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작은 방에 대하여

조영필

작은 방에 대하여


 


작은 방에는 작은 침실과 작은 서재 그리고 작은 옷장과 작은 그릇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보다 더 반가운 그의 체취가 온 방안에 그득합니다 티브이도 있고 전화도 있고 지인(知人)을 불러들여 차 한 잔의 담소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큰 방에 대한 추억과 큰 방에 대한 의욕으로 달력에는 미래를 향한 설계가 빼곡합니다. 작은 방에서 사람들은 더 가깝게 앉아야 하고 살을 맞대어서 잠을 청합니다 아침이면 조금씩 시간을 연장해서 몇 번이고 다시 눌러야 하는 괘종시계가 있습니다.


뒤돌아 보면 그곳에는 조그마한 음악이 흐르고 작은 휴식이 있었습니다. 소리를 죽여야 하는 그곳에서도 작은 사랑의 제스처는 …… 하룻밤 나그네의 큼지막한 발걸음을 끝끝내 따라옵니다.


 


(1992. 3. 24.)

매거진의 이전글 두바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