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이번에 캄보디아로 출장갈 기회가 생겨서, 내심 기뻤다. 캄보디아 체스를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캄보디아 체스에 대해서는 2개의 버전이 알려져 있다. 그 중 하나는 현재의 타이 체스와 같은 체스이고, 다른 하나는 면이 아닌, 선으로 움직이는 체스이다. 다만 이 체스는 현재에는 증언자와 증거 모두 소실된 상황이다. 이 두번째 체스는 무언가 인도/서양 체스와 중국/한국 장기의 중간지대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번 출장시에 이와 관련해서도 한번 조사해볼 참이었다.
모든 만나는 사람마다. 체스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들 체스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고 있었다. 대개 어릴 때 두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체스를 알고 있느냐고 하면, 타이체스와 같은 형태의 체스를 설명한다. 타이에서는 이를 가리켜 '막룩'이라고 하는데, 캄보디아에서는 그냥 '옥'이라고 하였다.
일요일날 여행자들이 물건을 사는 시장인, 일명 '러시안 마켓'으로 무작정 갔다. 거기서 유희용품점을 찾았다. 한 20분쯤 돌아다니니까, 뒷쪽에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가게에는 다음과 같은 체스를 팔고 있었다. 이것은 서양체스이지만, 중국인의 복식을 한 체스이었다. 캄보디아의 체스를 원한다고 하니까, 가져다 주었는데, 아쉽게도 판은 없었다.
처음에 상인이 15불을 불렀는데, 나는 현지인에게 들은 정보가 있어서, 3불을 불렀다. 그러자 이 물건은 현지인이 이야기 한 것보다는 고급이라고 하면서, 10불을 부르길래 5불로 올려주었다. 그러자 상인은 7불하자고 하였다. 나는 판이 없는 것이 안타까와서,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5불을 다시 불렀다. 상인은 한번 더 6불을 불렀는데, 내가 워낙 완강하니, 그냥 5불에 낙착되었다. 이것이 내가 사서 호텔 탁자에 올려놓은 캄보디아 체스 '옥'이다.
한국에 오니, 그간 내가 구입하였던 체스 관련 물품들이 너무나 대견스럽다.
1) 이것은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두던 체스판이다. 아마 2006년경 한국 마트에서 산 것이다. 자기력이 있어, 사용하기에 편한 체스판이다.
2) 이것은 2006년경 러시아 출장길에 모스크바 근교의 유적지에서 리어카상 아줌마로부터 산 것이다. 자꾸 넘어져서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기물의 밑에 동전을 붙여놓았다.
3) 2011년경 일본의 도쿄로 출장을 가게 되어, 호텔 근처의 잡동사니 파는 가게에서 산 쇼기 자석판이다.
4) 2011년경 일본 토쿄에서, 아마도 큰 마트에서 쇼기를 찾아 구입하였다. 제대로 된 쇼기를 구입하게 되어서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5) 2011년경 중국 청뚜(성도)에 출장 갔을 때, 대형마트에서 중국장기인 샹치를 샀다. 아쉬운 것은 판이 비닐로 그려진 것이라는 점이다. 쇼기와 샹치를 모두 보유하게 되니 정말로 감격스러웠다.
6) 이제 올해 들어 드디어 남방 장기인 캄보디아 체스 [옥]의 기물도 보유하게 되었다. 역시 아쉬운 점은 판이 없다는 점이다. 판을 사기 위해서, 최대의 쇼핑몰인 이온몰에 가보았는데도 없었다. 아마도 태국에 갈 일이 있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일단 러시아 체스판 위에 기물을 배치해보았다. 체스판에 대각선으로 그어진 것은 미얀마체스를 시험삼아 두어보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다.
7) 다음은 아이들과 즐겨 두는 나의 한국장기판이다. 역시 장기는 우리 장기가 제맛이다. 특히 우리 장기에는 상의 치밀함과 포의 호쾌함이 있어 나는 좋다.
또 어느 나라를 방문할지 모르나, 나는 언제나 그곳의 장기(체스)를 찾아보는 즐거움에 가슴 설렌다.
(2015. 7. 6. [쓰지 않는 배: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