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10초 완패는, 인생 10년을 먼저 배우는 것이리라.
새벽 5시부터 김밥을 싸느라 뚝딱뚝딱!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노랗게 지단 부치는 소리가
고요한 부엌에 울려 퍼진다.
어젯밤 글을 쓰던 식탁 위에,
갖가지 김밥 재료를 펼쳐 놓는다.
이내 당근을 곱게 채 썰고 시금치를 무치는 손길마다
아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이 스며든다.
오독한 단무지와 고소한 우엉까지 넉넉히 올린 김밥을
꾹꾹 눌러 말아내니, 김 향이 부엌 가득 번진다.
오늘은 둘째 아들 주짓수 대회에 가는 날.
아들은 체중 조절을 위해
나가기 한 달 전부터 예민해진 상태.
괜스레 내가 눈치가 보인다.
' 제가 좋아서 하는 운동인데,,, '
마음의 소리가 나올 뻔했지만,
1시간 남짓 걸려 대회장에 도착하니,
등에 국가대표 마크를 붙인 학생 선수들이 눈에 띈다.
훤칠한 키에 운동선수 포스가 왠지 멋져 보인다.
내 아들도 저랬으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 다 엄마 욕심이지... 아들아 최선만 다해다오. '
심판의 손이 올라가고 경기 시작!
마치 황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엎치락뒤치락.
매트 위에 맞붙은 두 선수의 힘이 격돌하며,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된다.
서로의 빈틈을 탐색하는 듯
팽팽하게 힘을 겨루던 찰나의 순간!
단단했던 힘의 균형이 깨지자,
날카로운 기술이 번개처럼 상대방의 목을 파고든다.
2002 태극전사들의 응원을 뚫은듯한
남편과 나의 함성소리가 실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첫 번째 경기에서 상대를 '초크'로 깔끔하게 제압.
압도적인 승리!
자~이제 마지막 경기만 이기면 금메달이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메달 색이 바뀐다
가슴이 콩닥콩닥 두 근 반 세 근 반.
아! 이런...
Zoon In 되듯, 시선이 꽂힌다.
응원석에서 긴장되는 나의 마음이
혹시라도 아들에게 전달될까 싶어 애써 의연한 척을 한다.
주술을 외우듯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계속 외친다.
옆자리를 힐끗 쳐다보니
'져도 괜찮아~' 라며 의연해하던
우리집 '공명'씨의 얼굴도 조금은 상기되어 보인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심판은 상대 선수의 손을 들었고,
승패는 단박에 결정됐다.
확실하게 계급 확인을 당한 아들은
분함을 삭이지 못한 듯 눈가가 붉어졌다.
글 소재에 저작권 주장을 하는
나의 아름다운 13세 베이뷔야~
엄니가 네 뒷바라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한단다.
그러니 너의 '패배 전'을 글감으로 조금 빌려 쓰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