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우공이산

기업가와 기업이론

by 조영필 Zho YP

황인학(한국경제연구원), 박명호(한국외대)의 논문과 김승욱(중앙대)의 기사 참조



누가 기업가(entrepreneur)인가?

- 경제학의 다른 용어와 달리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은 개념이 불명확한데다 다차원적인 성격으로 인해 오 남용 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Henerekson(2007): The entrepreneur and entrepreneurship are elusive entities.


- 기업가를 경제학 이론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Cantillon(1730)이며, 그는 경제주체를 지주, 기업가, 종업원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기업가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 활동(business engagement)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설명(Cantillon은 기업가정신을 '위험의 부담'으로 정의).


- 그 이후 학자마다 기업가를 저마다 다르게 정의하면서 자금까지 경제학에서 언급된 기업가의 개념이 최소 12개에 이를 정도로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음(Herbert & Link, 1989)

①불확실성이 연루된 위험을 감당하는 자

②금융자본의 공급자(the supplier of financial capital)

③혁신가(an innovator)

④의사결정자

⑤산업 지도자(an industrial leader)

⑥경영자 또는 감독자(a manager or a superintendent)

⑦경제자원을 조직 또는 조정하는 자(an organizer and coordinator)

*Say에 의하면 인간산업, 인간산업을 위한 자본(물리적 자본과 화폐자본) 또는 가치, 자연에 의해 공급되는 자연인자를 생산의 3주체라 한다. 3주체 중 인간산업이 생산의 가장 중요한 관건. 인간산업은 지식인, 기업가, 그리고 근로자로 이루어진다. 세이는 당시의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자본가와 기업가를 구분하였다. 세이는 기업가의 보수 역시 다른 모든 재화의 가격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⑧사업체 소유자(the owner of an enterprise)

⑨계약자(a contractor)

⑩(차익을 추구하는) 중개거래자 (an arbitrageur)

⑪대체적 용도 간에 자원을 배분하는 자

⑫신사업 창업자(the person who realizes astart - up of a new business)


- Herbert & Link(1989)는 기업가를 ‘상품과 자원 또는 제도의 위치와 형태, 활용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포괄적 재정의 : The entrepreneur is someone who specializes in taking responsibility for and making judgemental decisions that affect the location, form, and the use of goods, resources, or institutions.


- 법률과 제도는 정치적 과정을 거쳐 변경되기 때문에 위의 기업가 개념에는 ‘정치 기업가(political entrepreneur)’를 포함. 또한 起業家는 회사를 소유 또는 경영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企業人과는 다르며 사내 기업가(intrapreneur, corporate entrepreneur)를 아우르는 개념(Wennekers & Turick, 1999)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견해도 학자마다 다양하며,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Knight,

Schumpeter, Kirzner의 3가지로 대별


1) 슘페터의 기업가정신 (Schumpeterian entrepreneurship or German Tradition)

- Schumpeter(1934)는 기업가정신에 의해 이뤄지는 창조적 파괴과정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보는 한편, 기업가(혁신자)는 ①신제품 개발, ②새로운 생산방식 도입, ③신시장 개척, ④새로운 원료, 부품의 공급, ⑤새로운 조직의 형성, ⑥노동생산성 향상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


- Schumpeter 이론에서 기업가정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기업가는 기존의 균형과 틀을 깨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


2) 나이트의 기업가정신: (neo) classical tradition of Marshall, Knight and Schulz- Knight(Risk, Uncertainty and Profit, 1921)는 기업가를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이윤을 얻는 사람으로 설명하며, 이때의 불확실성(uncertainty)은 사전적인 확률분포를 통해 보험으로 대응 가능한 위험(risk)와 다름을 강조


- Knight 이론에서 기업가는 기업가적 활동을 통해 시장을 균형으로 이끄는 역할


3) 커즈너의 기업가정신(Kirznerial entrepreneurship or Austrian tradition)

- Kirzner(1973)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기업가정신 이론에서는 기업가의 이윤기회에 대한 인지능력을 강조하며 회사 창업자뿐만 아니라 기업가적 발견(entrepreneurial discovery)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를 기업가로 봄


- 오스트리아 학파 이론에서 기업가는 현재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충족시키거나 또는 시장의 비효율과 결함을 개선, 경제를 새로운 균형으로 이끄는 역할을 수행


*Kao: 기업가정신이란 사업기회의 인지, 위험부담의 적절한 관리, 적절한 자원동원의 기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로 정의.


기업가정신의 오해

1) 오해1: 起業家는 企業人이다?

- 기업가정신의 개념에 대해 『두산백과』에서는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

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으로 정의 그러나 起業家는 반드시 企業人이어야 할 이유 없음


- 기업가정신의 실천과 관련, 기업은 가장 적합하고 대표적인 조직체이지만 조직체에 속하지 않는 개인도 이윤기회를 인지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에 나서면 기업가적 활동을 하는 起業家로 분류


- 종업원도 회사의 성과에 대한 잔여청구권은 없지만 인센티브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 이러한 ‘사내기업가정신(intrapreneurship or corporate entrepreneurship)’은 회사 성장의 결정적 요인


- GEM에서는 사내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기존 기업 내에서 새로운 제품 및 서

비스를 창출하는 기업가적 종업원 활동(EEA: entrepreneurial employee activity)’로 정의하고, 2011년부터 세계 각국의 EEA 지표를 조사


- 더 나아가 ‘기업가정신은 경제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경제에서 필요한 것만큼 사회에서도 필요하고 기업에서 필요한 것만큼 정치와 행정기관에서도 필요’ (Drucker, 2004)


2) 오해 2: 기업가정신은 많을수록 좋다?

- 기업가정신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음(A premise underlying many studies (usually implicitly) is the more entrepreneurship is always better. This is not necessarily.)


- 기업가정신은 하나의 기능(function)일 뿐으로 기업가적 활동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생산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때로는 비생산적이거나 심지어는 파괴적일 수도 있음(Baumol, 1990)


- 기업가는 자기 이익을 좇는 주체(self-serving agents)로 사적 이익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일에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게 되는데, 만약에 이러한 기업가적 활동이 부패와 비리에 기반하거나 또는 지하경제에서 이루어질 경우 사적 수익률은 높아도 사회적 수익률은 음(-)이 되는 ‘파괴적 기업가정신’으로 귀결


3) 오해 3: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역량과 도전정신의 문제?

- 기업가정신은 이윤기회의 인지 능력, 불확실성 하에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뿐만 아니라 실천의 문제. 드러커는 기업가의 역할은 ‘이윤의 극대화보다도 기회의 극대화’이며,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과학도 예술도 아니며, 실천임을 강조


- 기업가적 행동은 그 사회의 재산권 보호 및 규제 관련 제도와 문화, 가치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은 단지 개인의 역량 및 소양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맥락 속에서 평가, 분석되어야 함(최병일 황인학 외, 2013)

Henrekson(2005): entrepreneurship can only be meaningfully analyed within a well-defined institutional context.(p.719)

Kasper and Streit(1998): Institutional theory looks upon growth as a process of knowledge acceleration driven by entrepreneurs, whose behaviors are conditioned by institutions in general and by property rights in particular.



현대 기업이론의 형성과정

현대 기업이론에서는 기업을 생산요소가 산출물로 전환되는 장소로 인식하며 최적화 이론은 내생변수들의 최적 가치를 결정한다. 기업은 요소시장 분석, 산출물 측면 그리고 등량선 측면 등 3가지 차원에서 최적화 문제에 직면한다. 첫째 요소시장 분석에서는 사용된 생산요소의 최적 수준을 찾아서 이윤을 극대화한다. 둘째, 산출물 측면에서는 이윤 극대화를 시키는 산출물 양을 결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량선은 주어진 산출물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값싼 생산 요소의 조합을 찾는다.


현대 기업이론은 바레토(Barreto)의 지적대로 위의 세가지 차원의 최적화 방식이 힉스∙알렌∙사무엘슨 등에 의해 종합적으로 체계화되면서 구축되었다. 현대 기업이론이 완성되기 이전까지는 세가지 측면의 연구가 통합화되지 않은 채 제각기 분리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발전되었다.


현대 기업이론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바레토가 제시한 생산함수, 합리적 선택, 완전 정보의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가정하고자 한다. 여기서 생산함수는 현대 기업이론의 중추로 기업을 투입-산출 가능성의 집합으로 파악하며, 합리적 선택은 기업에 목

적함수를 제공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한다. 그리고 완전 정보 가정은 모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준다.


현대기업이론과 기업가의 소멸

첫째, 혁신가로서의 기업가는 생산함수와 합리적 선택의 논리로 인해 소멸되었다. 생산함수는 기업을 투입-산출의 가능한 조합으로 파악하고 모든 산출물과 기술 효율적 생산수단이 생산함수에 의해 주어졌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은 기업을 주어진 파라미터와 목표하에서 최적화를 지향하는 단위로 변환시켰다. 그런데 기업가의 혁신은 새로운 조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론의 이론적 중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둘째, 현대 기업이론의 완전 정보 가정은 불확실성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앴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자체가 이론 틀에서 배제되었다.


셋째, 현대 기업이론에서 혁신가 및 불확실성의 감수자로서의 기업가 역할은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드물게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부여 받는다. 그러나 조정의 역할은 다른 생산요소와 같은 생산요소로서의 역할에 불과할 뿐이고 실제로는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적화라는 수학적 문제를 푸는 역할에 불과하다. 반면, 세이의 조정자는 불완전한 지식과 불확실한 환경하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조합하고 생산요소를 감독하는 기업가를 의미한다. 즉, 최적화의 모범 답이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미래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조정하는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넷째, 기업가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이윤기회와 연관되었다. 즉, 초과이윤이 존재하는 경우 기업은 진입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퇴출함으로써 기업가는 균형을 이루는 주체이고 그 결과 경제는 균형에 도달한다. 그런데 현대 기업이론에서는 기업이 양의 이윤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생산요소가 자유로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즉, 이윤의 존재가 기업가들이 이윤기회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요소의 고정 등으로 인한 제약조건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약조건이 해소되면 초과이윤은 소멸된다고 가정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윤 기회를 포착한다는 의미에서의 기업가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현대 기업이론에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위의 내용을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가능하다. 생산함수가 주어지고 합리적 선택의 논리가 적용되면 ‘목표-수단’틀 안에서 혁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완전 정보 하에서 현재와 미래가 정확히 예측되면 불확실성은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선택이 제약조건과 목표 하에서 정확히 도출된다면 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정보와 합리적 선택의 논리의 존재로 모든 이윤기회가 만들어지는 대로 포착된다면 중재는 불가능하다.


기업가 위상 회복을 위한 현대 기업이론의 과제

현대 미시경제이론은 최적화 기법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최적화 주체는 자신의 통제하에 선택변수의 최적치를 선택한다. 주어진 목표 아래에서 선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소비자는 주어진 취향과 선호, 가격과 소득 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상품조합을 선택한다. 여기서 개별 소비자는 중요하지 않다. 현대 기업이론에서는 기업가는 최적화 주체로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주어진 생산함수와 투입 및 산출물 가격하에서 기업가는 비용 최소화를 충족시키는 투입, 이윤 극대화하는 산출 그리고 이윤 극대화하는 투입의 조합을 선택한다. 기업가 자신은 중요하지 않고 초점은 내생변수의 선택된 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기업가의 역할은 소비자보다 못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개별적 효용함수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개별 수요함수의 합은 생산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업가는 생산함수가 외생적으로 주어졌다는 의미에서 이런 역할마저 부여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현대 기업이론의 중핵을 형성하는 가정들은 그 자체로 기업가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현대 기업이론에서 기업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기업가는 기업이론을 구성하는 내적 정합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무시되었다. 현대경제이론에서 내적 정합성이 강조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이론을 구성하는 기본 공리에 대한 실증적 테스트가 어려워졌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현대 기업이론의 장수 비결은 이론의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이 아닌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현대 기업이론은 실증적 테스트에서 여러 측면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할 뿐만 아니라 내적 정합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즉, 경제학자는 이론적 정합성과 기업가 정신의 선택 문제에서 전자를 선택하였다.


경험적으로 기각이 불가능한 명제로 이루어진 현대 기업이론의 중핵을 단순히 현실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학적 연구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현재의 과학적 연구 프로그램 하에서는 중핵이 아닌 보조적 가정을 유연하게 하여 기업가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현대 경제에서의 기업가 위상과 관련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기업이론이 기업가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면 우선 현대 경제이론에서의 기업가의 위상 문제부터 살펴보자.


1990년대를 거치면서 벤처기업의 탄생이 활발해지고, M&A가 활성화되면서 기업가에게는 과거와는 다른 판단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가의 중요한 역할이 불확실한 경제여건 하에서 생산요소를 구매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기업을 상품으로 생산∙판매하는 시도가 확산되어지기도 하였다.


이런 여건 변화 속에서 기업인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유형 하에서 정형화된 기업가 상을 제시하고 이를 기존의 기업이론에 통합시키려는 시도가 첫 단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다른 한편으로, 기업가의 존재는 경제가 기본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있음을 전제해야 하는데 아직도 경제학에는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제현상에 대한 설명 틀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기존 경제이론이 공리를 점진적으로 약화시키고 경계조건을 일반화하는 등 이론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룬 결과 과거에 비해 기업가를 이론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증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최근 정보 및 거래비용 그리고 기대 형성과 불확실성 등에 관한 이론적 연구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기존 미시이론에서 간과하였던 문제들을 이론 및 실증적인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분석 틀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다. 이들 접근방법을 토대로 현대기업이론의 중핵을 감싸고 있는 보조적 가정을 보완한다면 그동안 기업이론에서 사라졌던 기업가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리라 생각된다.



왜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 경제성장 모형의 한계와 기업가정신

- 주류 경제학의 성장이론의 한계 : 노동력, 자본, 기술이 경제성장을 결정한다?


- 오스트리아 학파를 중심으로 기업가정신의 경제발전에 대한 함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주류 경제학에서는 경제성장을 인적 물적 자본 및 기술의 축적에 의해 결정되는 모형에서 분석, 전망하고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외면

Henrekson(2007): Entrepreneurship is largely ignored or treated in a highly simplified way in endogenous growth theory.


- 주류 경제학에서 기업가정신을 외면 또는 간과한 이유는 기업가정신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개념이 불분명하여 측정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수학적으로 미분 가능한 모형에서 취급할 수 없는 방법론상의 한계 때문이라고 변명


- 그러나 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이후에도 Johansson(2004)이 경제학 박사과정에 사용되는 (미시, 거시, 산업조직) 20개 교과서를 조사한 결과, 제도와 기업가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다룬 교과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됨


- 예컨대, 교과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Tirole(1989)의 산업조직이론, Varian(1992)의 미시경제학에서도 기업가, 제도, 재산권에 대한 언급이 全無할 정도로 신고전 경제학의 전통에서는 기업가정신의 역할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상태


신제도경제학의 성장이론 : 경제성장의 근본적 결정요인은 제도와 기업가정신

- North(1990)를 비롯한 신제도경제학자들은 생산요소의 축적이 성장을 좌우한다는 전통적 모형은 왜 어떤 나라에서는 생산요소의 축적과 활용이 효과적으로 발생하고 또 어떤 나라는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비판


- 개인 또는 기업이 인적 물적 지적 자본의 생산요소에 투자할지 여부는 기업가정신의 문제이며, 기업가정신은 기업가적 행동을 규율하는 제도(법령, 관행, 가치관 등)에 영향 받기 때문에 제도가 성장의 근본적 결정요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 부연하면, 혁신과 규모의 경제, 교육과 자본축적 등 주류 경제학의 성장이론에서 중시했던 생산요소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거나 기껏해야 성장의 近因(proximate causes of growth)에 불과하다는 것임

North & Thomas(1973) : The factors we have listed (innovation, economies of scale, education, capital accumulation, etc.) are not causes of growth; they are growth.


- 경제성장의 궁극적 요인(ultimate causes), 또는 根因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뒷받침 하는 유인구조(incentive structure)로 작용하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는 기업가정신과 경제성장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함

Wennekers & Thurick(1999): the legal and institutional framework is another vital factor hidden behind entrepreneurship and indispensable for a good understanding of economic growth.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서의 기업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을 '시장이라는 무정부 상태 속에 존재하는 질서의 섬'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시장을 통한 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사멸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전 경제가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되는 중앙 계획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즉, 기업 제도의 발전 과정에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의 이행을 가능케 해주는 제도적 씨앗을 본 것이다.


- 코즈는 기업 제도를 통한 조정이 시장 제도를 통한 조정보다 더 합리적이라면 어째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시장 제도가 사멸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느냐고 마르크스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장을 통한 거래를 조직하는데 비용이 들듯이 기업 내부 활동들을 조정하는데도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은 기업의 규모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기업의 규모가 확장되면, 더 이상 기업을 확장하지 않고 오히려 외부와의 거래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낫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 윌리암슨은 Simon의 인식능력의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과 자신의 '특수자산'이라는 개념을 거래비용 개념과 결합해 코즈의 분석을 더욱 정치화시켰다. 윌리암슨은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완벽한 계약을 작성하려면 엄청난 거래비용이 필요할 것임을 지적하며, 따라서 이런 경우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리 정해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고정된 위계질서를 가진 항구적인 집단, 즉 기업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종종 더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 그에 따르면, 어떤 경제 행위가 시장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가, 기업 내부의 위계 질서적 조정에 의해 이뤄지는가, 아니면 계약자간의 장기적 상호협동을 수반하는 관계적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가는 그 행위에 관련된 자산의 특수성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조립 가공업체가 특수한 부품의 생산을 위해 납품 업체와 하청 계약을 맺으려고 할 시, 납품업체는 그 부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것을 다른 업체에는 납품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계약 맺기를 꺼려할 것이다. 따라서 조립 가공업체는 외부 거래보다는 이러한 부품을 자체 공급하는 수직적 통합이나 장기적이고 협동적인 하청관계를 필요로 하게 된다.


- 즉, 윌리암슨에 따르면, 시장 거래나 기업 조정 같은 어떤 경제 행위의 수행 경로는 생산 비용 뿐 아니라 거래 비용에 의해서도 결정되며, 여러 가지 다른 제도들이 갖는 상대적 거래 비용의 크기는 주어진 상황에 관련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된 자산의 특수성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는 계약에 임하는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어서 거래에서 발생할 모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에 협상 비용이 발생하며, 또 사람들이 기회주의적이어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뎀세츠는 거래 비용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해 자신의 이론을 코즈 및 나이트의 이론과 달리했다. 보통 기업 내의 자원 관리 비용과 시장 간의 자원 관리 비용을 모두 거래 비용으로 보지만, 뎀세츠는 시장 간의 자원 관리에서 발생하는 비용만을 거래비용으로 보고, 기업 내의 자원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관리비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뎀세츠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거래 비용보다는 기회주의로 설명하고 있는데, 기업이라는 조직이 감시비용의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달리 설명될 수 있는 지를 제시했다. 즉, 기회비용이론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도덕적 해이, 태만 및 기회주의 등으로 기업 내부의 조직 문제를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태만이나 기회주의가 기업에서 쉽게 나타나는 문제로 봤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윤은 생산에 참여한 여러 요소들에 분배되는데 기업 내에는 시장 조직과 같이 각 생산 요소 제공자의 공헌도를 측정하는 완전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태만 비용을 지불하고도 그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중앙 집중적인 생산이 개별적인 생산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내의 팀이 생산을 담당할 경우 자원 제공자의 생산 기여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존재하게 된다고 봤다. 기업에는 각 생산 요소 제공자의 생산성을 모니터링할 관리자가 필요하다. 한편 관리자의 직무 태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가 다른 생산 요소의 제공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남은 잉여를 차지하게 해야 한다.



슘페터(1942)는 기업가정신이 빠진 경제학 이론을 '햄릿 연극에서 덴마크 왕자가 없는 격(No prince of Denmark in the Tragedy of Hamlet)'이라고 비유한다.*


* 이 부분에 대해 슘페터의 언급은 아닐 것이다. 다만 보몰Baumol(1989: 66)은 이렇게 명확히 언급했다.(Shane & Venkataraman, 2000 참조)



코즈(R. Coase, 1988)의 논평... '경제학자들이 과학적 선택이론에 몰입한 결과 법학, 정치학, 사회학 연구 등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했지만 경제학 자체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경제이론과 경제문제는 유리되었고 경제주체는 실질적 의미를 지닌 연구주제가 아니었다. 소비자는 인간이 아니라 일관된 선호의 집합일 뿐이다. 기업은 비용곡선과 수요곡선으로 정의되고, 최적의 가격책정과 최적의 요소 조합의 대상일 뿐이다. 교환은 제도적 환경과 무관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우리는 인간성이 없는 소비자, 조직이 없는 기업, 시장이 없는 교환이론에 직면하고 있다.'


노스는 <서구국가의 부상>(1973)에서 유럽이 페스트 팬데믹 이후에 어떻게 굴기에 성공해서 동양문명을 능가했는지 분석했다. 경제사연구를 통해 노스는 경제성장의 원인이라고 했던 변수들 -혁신, 규모의 경제, 교육, 자본축적 등은 성장의 진짜 원인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성장의 진짜 원인은 제도라고 주장한다. 신제도학파에서 성장의 근본적 결정요인으로 제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적/ 물적 자본과 기술, 경제조직에 대한 투자 시에 제도가 (기업가를 포함하는) 핵심 경제주체의 인센티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성장이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경제성장의 원천인 기업가정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내생적 성장모형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총요소생산성에 일부 반영된다고 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성장 기여도를 제외한 잔여값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기업가정신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둘째, 생산요소와 국민소득은 원인과 결과의 함수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항등식 또는 그에 준하는 상관관계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다.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자본, 노동, 기술이 경제성장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장의 근본 원인fundamental cause은 아니며, 성장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이거나 또는 근인近因proximate cause 정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요소의 선행적 축적과정이 없이 고도성장에 성공한 한국의 사례를 총생산함수 성장모형의 대표적 반례counterexample로 종종 인용한다는 점이다... 피터 드러커P. Drucker는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기업가정신의 소산으로 평가한 바 있다(www.inc.com, 1996.5.15. 'Flashes of Genius: An interview with Peter F. Drucker').


귤화위지와 이사벨라 비숍(I. Bishop, 1831-1904)의 발견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1898)... 에서 조선에 왔을 때 조선인은 가난한 데다 게으르고 가망이 없는 미개인처럼 느껴졌다...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찾아가 만나 그들이 근면 성실히 일하고 재산을 모으고 깔끔하게 사는 상반된 모습을 보고는 놀란다... '조선에서 농부들은 양반과 관료들의 가렴주구 때문에 하루 세끼를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일하고', '북쪽으로 이주한 조선인도 조선땅에 그대로 있었으면 똑같이 근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비숍이 조사와 관찰을 통해 내린 결론이었다.


드니 파팽(D. Popin, 1647-1712)과 제임스 와트(J. Watt, 1736-1819)

파팽은 17세기 말에 최초로 증기찜통을 발명했고, 18세기초에 세계최초의 증기선까지 제작해서 시험운항을 시도했다. 그러나 파팽의 증기선은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한 뱃사공 길드에 의해 파괴되고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조세제도와 출생/사망 시점의 선택

... 콥츠크와 슬렘로드(Kopczuk and Slemrod, 2003)는 미국 상속세율 변화가 사망률에 미친 영향을 조사, 분석했다... 상속세율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 세율 인상에 앞서 일시적으로 사망률이 오르고, 그와 반대로 상속세율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면 사망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관찰된다는 것이다. 사망탄력성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이윤 기회에 민감한 상속인이 방법이야 어떠하든 결과적으로 사망시점을 조정했다는 것이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이다.

... 디커트 콘린과 찬드라(Dickert-Conlin and Chandra, 1999)는 자년에 대한 조세 및 보조금 혜택이 출생 시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자녀에 대한 조세혜택을 10% 늘리면 연말의 마지막 2주에 태어나는 신생아 숫자가 1.4% 늘어난다...

한국은 연말출산보다 연초출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부모들은 조세제도보다는 교육제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처:

1) 황인학(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의 기업가정신의 실상과 과제, KERI정책제언 15-26

2) 박명호(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이론과 기업인: 역사적 고찰, 경제교육 논단, 2002. 03. 01

3) 김승욱(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는 기업의 의미, 크리스천투데이, 2003. 02. 15

4) 황인학(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제학관점의 기업가정신이론과 논점, 기업가정신연구 2(2), 2021.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