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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사는 마케터 Z Nov 24. 2023

50%할인을 했는데 물건이 안 팔린다

준거 가격과 할인율의 상관관계

# 인사이트 12



여기 두 가지 상품이 있다.

할인을 하면 팔리는 상품과 할인을 해도 안 팔리는 상품.

Karolina Grabowska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5650042/

광고를 충분히 했다. 상세페이지(혹은 오프라인의 VMD)도 완벽했다. 사람들의 유입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상품은 10%만 할인해도 판매량이 죽죽 오르는데, 당신의 상품은 반값 할인을 해도 안 팔린다고? 이해할 수 없이 답답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상황은 상품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은 채 판매 수단에만 집중하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오류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할인 상품을 좋아한다.


점심을 먹으려는 데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모를 때,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상품에 붙어 있는 ‘할인’ 표기는 우리들의 선택을 보다 쉽게 만들어준다. 아무 생각 없이 SNS를 흘러 다니다가 만나는 할인 광고는 우리의 가슴을 얼마나 뛰게 만드는 가?


‘할인’이라는 마케팅 수단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할인 가격을 소비자에게 인지시켜 지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손실 프레임), 혹은 지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라는(이익 프레임) 생각을 심어 주는 것이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사람들의 선호도 높아지지만, 사실 할인율이 높지 않더라도 그 상품에 ‘할인’ 표기가 되어있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구매 허들을 낮출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당장의 매출이 필요한 중소 제조, 판매사에서는 할인율을 높여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할인 행사를 열어서 안 팔리던 물건이 잘 팔리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에는 할인을 해도 안 팔리는 상품이 있다.

앞서 ‘할인’의 작동 방식에 대해 할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이 제품을 구입하는 행동에 대해 손해, 혹은 이익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기준점(준거 가격)을 알 수 없는 상품은 할인을 해도 안 팔린다.


어떤 행동이 손해, 혹은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려면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머릿속에, 혹은 사회적 통념으로 결정된 가격선이 없다면 할인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축의금에 비교해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한 번도 결혼식에 가보지 않은 사람, 혹은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내가 낸 축의금이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혹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사람이더라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외국에서 축하 선물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가 적정한 선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흔히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경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얼마를 냈는지 찾아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시장 조사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어느 날 우주인이 내려와 우리에게 ‘자동차보다 약간 느린 순간 이동 장치’를 5천만 원에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지금 사면 50% 할인을 해주겠다고.

생전 처음 보는 제품의 가격이 적정한지, 적정하지 않은 지 판단할 수 없을 때, 소비자들은 비슷한 카테고리를 떠올린다. 순간 이동 장치와 비슷한 ‘자동차’, ‘하이테크 기기’.

같은 상품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을 수 있다면, 소비자 머릿속의 기준 가격(준거 가격)이 작동한다. 그리고 나서야 할인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구매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품, 즉 절대 가격이 비싸거나 기능에 대해 오래 고민해야 하는 상품(고관여 제품)은 그 제품의 특성에 따라 할인효과가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고관여 제품은 할인효과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겠지만, 브랜드의 자체의 선호도와 재구매율이 높을 경우 할인효과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저관여 제품, 가격이 저렴한 생활 소비재나 음식(특히 마트 등에서 구할 수 있는 간편 식)의 경우 할인 행사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머릿속에 준거가격이 명확하게 서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는 준거 가격이란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지만, 판매 채널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고관여 제품이라 카테고리로 보자면 할인율을 높지 않은데, (소비자가 선호하던) 브랜드의 제품끼리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높은 상품이라면? 이럴 때 소비자의 가격 판단 기준은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채널(브랜드)로 옮겨간다. 외부(상품의 카테고리)에 있던 소비자의 준거기준을 내부로 옮겨오는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이 준거가격과 할인 행사의 시너지 효과는 일부 온라인 쇼핑몰의 옵션에서도 나타난다. 소비자에게 할인 후 가격만을 알려주는 것보다 할인 전 가격을 정확하게 명시했을 때, 특가 옵션을 정상가 옵션과 동시에 노출했을 때 소비자에게 미치는 할인의 효과가 더 커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충분한 유입, 모자라지 않은 비주얼 디자인, 그런데 할인율을 아무리 높여도 전환(구매)이 적다면 일단 무자비한 할인부터 멈춰야 한다. 세상 모든 상품, 혹은 세상 모든 브랜드와 가격 경쟁을 할 수는 없다. 특히 체력이 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무작정 높은 할인율로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일 뿐이니까.


소비자에게 보여지는 제품을 다시 돌아보라. 모든 전략은 자사 브랜드(상품)의 현황을 파악한 후에 짜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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