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라] 비움의 순서가 있을까요?
어떤 물건에 애착이 있나요?
비우기로 결심하고 나면 어디서부터 비우면 좋을까요?
첫 번째는 재활용 쓰레기로 비울 수 있는 페트병, 유통기한 지난 약과 음식들을 비웁니다.
누가 봐도 쓰레기 그것부터 비웁니다!
이것은 미니멀 라이프의 진리입니다.
그리고 애착이 가장 없는 SPOT 위주로 비웁니다.
저는 주방용품부터 비웠습니다.
가장 애착이 없는 장소입니다.
비울 때, 애착 가는 물건부터 비우면 내적 갈등이 심해져 지속적 비움 하기 어렵습니다.
갈등하다 '내가 무슨 미니멀이야!'하고 때려집니다.
3번이나 때려치워본 경험자 여기 있습니다.
신혼살림을 준비할 때부터 그릇은 홈쇼핑으로 나머지 상품은 친정 엄마가 사은품으로 모아둔 것들로
채웠습니다.
채울 때부터 애착이 없던 주방은 비우기가 쉬웠습니다.
간소해진 주방에서도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찌개를 끓이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리하길 즐겨하고 요리가 삶의 활력소인 사람이라면 단출한 주방을 만드는데 어려울 것입니다.
저에게 옷과 가방이 비우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세련되게 코디해 옷을 입지 못하지만 저는 아우터의 카테고리를 굉장히 세분화해놨습니다.
약간 추운 날은 핸드메이트 코트를 입고 그것보다 좀 더 추운 날에는 모직 코트를 입고
영하로 내려가면 롱 패딩을 입어야 합니다.
더 세분화하면 아이 데려다 줄 때는 무채색, 나들이 갈 때는 밝은 아우터를 입어야 합니다.
추운 겨울, 얇은 핸드메이드 코트리 정리해 넣으려고 보니 7벌입니다. 겨울철 이너는 3벌로 돌려 입는 중인데 말이죠.
제가 의류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옷의 쓸모를 미세하게 나눠놓은 사고방식 때문이기도 하고
10년 넘게 의류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샘플을 구매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니지널 샘플, 혹은 기획 단계에서 만들어 본 옷들을 사내 직원들에게 판매할 때 구매한 옷들이 대부분입니다.
샘플들은 구매한 해, 제작한 해에 바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구매한 시점은 대부분 유행이 지났습니다.
수많은 유행 지난 옷 중에 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것이라 애착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옷을 억지로 비우기보다
천천히 낡을 때까지 입고 비우기로 했습니다.
그때 되면 옷의 카테고리를 단순히 해서 옷장이 줄어 들것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옷들이 5년 이상 입은 옷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옷장이 복잡하니 좀 비우라고 하면 저는 싫다고 하거나 미니멀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옷이 너무너무 아깝거든요!!
사람마다 애착 가는 장소나 물건이 다 다르니
당연히 미니멀 비움의 순서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패스트 패션으로 그때 그때 옷을 사기도 하고 세일해서 일단 사고 본 옷들이 많아 애착 없이 잘 비우기도 합니다.
비움에는 무조건 맞는 방식은 없습니다.
각자의 취향, 상태, 마음가짐에 따라 다릅니다.
자기 계발도 '나'를 잘 알아야 지속할 수 있듯이
미니멀도 '나'를 잘 알아야 스트레스 없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한미라는 슬로우 미니멀을 지향합니다.
단번에 다 비우고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살기보다
집안 구성원들이 애정과 취향이 묻은
정돈된 집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어떤 물건 비우고 어떤 장소를 정돈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