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짜장면
생일이거나 좋은 날
짜장면을 먹으러 갔네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서면
걸음걸음 행복했네
식당의 벽에 붙은 메뉴판에선
짜장면과 우동이 흑백 갈등하고
주방창구로 수타의 쿵쿵 소리 들으며
나무젓가락을 쪼개 보풀을 제거하네
주문한 요리를 식탁에 올려놓으면
금방 빈 그릇을 돌려주었지
볼록한 배로 스르륵 차양을 가르며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사르르 배가 아파오네
인과관계는 알고 싶지 않았네
검은 장을 비비면 생각이 멈춰지네
(2021.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