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이 선생(李先生)
고아원에서 자라 서울대학을 나온
이 선생
그의 아이는 싸리나무 가지에서 가시 하나 베어물어
내 코 위에 얹어놓고선
코뿔소 장난을 하잔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를 맞아 山房식구들 빙 둘러앉아
서로의 가슴심지 밝혀볼 때면
50年代 그의 전설스런 유년에
바닥 보이지 않는 밤은 깊어가고
바닥 보이지 않는 웃음이 풀려나오고
고생이 말해주는 까아만 피부와
깡마른 어깨
아름드리 원목을 져다 날랐다는 그 어깨와
얽은 목성에서
우리시대의 또 다른 거름은 잎을 틔우는데
그의 아이는 알밤을 꺼내 호호 불며
두 팔 벌린 나무놀이를 하잔다
80年代 서슬 퍼런 도시재개발 폭력에 맞서
내력도 친지도 없던 그가
동네사람들 앞장서다 걸려온 심장병에
떠돌던 山房이 오히려 위로받고
그의 아이는 자꾸만 자꾸만
내 골똘한 소매를 끌고 간다
매사에 사람을 저울질하며 사귀는 내게
한 깃 스쳐가는 인연도 소중히 하라면서
열 몇 번씩이나 떨어져서야 받아낸 늦은 운전면허로
은하수 같은 북악스카이웨이의 야경을 보여주던
새끼 적부터 기른 진도개가
아직도 가슴에 안기려든다고 별걸 다 자랑하던
보고 싶은 이 선생
이 선생님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