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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음악이론

챗선생

by 조영필 Zho YP

피타고라스 이전과 이후의 음악 이론을 나누는 것은 피타고라스 학파가 음악 이론에 미친 혁명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 이전에는 음악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반면, 이들은 수학적 비율을 통해 음악적 음정과 조화의 원리를 설명하려 시도했습니다.


피타고라스 이전의 음악 이론:

피타고라스 이전 시대의 음악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단편적입니다. 고대 문명에서 음악은 주로 종교 의식, 축제, 노동요, 서사시 낭송 등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음악: 당시의 음악은 주로 구전으로 전승되었으며, 연주자들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특정한 음높이 체계나 음정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악기의 발달: 리라, 아울로스 등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었지만, 이들의 구조와 음높이 조절 방식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초보적인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음악의 사회적 기능: 음악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 자체의 구조나 원리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은 미미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음악 이론:

피타고라스 학파는 음악 이론에 수학적 원리를 도입하여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음악적 음정, 특히 협화음정이 현의 길이의 단순한 정수비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정의 수학적 정의: 피타고라스는 현의 길이를 1/2로 줄이면 옥타브 높은 음이 나고, 2/3로 줄이면 완전 5도, 3/4로 줄이면 완전 4도 음정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정수비(2:1, 3:2, 4:3)로 표현되는 음정을 협화음정으로 규정하고 음악적 조화의 근본 원리로 보았습니다.


피타고라스 음계: 피타고라스는 완전 5도 음정을 계속 쌓아 올려 음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서양 음악 음계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천구의 음악 (Musica Mundana)": 피타고라스 학파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가 수학적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으며, 음악 역시 이러한 우주적 조화의 반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성들의 운동 또한 특정한 음높이를 가진 음악으로 이해하는 독특한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음악의 윤리적 의미 (에토스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후대 철학자들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영향을 받아 음악이 인간의 성격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특정한 선법(음계의 종류)이 특정한 감정이나 윤리적 특성을 유발한다고 믿었습니다.


피타고라스 이후의 음악 이론:

피타고라스 학파의 음악 이론은 이후 서양 음악 이론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음악 이론의 학문적 발전: 피타고라스의 아이디어는 후대 학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하고 체계화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크세누스, 프톨레마이오스 등은 음높이 체계와 음악적 구조에 대한 더욱 상세한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중세 음악 이론: 중세 시대의 음악 이론은 피타고라스 음계와 고대 그리스의 선법 개념을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귀도 다레초는 음계명을 고안하는 등 음악 교육과 표기법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르네상스 시대에는 순정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피타고라스 음계의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이후: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조성에서 자유로운 조바꿈을 가능하게 하는 평균율이 등장하면서 피타고라스 음계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그의 음악 이론이 서양 음악의 기초를 놓았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현대 음악 이론 역시 음정, 음계, 화성 등의 기본 개념에서 피타고라스의 유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타고라스 이전의 음악은 주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형태였지만,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적 비율을 통해 음악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이들의 음악 이론은 이후 서양 음악 이론 발전의 토대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요 음악 이론가들의 사상은 서양 음악 이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부터 중세의 귀도 다레초에 이르기까지, 각 이론가들은 독자적인 관점과 방법론으로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고 체계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주요 음악 이론가들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타고라스 학파 (기원전 6세기경)

핵심 사상: "만물은 수이다(All is number)." 우주의 질서와 조화는 수학적 비율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음악 역시 이러한 우주적 조화의 반영으로 이해했습니다.


주요 업적

음정의 수학적 정의: 현의 길이의 단순한 정수비(2:1, 3:2, 4:3 등)가 협화음정을 결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옥타브(2:1), 완전 5도(3:2), 완전 4도(4:3) 등의 협화음정을 수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피타고라스 음계: 완전 5도를 기준으로 음정을 쌓아 올려 음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서양 음악 음계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천구의 음악 (Musica Mundana): 우주의 행성 운동이 수학적 비율에 따라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상상했습니다.


영향: 서양 음악 이론의 기초를 놓았으며, 이후 음악가와 이론가들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학적 비율을 통한 음악 분석의 전통을 확립했습니다.


2. 아리스토크세누스 (Aristoxenus, 기원전 4세기경)

핵심 사상: 음악의 이론은 실제 음악적 경험과 청각적 지각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학적 비율 중심의 이론을 비판하며, 훈련된 귀를 통한 음정 인식을 강조했습니다.


주요 업적

음정의 심리적-생리적 이해: 음정을 단순히 수학적 비율이 아닌, 인간의 청각적 경험으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음계와 선법 이론 체계화: 그리스 음계와 다양한 선법(mode)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설명했습니다. 테트라코드(tetrachord)를 음계 구성의 기본 단위로 제시했습니다.

리듬 이론: 음악의 리듬을 시간적 단위(arsis: 올림, thesis: 내림)로 설명하며 박(beat)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시의 운율과 음악의 리듬 간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영향: 음악 이론을 실제 음악과 인간의 경험에 더 가깝게 접근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음계와 선법 이론은 중세 음악 이론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3.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aeus, 2세기경)

핵심 사상: 천문학, 점성술,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긴 학자이지만, 음악 이론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는 피타고라스 학파와 아리스토크세누스의 이론을 종합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주요 업적

《화성론 (Harmonics)》: 고대 그리스의 음악 이론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한 저서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비율과 아리스토크세누스의 청각적 인식을 모두 고려하여 음정과 음계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7개의 주요 선법 체계화: 고대 그리스 선법을 7가지로 명확하게 체계화하여 후대 음악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음악과 우주의 조화: 피타고라스의 "천구의 음악" 사상을 발전시켜 천체의 운동과 음악적 음정 간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영향: 그의 저서는 중세 시대까지 권위를 인정받으며 음악 이론 교육의 중요한 교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스 선법 체계는 중세 교회 음악의 선법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4. 귀도 다레초 (Guido d'Arezzo, 992년경 ~ 1050년)

핵심 사상: 음악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악보를 통해 음악을 보다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주요 업적

계명창 (Solmization): 성 요한 찬가 "Ut queant laxis"의 각 구절 첫 음절(Ut, Re, Mi, Fa, Sol, La)을 따서 음의 이름을 지정하는 계명창 체계를 확립했습니다. 이는 음악 교육의 혁신적인 발전이었으며, 오늘날의 "도-레-미" 체계의 기원입니다. (훗날 "Ut"은 발음하기 쉬운 "Do"로, "Si"가 추가되었습니다.)

4선보 (Tetragram): 음의 높낮이를 보다 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해 선을 사용하여 악보를 그리는 방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초기에는 1선 또는 2선보를 사용했지만, 4선보를 표준화하여 중세 음악 표기법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영향: 그의 계명창과 악보 표기법은 음악 교육과 악보의 보급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현대 음악 교육과 악보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음악 이론가들이 서양 음악 이론 발전에 기여했지만, 위에 언급된 인물들은 특히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고 후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인물들로 평가받습니다. 그들의 사상은 각 시대의 음악적 필요와 철학적 배경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 온 서양 음악 이론의 풍부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동아시아 음악이론과 음악이론가들


서양 음악이론과 동아시아 음악이론은 그 뿌리와 발전 과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서양 음악이론이 주로 화성, 대위법, 조성 등 수직적이고 논리적인 체계에 집중하는 반면, 동아시아 음악이론은 멜로디, 음색, 리듬, 그리고 음양오행 사상과 같은 철학적 개념과의 결합을 중시하며 발전해왔습니다. 동아시아 음악이론은 각 지역의 문화, 철학, 역사적 배경이 깊이 스며들어 있어, 서양의 그것과는 다른 독자적인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음악이론: 율려(律呂)와 음양오행

중국 음악이론은 동아시아 음악이론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며, 율려(律呂) 체계를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율려는 12개의 음정(반음)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서양의 12반음과는 다른 독자적인 계산법과 철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이 음악에 깊이 반영되어 각 음정이 자연의 현상이나 우주의 질서와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주요 음악이론가로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관자(管子):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관자(管子)』 중 "지수(地數)" 편에 율려의 발생 원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경방(京房): 한(漢)나라의 역학자로, 율려를 수학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하여 **육십율(六十律)**이라는 율명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서양의 평균율과는 다른, 자연 배음열에 기반을 둔 복잡한 율 체계입니다.


채옹(蔡邕): 후한(後漢)의 학자로, 『월령장구(月令章句)』를 저술하여 율려와 오행 사상을 결부시키고, 악기의 제작 원리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주재육(朱載堉): 명(明)나라의 학자로, **평균율(平均律)**을 최초로 이론화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서양에서 평균율이 정립되기 훨씬 전인 16세기 말에 수학적 계산을 통해 12율 평균율을 제시했으며, 이는 동서양 음악 교류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 음악이론: 아악(雅樂)과 향악(鄕樂)

한국 음악이론은 중국의 율려 사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고유의 음악 전통인 **향악(鄕樂)**과의 조화를 통해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궁중 음악인 **아악(雅樂)**은 중국의 율려를 기반으로 하여 엄격한 이론 체계를 갖추었으나, 민간의 향악은 그 자체의 리듬과 선율적 특징을 발전시켰습니다.


주요 음악이론가 및 저서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박연(朴堧): 조선 세종대의 음악가로, 아악 정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중국의 율려 이론을 깊이 연구하여 아악을 재정비하고 악기 제작 및 음정 조율에 대한 이론을 확립했습니다.


성현(成俔): 조선 성종대의 문신이자 음악가로, 『악학궤범(樂學軌範)』을 편찬했습니다. 이 책은 아악, 당악(唐樂), 향악 등 당시의 다양한 음악 이론, 악보, 악기, 의례 등을 총망라한 조선 시대 음악의 백과사전적인 저서로, 한국 음악이론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유악(柳樂): 조선 후기 문신으로, 『악설(樂說)』을 저술하여 당시의 음악 비평과 이론적 고찰을 담았습니다.


일본 음악이론: 가가쿠(雅楽)와 음계

일본 음악이론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으나, **가가쿠(雅楽)**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발전 양상을 보입니다. 가가쿠는 아시아 대륙에서 유입된 음악을 일본화한 것으로, 특유의 음계와 연주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훈초(教訓抄)』: 가마쿠라 시대에 고마노 지카자네(狛近眞)가 저술한 책으로, 가가쿠의 역사, 악기, 연주법, 이론 등을 상세히 기록하여 가가쿠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동아시아 음악이론은 서양의 음악이론과는 다른 맥락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각 지역의 문화적, 철학적 배경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율려, 음양오행 사상, 그리고 각국의 고유한 음계와 연주법에 대한 이론적 탐구는 동아시아 음악의 심오함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동아시아의 악보 체계는 단일한 창안자가 있다고 보기보다는, 각 문화권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왔습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독창적인 악보들이 존재하며, 일본은 이들 악보의 영향을 받아 자국 음악에 맞게 변용, 발전시켰습니다.


1. 중국 악보

중국은 동아시아 음악이론의 시초이자 중심지로서 다양한 형태의 악보를 발전시켰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악보에 대한 기록은 서한(西漢)시대에 편찬된 **『예기(禮記)』**의 "투호(投壺)"항에 노고(魯鼓)와 설고(薛鼓)의 보식(譜式)이 언급된 것을 최초로 봅니다. 하지만 이는 현대적인 의미의 악보라기보다는 간략한 연주 지시나 리듬 패턴을 나타내는 것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문자보(文字譜): 중국 악보의 주류는 문자보입니다. 음의 높이를 나타내는 문자를 사용하여 기보하는 방식으로, 서양의 계명창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공척보(工尺譜): 가장 널리 사용된 문자보 중 하나로, '工', '尺' 등 특정 한자를 음높이에 대응시켜 표기합니다. 10자 공척보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율자보(律字譜): 율명(律名)을 사용하여 음높이를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고금보(古琴譜): 고금을 위한 악보로, 특정 손가락으로 현을 누르는 위치와 주법을 문자로 자세히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음의 높이보다는 연주법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타블라처(Tablature) 형태입니다. 당나라 시대의 **둔황 비파보(敦煌琵琶譜)**는 비파의 주법을 기록한 고대 악보 중 하나입니다.


중국 악보의 창안자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음악가와 이론가들이 각자의 기보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2. 한국 악보

한국은 중국의 악보를 받아들이면서도, 특히 세종대왕 시대에 향악(鄕樂)의 특징을 반영한 독창적인 악보를 창안했습니다.


정간보(井間譜): 한국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악보 중 하나로, **세종대왕(世宗大王)**이 창안했습니다. 특징: 네모난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칸에 율명(음이름)이나 다른 기보법(합자보, 육보 등)을 기입하여 **음의 높이와 길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도록 고안된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有量樂譜)**입니다. 즉, 서양의 오선보처럼 음의 지속 시간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습니다. 의의: 기존의 음의 높이만 나타내던 문자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잡한 한국 음악의 리듬과 선율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한 획기적인 발명입니다. 『세종실록』에 실린 『세종실록악보』가 정간보로 표기된 최초의 악보집입니다.


세종대왕 외에도 여러 음악가와 학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악보 개발과 정비에 참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악학궤범(樂學軌範)**에는 율자보, 공척보 등 다양한 기보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3. 일본 악보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아 가가쿠(雅楽) 등 궁중 음악을 발전시켰고, 이에 맞는 악보를 사용했습니다.


후에보(笛譜): 피리 등 관악기 악보로, 각 악기의 구멍을 막거나 여는 것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문자를 사용합니다.


샤미센보(三味線譜): 샤미센 악보로, 현을 짚는 위치와 타현법 등을 문자로 표기합니다.


고토보(箏譜): 고토 악보로, 현의 번호와 뜯는 법 등을 나타냅니다.


일본 또한 악보의 창안자를 특정하기보다는, 음악 전통과 악기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보법이 진화했습니다. 특히 '교훈초(教訓抄)'와 같은 문헌을 통해 당시의 악보 체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의 악보는 특정 한 명의 인물이 창안했다기보다는, 각 시대와 지역의 음악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온 결과물입니다. 특히 한국의 정간보는 세종대왕에 의해 음의 높이와 길이를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혁신적인 유량악보로 창안되어 동아시아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인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이슬람, 이란), 남미 지역의 음악 이론 또한 서양이나 동아시아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각 지역의 문화, 종교, 철학적 배경이 깊이 반영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인도 음악이론: 라가(Raga)와 탈라(Tala)

인도 음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정교한 음악 체계 중 하나로 꼽힙니다. **라가(Raga)**와 **탈라(Tala)**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이는 단순한 음계나 리듬을 넘어선 복합적인 이론적 틀을 제시합니다.


라가(Raga): 인도의 선법(멜로디 형태)으로, 단순한 음계를 넘어 특정 음정들의 배열, 강조되는 음, 장식음(가마카, Gamaka)의 사용, 그리고 감정(라사, Rasa)이나 특정 시간대, 계절과의 연관성을 포함합니다. 각 라가는 고유한 분위기와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즉흥 연주의 기초가 됩니다. 상행과 하행 음계가 다를 수도 있고, 특정 음을 강하게 연주하여 라가의 종류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전조(轉調)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탈라(Tala): 인도의 리듬 체계로, 정교한 박자 주기를 의미합니다. 수많은 탈라가 존재하며, 각 탈라는 정해진 수의 박자(beats)와 이들이 어떻게 섹션으로 나뉘는지를 규정합니다. 연주자들은 이 탈라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리듬을 즉흥 연주합니다.


주요 이론가 및 저서

나랴다(Narada): 고대 인도 음악 이론가로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저서 『나라디아 시크샤(Naradya Shiksha)』에서 신성 음악과 세속 음악의 관계를 탐구했다고 전해집니다.


바라타 무니(Bharata Muni): 기원후 2~3세기경의 학자로 추정되며, 『나티아샤스트라(Natya Shastra)』를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연극, 춤, 음악 등을 포괄하는 고대 인도의 예술 이론서로, 슈루티(Shrutis, 미분음), 스와라스(Svaras, 음표), 감정(Rasa)과 음악의 관계 등 고대 인도 음악 이론의 핵심 요소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음악이론

고대 이집트 음악은 종교 의식, 장례 의식,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문명 초기부터 하프, 리라, 타악기, 피리 등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었으며, 벽화 등을 통해 음악 활동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계와 모드: 5음 음계(펜타토닉 스케일)와 7음 음계(다이어토닉 스케일)가 함께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프리지아 선법(Phrygian scale)을 비롯한 다양한 모드(선법)를 사용하여 불협화음과 긴장감을 표현했습니다.


음악의 우주적 질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음악을 마아트(Ma'at)라는 우주적 조화와 균형의 개념과 연결시켰습니다. 음악이 신과의 소통 수단이자 우주의 질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기보법: 정확한 악보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손짓(키로노미, chironomy)을 통한 일종의 기보 시스템이 존재하여 음높이의 변화를 나타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음악 이론에 대한 자세한 문헌 기록은 부족하지만, 남아있는 유물과 그림을 통해 그 음악적 개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이슬람, 이란) 음악이론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 음악 또한 오랜 역사를 가집니다. 특히 이슬람 황금기에 이르러 그리스 음악 이론을 수용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며 정교한 이론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음악이론

점토판 기록: 수천 개의 점토판이 남아있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음악 이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현악기 조율법에 대한 지침을 담은 점토판도 발견되었습니다.


음계와 간격: 5음 음계와 7음 음계(다이어토닉 스케일)를 사용했으며, 옥타브를 포함한 음정의 개념과 5도권(circle of fifths)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 음정(예: 3온음, tritone)을 '불순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음악이론 (중세 이후)

이슬람 음악 이론은 그리스의 음악 이론, 특히 피타고라스의 음향 이론을 계승하면서도 아랍-페르시아 지역의 독자적인 음악 전통과 결합하여 발전했습니다.


마캄(Maqam): 이슬람 음악의 핵심 선율 체계입니다. 라가와 유사하게 특정 음정 배열, 선율 패턴, 감정적 특징을 가지며, 즉흥 연주의 기초가 됩니다. 마캄은 단순한 음계를 넘어 서양의 조성보다 훨씬 미묘하고 다양한 선율적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카(Iqa'at) / 오잔(Awzan): 이슬람 음악의 리듬 체계로, 복잡하고 다양한 리듬 패턴을 포함합니다. 각 이카는 정해진 박자 수와 강조되는 위치를 가집니다.


음정 이론: 우드(Oud)와 같은 현악기에 음의 수리적 비율을 반영하여 눈금을 새겨 넣는 등, 음높이와 음정 간의 수학적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었습니다. 9율(九律) 등 독자적인 율 체계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주요 음악이론가:

알-파라비(Al-Farabi): 9~10세기 학자로, 『음악 대전(Kitab al-Musiqa al-Kabir)』을 저술하여 그리스 음악 이론과 당시 이슬람 음악 이론을 집대성했습니다. 음향학, 음정 이론, 악기론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븐 시나(Ibn Sina): 10~11세기 페르시아의 박식가로, 그의 의학 백과사전인 『의학 정전(Canon of Medicine)』에 음악 이론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피 알-딘 알-우르마비(Safi al-Din al-Urmawi): 13세기 음악 이론가로, 『음악 예술에 관한 서적(Kitab al-Adwar)』을 저술하여 12마캄 체계와 이카 이론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란 음악이론

이란 음악은 이슬람 음악의 큰 줄기 안에 있지만, 페르시아 고유의 전통과 깊이 연결되어 독자적인 특색을 가집니다.


다스트가(Dastgah): 이란 전통 음악의 선법 체계로, 마캄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12개의 주요 다스트가가 있으며, 각 다스트가는 특정 음계, 선율 모티브, 감정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스트가 내에는 다양한 구쉐(Gusheh)라는 짧은 선율 조각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듬: 이란 음악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리듬 패턴을 사용하며, 즉흥 연주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남미 음악이론 (원주민, 라틴 아메리카)

남미 음악은 유럽(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그리고 원주민 문화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전통을 형성했습니다. 특히 원주민 음악은 고유한 음악 이론적 특징을 가집니다.


안데스 음악: 잉카 문명을 비롯한 안데스 지역 원주민 음악은 **5음 음계(펜타토닉 스케일)**를 주로 사용합니다. 케나(quena, 피리), 삼포냐(zampoña, 팬파이프), 차랑고(charango, 현악기)와 같은 고유 악기들이 특징적이며, 자연과의 교감, 공동체 의식, 종교적 의례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호켓(hocket) 방식처럼 두 사람이 한 음씩 번갈아 연주하는 기법도 사용됩니다.


리듬의 중요성: 아프리카의 영향으로 라틴 아메리카 음악은 강렬하고 복잡한 리듬을 중시합니다. 싱코페이션(당김음)을 자주 사용하여 역동적인 느낌을 주며,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패턴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즉흥 연주: 많은 남미 음악 장르에서 즉흥 연주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재즈의 영향을 받은 살사나 브라질의 쇼루(Choro) 등에서 복잡한 코드 진행 위에 멜로디 즉흥 연주가 이루어집니다.


음악과 의례/사회: 많은 원주민 문화에서 음악은 단순히 예술이 아니라 종교 의식, 축제, 치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악 이론은 이러한 기능적 맥락 속에서 발전했습니다.


남미 원주민 음악은 대부분 구전으로 전승되었기 때문에 서양이나 동아시아처럼 명확히 정리된 문자화된 '음악 이론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적 관행과 악기, 연주 방식 자체에 독특한 음악적 개념과 이론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 각지의 음악 이론은 해당 지역의 역사, 철학, 종교,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