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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Dec 22. 2022

마법을 부리는 전기장판

추워진다. 버튼을 누르자.

도저히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수족냉증입니다. 추운 밤, 시린 발이 시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면 차라리 보일러를 뜨끈하게 틀면 되지 않을까? 내 몸이 뜨끈하게 대어질 정도로 보일러를 튼다면 다음 달 관리비에 온몸이 차가워질 것을 알기에 보일러를 틀지 않습니다.

 커뮤니티가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지 2년이 되어 갑니다. 관리비는 참 많이 나옵니다. 봄, 여름, 가을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되는 계절에도 20만 원은 우습게 넘깁니다. 겨울에 보일러를 충분히 틀면 정말 아이가 다니는 하나의 학원비만큼 더 나와 아파트 관리비가 3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입니다. 지난 1월에 전 집주인의 관리비는 40만 원대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관리비가 많이 나올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 관리비가 40만 원대로 나오게 하는 비법을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비법을 절대 쓰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암묵적으로 아이와 함께 자는 안방 말고 작은 방 보일러는 틀지 않습니다. 작은 방 침대가 2층 침대라 보일러를 틀어도 2층 침대까지 따뜻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2층 침대의 공기까지 따뜻해지려면 수족냉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보다 더 무서운 아파트 관리비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 때는 궁상맞다 생각이 들었던 우리 엄마, 옆집 엄마, 큰 엄마, 작은 엄마, 이모들이 아끼려고 행동했던 그 행동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행동이 궁상맞다 생각이 들지 않지만 발이 시려 잠을 들 수 없는 밤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결국 이불을 들고 전기장판이 깔려있는 소파로 갑니다. 수면양말에 털 덧신도 신습니다. 그리고는 눕습니다. 금방 등과 엉덩이가 따뜻해집니다. 오늘 방은 소파에서 잠을 자야겠습니다. 중간에 너무 뜨거워 깨서 전기장판을 고온에서 저온으로 버튼을 옮기기고 마저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따뜻하고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전기장판에 눈을 뜬 것은 얼마 전 시댁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따뜻해지지 않는 다며 잠자리에 전기장판을 깔아주셨습니다. 잠을 청했습니다. 늘 침대 생활만 했어서 바닥에서 자면 등, 허리가 아파 시댁에서 잠을 자는 게 불편했었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전기장판에서는 바닥의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잠을 잤습니다. 그날 저는 전기장판에 반했습니다.

시댁에서 돌아온 날,  소파용 전기장판을 구매하였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낮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으니 따뜻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쓸모를 더해 추운 날 저의 따듯한 보금자리 역할도 해줍니다. 또 하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앉아 무릎 담요를 덮고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33,000원을 주고 산 소파용 전기장판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따뜻한 추억을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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