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장롱 속 명품백을 들었을까?
가방을 들지 않았습니다
3월이 학부모 총회의 달이라면 4월은 학부모 상담의 달입니다. 코로나 때 입학 한 아이들의 대면으로 총회나 상담이 처음입니다. 지난 3월에 학부모 총회를 다녀온 후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뜬 '학부모 총회 패션'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학부모 총회에 다녀왔다는 제 말에 커피 한 잔 마시러 만난 아이 없는 친구는 "정말 학부모 총회에 명품백들을 매고 가?"라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진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기사에서 처럼 학부모의 첫 만남이 일 년을 좌우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결국 편하게 동네 돌아다니다 종종 마주쳐 첫인상이 유지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월 학부모 총회에 저는 집에 있는 조금 포멀 한 명품백이 아닌 가방을 메고 갔습니다. 하필 아이가 '강'씨라 맨 앞에 앉아 다른 엄마들이 진짜 명품백을 매고 왔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도 듣고 부모 교육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눈치 게임이 마지막에 펼쳐졌습니다. 선생님은 간절하게 학부모를 바라보고 학부모는 다들 눈 마주치면 안 되는 것처럼 눈을 돌리며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결국 용기를 낸 멋진 한 어머니가 반 대표를 하기로 하며 '학부모 총회'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다들 각자 아이들의 사물함을 한 번 살펴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에 몇몇 어머니들끼리 차를 마시러 갔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학부모들이 각자 집에 있는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명품백을 꺼냈는지 학부모 총회 패션을 찾아 구매해 입고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학부모 총회 패션'으로 명명해 기사가 나오고 학부모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할 뿐입니다.
이제 두 번째 난관인 '학부모 대면 상담'이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발랐습니다. 마스크를 쓸 거지만 립밤도 발라 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장롱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재킷을 꺼내 입었습니다. 예의상 포멀 하게 입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방을 들 차례입니다.
저의 일정은 학부모 상담만 하고 바로 집에 들어올 것이고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결국 가방이 필요 없는 일정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저는 가방을 들지 않고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