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配詩帖(유배시첩) 1

고두현

by 조영필 Zho YP

流配詩帖(유배시첩) 1

―남해 가는 길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宣川(선천)에 돌아온 지 오늘로 몇 날인가

윤삼월 젖은 흙길을

수레로 천리 뱃길 시오리

나루는 아직 닿지 않고

석양에 비친 일몰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 같은 저 섬으로 가고 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들을 모아

花田(화전)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九雲夢(구운몽)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 바다

삿갓처럼 엎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리




*앵강: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이 유배 살던 남해 노도(櫓島) 앞바다 이름.


(중앙일보, 1993년 신춘문예당선작; 1993년 신춘문예당선작품집, 예하, 1993)


... 남해섬 옆구리께에 노도라는 작은 섬이 달려 있습니다. 갈매기 같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데 한때까지는 겨울 한철 동백꽃만 빨갛게 피어났던 무인도였다고 합니다. 이 적소의 섬에 유배왔던 김만중을 꿈에서 보았습니다... (당선소감에서)


*구운몽:

김만중은 1686년 장희빈 일가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미움을 받고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된다. 《구운몽》은 선천 유배 시절에 홀로 남은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이다. 선천 유배가 끝나고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남해 노도로 유배된다. 이번에는 죽을 때까지 그 공간을 떠날 수 없는 위리안치를 받았다. (visitkorea, 2020. 10. 30.)



Note:

천리길 유배지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위해 재미있는 읽을거리(구운몽)를 지어낸 아들의 효심이 새삼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