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사랑해 대신, 사자후를 날렸다.

by 이지아

" 엄마! 이불에 쉬했어..."

오늘 하루는

알람 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막내딸의 신경질로 시작됐다.

밤새 이불 위에 지도를 그리던 막내딸 덕분에

나는 또 이불빨래선수로 등극.

이 종목이 올림픽에 있다면

태극기 들고 시상대 맨 위에 서 있을 자신 있다.

[ 종목명 : 기절한 정신으로 이불 빨기 100m ]


눈도 덜 뜬 채로 일어나
정신없는 아침 식탁을 차리고.

각자의 전쟁터로 떠날 준비를 한다.


어느새 퇴근시간.

막내딸의 하원과 동시에 저녁장을 보러 간다.


" 딱 하나만 골라."

아이는 사탕 앞에서 5분째 명상 중.

나는 속으로 외친다. " 오늘 저녁은 배달이다 "


사탕 하나에 오늘의 애정을 실어 보내고
짧은 틈을 타 저녁거리를 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다
그러다 문득,
감기 기운처럼 스멀스멀
몸이 욱신거린다.

" 하아..."


한숨을 쉬려는 찰나,

띠링-


둘째 아들의 학원에서 전화가 온다.


"요즘 숙제를 잘 안 해옵니다. 주말 동안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부탁드려요."


중학생이 되려면 공부 좀 해야 한다는데,

아, 정말...

이젠 잔소리 할 기운도 없다.


이녀석.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정말 못하는 건지...


문을 열고 아들의 방을 보니,
밝은 휴대폰 불빛 아래
게임 화면이 반짝이고


" 와하! "


명랑한 웃음이 터진다.


' 그래, 정말 관심이 없는 게 확실하네.'


숙제는 안 하지만,

스나이퍼 실력은 어제보다 나아진 것 같다.

공부는 걱정되지만, 일단은 헤드샷 성공을 축하한다.


일취월장한 녀석의 헤드샷 실력만큼,

녀석을 향한 나의 태권당수 실력도 날로 늘어만 간다.


그래, 아들아, 오늘에 충실하며 살자.


그래도 하루는 멈추지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재우려 무던히도 애쓴다.

이불을 걷어차는 막내,
휴대폰을 숨기는 둘째.


그리고 나의 사자후


" 빨리 눈감아! "


그 말은 사실,

' 사랑해, 제발 잠 좀 자줘...'의 줄임말이다.


너희밖에 없다고 말해줄 여유도 없이

입에서 튀어나온 건

또 잔소리 폭탄뿐.


모든 소리가 사라진 밤.
소파에 혼자 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불쑥 떠오른 질문 하나.


" 나는 오늘, 잘 살고 있는 걸까? "


잘하고 있는 건지,
그냥 버티는 건지
헷갈리는 밤.

오늘도
말없이 애쓴 나를 위해,


불 꺼진 식탁에 앉아 사각사각.

오늘 하루를 글로 써 내려갑니다.



오늘 하루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전 오늘도

이불과 전쟁, 그리고 밥솥과 동맹 맺으며

살아 있는 중이니까요.


몸은 분명히

열심히 움직였는데
내 마음은

어딘가 놓친 것만 같은 날.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무도 모른 채 끝나버린 하루. 왜 그런 날 있잖아요...


" 여러분의 오늘은,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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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작가 연재요일


<브런치북>

도라지꽃은 말이 없다 2 : 월, 목, 토


<매거진> : 소재 떨어지면 휴재하는 날도 있을 수도 있음


매거진 1. 부엌에서 쓰는 문장들 : 수, 금

매거진 2. 완벽은 모르겠고 오늘은 그냥 씁니다. : 화

매거진 3. 엄마를 이해하는 연습 :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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