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동양에서의 교양과목은 육예(六藝)이다. 주례(周禮)에서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여섯 가지 기예를 가리킨다. 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는 공문(孔門)의 제자 3천 명 중 육예에 정통한 사람이 72명이라고 하였다.
서양에서의 교양과목은 자유칠과(Seven Liberal Arts)라고 하는데 3학과 4과로 구성된다.
3학(trivium)은 문법(Grammer), 수사학(Rhetoric), 변증법(Dialectic, Logic)이고
4과(quadrivium)는 산술(Arithmetic), 기하(Geometry), 천문(Astronomy), 화성(Harmonics, Music)이다.
이 서양의 7과 또한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도 명시되어 있으니 서양에서의 오랜 전통의 산물이다.
6예와 7과를 비교할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6예에 있는 신체단련(사와 어)이 왜 7과에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희랍의 경우 신체단련은 기본 중의 기본에 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12세가 되면 오후에 체육훈련장인 팔레스트라(palestra)에 가는 것을 장려했다... 그리스인은 육체 단련 자체를 좋아했다... 팔레스트라에서는 전원 나체나 반나체로 단련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아테네가 시민개병 국가였다는 점은 스파르타와 동일하다. 따라서 병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시오노 나나미, 그리스인 이야기 1, pp 66-67)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3학(trivium)이다. 문법과 수사학과 변증법을 아주 세부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는 아테네의 정치체제와 관련 있다. 아테네는 민주정치국가였다. 따라서 국가정책을 토의할 때, 아고라에서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자기의 의견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했다. 또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공포와 무력이 아니라, 논리와 감동으로 상대와 다중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했다.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도 당시 그리스 군대의 주요 전력이 중무장 보병이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 훈련은 6예에서의 사(射)와 어(御)와 같은 특별한 계급에게 부여된 기병과 궁병의 훈련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대척점에서 6예의 사(射)와 어(御)를 이해할 수 있다.
'공자시대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전차전"중심이며, 보병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 전국시대로 내려가면서 전투의 양상은 "보병전"중심이 되면서 대규모화되고 장기화되는 양상을 띤다. 공자시대의 사(士)의 기본기는 육예 중 "사(射)·어(御)"였다. 그것은 전차전의 특성에서 유래되는 것이다. 전차수레에서 타서 말을 모는 것을 "어"(御)라 했고, 그 수레에 타서 달리면서 활을 쏘는 것을 "사"(射)라 한 것이다.'(김용옥, 도올논어 1, p97)
따라서 6예의 교육 주체는 춘추시대의 종법봉건주의에서 전차전의 주력인 사(士)이다. 그들은 종법봉건주의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체이었다. 그들은 예(禮)로서 그러한 의사를 결집하였다.
'공자가 재현하려 했던 것은 주공(周公)의 주례(周禮)였다... 그는 고례(古禮)의 회복을 통하여 새로운 도덕적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공자는 도덕을 정치화(politicization of morality)하려 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도덕화(moralization of politics)하려 했다.'(Ibid, pp 102-103)
그리고 음악이다.
'樂者爲同(악자위동) 禮者爲異(예자위이) 同則相親(동즉상친) 異則相敬(이즉상경) (예기 악기편)
악이란 같아짐을 위한 것이요, 예란 달라짐을 위한 것이다. 같아지면 친해지고, 달라지면 공경하게 된다.' (Ibid, p269)
'음악이 어떻게 마음의 조화를 꾀하는가? ... 동양에서의 음악은 관계에 대한 감각을 길러내는 것이다... 앞에 오는 음과 뒤에 오는 음이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결코 연주도, 감상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음악이다. 그러므로, 상례와 제례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영혼과의 대화라면, 음악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연결시킬 수 있는 감각을 기르는 것이다(우치다, 2012, p. 84).' (박주병, 칠자유교과와 육예, 교육종합연구 15(2), 2017, p50)
'음악은, 곧 ‘음향 운동’(Plato, 국가론, 530c-531c)에 내재되어 있는 원리에 대한 탐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시각적 정보만이 아니라 청각적 정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각적 요소들은 시각적 정보보다 시간상 우선해서 우리 마음의 질서에 자리잡는다... 육예에서 악이 심성의 조화를 도모하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파악한 것도,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저잣거리 아이들의 노랫소리로 나라의 기강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모두 소리의 질서가 내면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Ibid, p44)
이러한 구절을 잘 음미하면, 음악은 조화를 지향하는 데 쓰임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양의 자유과에서도 음악을 Harmonics(화성)로 표현하였다.
요컨대 음악은 질서의 세계를 배우는 것이며, 그 개별의 질서가 조화를 이룰 때, 화음을 통해 완성된다. 동서양의 모든 교양과목에서 음악을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으로 지정해두고 있으며, 또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6예와 7과를 비교하면, 이밖에도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두 세계는 언어와 문자체계도 달랐으나, 한자의 Calligraphy는 수도원의 필사 전통과 비교해볼 수 있다. 또한 천문학과 점성술은 어디서 갈려 지고, 대수와 기하 그리고 기하와 인문지리 간의 분별 또한 얼마나 흥미로운가.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Note:
1. 중세 전기에 7자유교과를 재확립한 인물은 8세기 샤를마뉴 시대의 알퀸이다(위키백과 참조).
2. 육예의 영어 역어는 다음과 같다. etiquette(禮), music(樂), archery(射), horsemanship(御),
calligraphy(書), and mathematics(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