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이벤트

실전편 12

by 궁리인


문제없어야 하는데


활기찬 분위기 조성은 영업조직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어느 날 선임 영업소장인 P가 눈치를 살피며 들어온다.


“지점 관할 다섯 개 영업소 통합 봄나들이를 갔으면 해서요” 한다.


보통은 근교로 가서 좋은 음식에 환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영업 활성화 차원에서


“그래 그것도 좋겠네. 할 건 해야지! 장소는 어디인데?” 하니,


“이번에는 좀 멀리 가보자 하네요” 하면서, 도(道) 경계를 넘어 바닷가로 갔으면 한단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계획을 잡아 보라고 했다.



#1 가벼운 마음으로


며칠 후 일정표를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버스를 대절해 거의 두 시간 정도 타 지역 바닷가로 가서 식사하고, 이후에는 유람선을 타는 일정이었다.


의욕을 보이는데 제동을 걸 수도 없고, 영업사원들도 원한다고 하니,


“그래 오랜만인데,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준비 잘해봐” 했다.


대다수가 주부들이라 그런지, 실제 참여인원은 전체의 30% 정도였다. 처음 가는 장거리 봄나들이라 들뜬 얼굴로 싱글벙글한다.


즐거운 분위기로 늦은 점심을 하고 선착장으로 갔다. 오후인데도 의외로 많은 중장년이 유람선에 승선해 있어서 놀랐다.


이유가 있었다. 유람선에 춤출 수 있는 나이트가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근처 바닷가를 한 시간 반 남짓 돌았는데, 사실 주목적은 나이트 운영인 듯했다.


익숙한 7080 노래와 팝으로 외국인 밴드가 무대에서 흥을 돋우었다. 반짝이는 사이키 조명이 도심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복사판이었다. 생소한 경험과 이질감에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배가 출항하며 음악이 흐르자, 소위 꾼들로 보이는 이들이 우르르 무대 앞으로 나가면서 몸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영업사원들도 몇몇이 먼저 하나 둘 손을 이끌며 앞으로 나간다. 대다수는 멋쩍어하며 서로 눈치를 본다. 두세 곡 연주되고 시간이 흐르자, 슬슬 적응되는지 어색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2 불편하게 돌아오다

어느새 수십 명이나 되는 영업사원이 무대로 나가 즐기는데, 어디서 인가? 노는 한량인지 제비족인지 득달 같이 달려든다. 블루스를 추자면서 수작을 걸거나 추파를 던졌다.


순간 경계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왜 이런 곳을 잡았지? 문제없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됐다.


그 와중에 뜬금없이, 얼굴도 거의 못 본 영업사원 한 명이 내 손을 잡아 끈다. 앞에 나가서 같이 춤을 추자 한다. 참으로 난감했다.


‘기분은 맞춰줘야 하고, 다들 문제없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데 이 상황에..., 내키지 않아 쭈뼛대는 나를 보고 그 영업사원이 한 소리 한다.


“지점장이 뭐 그래요? 분위기도 못 맞추고?” 한다.


순간 멍했다.


“허허 참 이거, 예 예” 하면서도,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슬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어서 빨리 버스에 태워야지 하는데, 뜻밖에 사태가 일어났다.


배에서 하선을 하는데 갑자기 오뉴월 쉬파리처럼 몇몇이 따라온다. 좀 더 놀자고 우리 영업사원들의 손을 잡는다.


어떤 이는 “왜 훼방을 놓냐?”라고 술 취한 목소리로 노려봤다. 손을 붙들고 더 놀자고 잡아당기는 이들을 옥신각신 끝에 간신히 떼어놓고 버스에 올랐다.


...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별일 없이 마무리됐다.


다들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잘 풀었다는 분위기였다. 버스 안은 풀리지 않은 흥분과 즐거움의 여운으로 시끌벅적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 때론 이런 이벤트도 필요하겠지.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다. 그럼 됐어’ 하고 생각했다.



이벤트는 영업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 요소다. 스트레스가 심한 영업사원들이 충전하고, 활력을 얻도록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단, 사람이 많고 시간이 길면 예상 못한 사건이나 사고 등 운영 리스크는 커지는 법. 매사 만전을 기해 이벤트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벤트의 콘셉트, 내용, 운영방식 등 기획부터 실행까지 섬세한 운영이 중요하다.



야외에서 계절을 만끽하고, 해방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품위 있는 장소에서의 우아한 식사와 품격 있고 흥미진진한 강연도 효과적이다. 운영도 부담 없고, 영업사원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 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연극, 영화 관람 등 문화 이벤트가 훨씬 알차고 풍성할 때가 많다. 관람 이후 경품 행사 등으로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하나씩 경품을 받아가게 해서 가족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제목 #1 #2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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