K차장! 고소득자의 영업 방식과 노하우가 궁금한데, 상위 10위까지 화 녹취 데이터 좀 찾아봐줘”


 평소 업무 스킬에 관심이 많은 팀장 스타일을 아는지라, K차장도 취지를 이해하고 바로 준비하겠다고 한다.


 1천 명이 넘는 텔레마케터 중에서 상위 10위이니 0.1%로, 달인 중의 달인이라 ‘텔레마케팅 스킬이 얼마나 탁월할까?’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각각의 비결을 발굴해 일반 상담원에게까지 전파, 확산하면 꼭 좋은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시간을 내어 10명의 녹취 파일을 들어보았다. 텔레마케팅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정형화된 텔레마케팅 스킬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문자 그대로 10인 10색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범답안 같은 독보적인 영업 스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각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했지만 상품지식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영업 화법 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다. 연기자의 대본과 같은 상담 스크립트(script)를 토대로 수많은 전화영업 과정을 통해, 자신에 맞는 스타일로 영업 화법을 완성한 것이다. 역시 상담 전화를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2  자신만의 색깔이


 영업 고수들의 상담 내용을 들어보니 각자 자신만의 영업스킬과 노하우가 생생히 느껴졌다.


사례 1


 1, 2위를 다투던 생명보험사 K는 다소 투박하지만 저돌적인 면이 특징이었다. 고객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들으면서 ‘전화 도입 시점부터 끊지 않도록 해, 결국은 본인 페이스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이 상담원의 강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 2


 또, H상담원은 '고객을 부르는 존칭을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로 활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전화 상담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그는 4, 5 문장에 한 번씩 기분 좋게 들리는 적절한 존칭을 구사했다.


 “예, 사장님 이 상품으로 입원비와 치료비가 다 보장되고요” 하고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럼요.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 정확히 이해하시고 있네요” 하는 식으로 존칭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례 3


 조용한 성향의 A상담원의 경우는 전화를 들어보니 '호감 가는 차분한 목소리'가 비결이라고 바로 알 수 있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순수함마저 느끼게 하는 목소리가 이 상담원의 장점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례 4


 또 항상 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P상담원은 '신뢰감 가는 보험용어를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전문성을 어필'하면서 효과적으로 대화를 이어가 계약으로 이끌어가는 점이 강점이었다.




 사실 제휴사 입장에서 데이터 제공과 실적관리만 하면 되었지만 역시 상담전화를 직접 들어본 것은 큰 공부가 되었다. 상담원이 고객과 통화하는 것을 들어보며 생생한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과정을 보게 되었으니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콜을 계속 듣다 보니 상담원의 목표 달성 의지와 일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다른 상담원의 4,5 배 소득을 올리는 상위 0.1% 고소득자의 비결은 오늘 몇 건을 해내야겠다는 강한 목표의식과 자신만의 강점과 색깔을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어필한 영업 화법 아닐까?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1 #2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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