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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의 가르침

by 조영필 Zho YP

출처: 전민일보, 2015.6.29.


황보밀(皇甫謐)이 지은 「고사전」을 보면, 「도덕경(道德經)」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자(老子)의 스승인 상용(商容)이 늙고 병들어 곧 숨을 거두려고 하자, 노자가 스승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요청했습니다.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쳐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제자의 요청에 스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물었습니다.


“고향을 지나갈 때는 수레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걸 알겠느냐?”


노자는 엉뚱하게 보이는 스승의 말을 듣더니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네, 선생님! 어디에 살더라도 고향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시지요. 옛것도 잊지 말고요.”


“높다란 나무 밑을 지날 때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야 하는 것도 알겠지?”


“네, 선생님! 어른을 공경하라는 말씀이시지요?”


종종걸음은 어른이나 임금님 앞을 지날 적에 발걸음 폭을 짧게 해서 걷는 걸음걸음입니다. 높은 나무는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나무이니, 높은 나무 밑을 지나갈 때 종종걸음으로 가라는 스승의 말씀은 윗사람 공경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스승이 입을 크게 벌리면서 물었습니다.


“내 입속을 보거라. 내 혀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선생님!”


“그럼, 내 이도 있느냐?”


스승 상용은 나이가 너무 많았기에 이는 다 빠지고 없는 합죽이었습니다.


“다 빠지고 없는데요. 선생님!”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이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없어지지만, 혀처럼 부드럽고 약한 것은 남아있다는 말씀 아닌가요?”


그러자 스승은 한 번 더 노자를 처다 보더니 돌아누우면서 “천하의 일이 다 그러하니라.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는 잠자는 듯이 고요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장례를 정성스럽게 마친 노자는 스승에게 들은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두었습니다.


부드럽고 약한 게 강하고 단단한 것을 반드시 이긴다.(柔弱必勝强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