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살아 있는데 웃는 얼굴로 먹자.

힘을 빼보는 것도 괜찮아.

"기껏 살아 있는데 웃는 얼굴로 맛있는 걸 먹어야지."

라이온의 간식 발췌(오가와이토, 번역 권남희, '알에이치코리아, 2021')

일본 소설책인 라이온의 간식은 호스피스 시설로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해 아침에 따뜻한 죽과 정성스러운 점심, 저녁 식사, 그리고 주말마다 추억이 깃든 간식을 선사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최근에 힘을 주고 요리하는 것은 바로 아이 아침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따뜻한 밥과 건강한 반찬으로 아침을 주고 싶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이른 아침 출근해야 해서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아침은 친정어머니가 대신 주셨습니다. 육아휴직과 퇴사해서는 아침에 경제 신문을 읽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간단하게 식빵, 핫도그, 떡 등을 주었습니다. 이런 간편식으로 아침을 준 것은 바쁘기도 했지만 요리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양질의 식사가 나의 하루에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떠올랐습니다. '라이온의 간식'에서 아침마다 다른 죽을 준비 해주는데 그 죽을 먹기 위해 오래 살아야겠다 시한부 주인공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아침을 먹기 위해 눈이 번뜩 뜨이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지 못하겠지만 좋아하는 반찬과 따뜻한 밥을 먹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아침마다 소고기를 굽거나 돈가스를 준비해 주곤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좋아하는 오징어 전을 해주고 싶어 졌습니다. 마침 마트에서 오징어를 세일하니 금상첨화였지요.

아침 6시 30분부터 부추를 다듬고 오징어를 자릅니다. 여전히 서툰 손길로 정성을 다합니다. 부침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하고 손질한 재료를 투하합니다. 질척이는지 되는지 감을 잡아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봅니다. 프라이팬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달구고 기름을 넣습니다. 오징어 전을 굽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열정이 너무 앞섰습니다. 오징어가 너무 많고 두꺼워 툭툭 튀어나와 바르지 못한 면의 부침가루가 제대로 익지 않습니다. 기어이 한 부분은 타고 한 부분은 덜 익는 기이한 전이 나옵니다.

후다닥 작은 프라이팬을 꺼냅니다. 작게 다시 부칩니다. 아이가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한 장도 못 부치니 마음이 급합니다. 급하게 부쳐 아이 앞에 대령합니다.

먹어봐

이 한 장은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이요. 정성이다. 아침부터 네가 좋아하는 걸 먹이겠다는 나의 신념이다.

그런데 아이가 미적 거립니다. 먹는 속도가 느립니다. 왜 그러냐 묻습니다.

엄마, 오징어는 맛있는데 밀가루 부분이 물 같아

부침가루가 익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새벽부터 일어나 오징어 전을 준비하고 붙인 저는 화가 납니다.

'엄마가! 아침부터! 너를 위해! 힘들게! 요리했는데! 그걸 평가해!!!!!!!!!!!!!!!!!!!!!!!!!!!!!!!!!!!!!!!!!'

진심으로 화가 났습니다.

"앞으로 컵라면만 먹어." 기어이 극단적으로 제 감정을 표현합니다.

아이는 울상이 됩니다. 미안하다 합니다. 앞으로 절대로 엄마 음식을 평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과해도 제 안의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주눅 든 아이가 주춤하며 학교 가방을 메고 평소보다 더욱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등교를 합니다. 축 처진 아이의 어깨를 보니 뭐 하는가 싶어 창문을 열고 아이에게 큰 소리로 외칩니다. "잘 다녀와!! 사랑해~~!"아이는 손을 흔들더니 그제야 발걸음 가볍게 뛰어갑니다.

아이를 보고 뒤돌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오늘 일은 왜 일어난 걸까? 의욕이 너무 앞섰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따뜻한 음식을 내주고 싶었습니다. 내 손으로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욕만큼 따라주지 않는 제 손 맛, 솔직한 아이의 성격이 만들어 낸 참사가 아닐까.

엄마로서의 저, 잘해주고픈 마음, 뭐든 다 내가 해주고픈 욕심, 그리고 제 노력에 아이가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는 욕심을 조금 덜어내 봐야겠습니다.

너도 나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