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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두바이

조영필

두바이


 


두바이라는 것이 있다


머리 위에 밤송이 같은 혹을 심고

그곳에만 머리카락을 남기고

다른 부분에는 제초제를 뿌린다


이때부터 혹은 스스로의 위엄으로 자라난다


선인장처럼 몇 가닥의 변화도 구하고

또다른 혹을

사막과도 같은 불모의 머리 위에

별개의 생명력으로 번식시킬 수도 있다


두바이에 대해서 질문을 받은 청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바이는 최신 유행입니다

이것은 또 대단한 예술적 직관과 기술적 끈기를 의미하죠

오늘날과 같이 쾌락위주 실용위주의 가치관이 난무하는 시대에

스스로에게 무익한 고통을 창조하며 오히려 자랑하는 것은

시대를 조롱하는 권리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두바이를 잘 만드는 것은

하나의 명예입니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두바이에 대한 얘기뿐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두바이를 냄새 맡고 감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 국수를 삶을 때면

두바이로 썩,썩,

비벼먹기도 한답니다



두바이는 인류의 머리에서 검버섯처럼 돋아나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친구가 되었다


사랑스런

두바이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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