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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Apr 19. 2023

잃어버린 이름, 잊어버린 과거

책을 통해 나의 과거를 만나다.

요새 핸디북 시리즈인 '아무튼' 시리즈에 꽂혔습니다. 작은 책 속에 덕후 기질이 다분한 작가님들의 깊고 넓은 이야기에 풍덩 빠진 느낌입니다.

"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책의 슬로건에 적합한 책이라니!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아무튼'시리즈 중 고른 책은 '아무튼, 외국어'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가 '태국어과' 졸업생이기 때문입니다. 태국어과 졸업생임을 웬만하면 숨기고 사는 저에게 알맞은 책이었습니다.

태국어란 20여 년 전에 대학 입학 도구로 사용되었고, 입학 후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잘하지 못한 언언어입니다. 태국어에 대한 아련함과 콤플렉스로 인생 전반에 걸쳐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잘하길 갈망하지만 배우기 위한 시간을 안배하지 않습니다. 마치 언젠가는 '55'사이즈가 되고 싶지만 눈앞의 음식을 보면 참기보다 맛있게 먹는 저의 태도와 같습니다.


'잡담 중에라도 대학 때 전공 얘기가 나오면, 화제를 바꾸고 싶어 진다.'*라는 책 속의 구절을 보면 마치 제 이야기 같아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불문과를 나와서 잘 풀렸네요?"*라는 반응받는다는 작가 분의 이야기에는 잘 풀리지 않아 받아보지 못해 부러움이 서리기도 했습니다. 대신 "어떻게 그 과를 나와서 이 쪽에서 일을 해요?"라는 반응은 종종 받았습니다.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상황과 비교하기도 하며 읽다 보니 이 작은 책을 완독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원어민 교수님이 지어준 소중한 이름을 아예 잊고 살았다는 사실 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수업을 들은 동기가 교수가 된 마당에 저는 한 때 불렸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심지어 그 시절 제 이름을 그 어디에도 기록해 놓지 않았습니다.


점수에 따라 학과가 아닌 대학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4년 내내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를 하며 괴로웠었었습니다. 또한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하면서 굳이 내세울만한 전공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4년 힘들기만 했고 그 시절의 경험이 인생을 사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통째고 그 시절을 기억 속에 지우고 살았습니다.


책을 통해 저의 과거를 마주하며 제가 잊고 살았던 저를 마주했습니다. 끝내 저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그 시절 나를 더 이상 숨기지 말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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