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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an 16. 2020

오온과 십이연기

조영필


5온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그러고 보니, 12연기에 있다. 12연기는 무명(無明), 행(行), 식(識), 명색(名色), 육입(六入),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유(有), 생(生), 노사(老死)이다. 혹시 인도어를 한역하는 과정에서 잘못되었나 싶어 원어도 확인해보았는데, 다음과 같다.


[5온]

색(色) - rupa: Form or Material qualities

수(受) - vedana: Feelings or Sensation

상(想) - sanna: Ideas or Perception

행(行) - samskara (sankhara): Karmics action, Disposition or Tendencies

식(識) - vijnana (vinnana): Consciousness, Mind, Mental powers


[12연기]

무명 avidyā - 행 saṃskāra - 식 vijñāna - 명색 nāmarūpa - 육입 ṣaḍāyatana - 촉 sparśa - 수 vedanā - 애 tṛṣṇā (taṇhā) - 취 upādāna - 유 bhava - 생 jāti - 노사 jarā-maraṇa   


5온의 수, 행, 식과 12연기의 수, 행, 식은 원어도 같다. 12연기의 명색은 명 nama과 색 rupa 의 결합어로 namarupa 이다. 따라서 5온의 색은 12연기의 명색에 있다. 그러나 상은 12연기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   


12연기를 5온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육입이다. 육입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본다면, 선험적 감성과 오성이다. 사실 육입(인식 형식)이 있어야 육경(인식 대상)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육경은 12연기에서는 명색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접촉(촉)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명색 - 육입 - 촉 의 3 연기는 색온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음은 수온이다. 수온은 주로 느낌의 영역이다. 느낌과 관련되는 것은 수 - 애 이다. 이 2 연기는 수온의 영역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리고 사유와 개념을 상으로 본다면, 취 - 유 2 연기를 상온의 영역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남은 생 - 노사 - 무명 의 3 연기는 무명에서 이어지는 행과 함께 행온의 영역이 아닐까?


정리해보면 12연기는 5온으로 축약되어 (무명) - 행 - 식 - 색 - 수 - 상 - 행 - 식 - 색 - 수 - 상 -> 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윤회의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 어디에서라도 오온이 공함을 깨닫게 되면, 사이클은 전연 다른 차원으로 전화되지 않을까?


12연기는 5온의 생성 및 발현을 역동적 과정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12연기를 볼 때 오온을 감안하면, 훨씬 더 합리적으로 수긍이 간다. 5온의 집착다발이 연기론으로 연기처럼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미혹한 이 세상에 미혹함을 더 더하는 것이고, 수행을 통해 불교의 오의(奧意)를 지관(止觀)하는 불자들에게는 일배(一拜)의 가치도 없는 잡설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최근 머물고 있는 상념의 번뇌를 멸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그 일단을 정리해 둔다.



Note:

Lambert Schmithausen, 12지 연기형식에 관하여, 2000, 안성두역, 불교학리뷰, 3권(2008), pp 16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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