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일단 한 줄이라도 쓰고 보니

글쓰기 습관 만들기

by 너굴씨

'꾸준히'는 나와는 거리가 맞지 않은 단어였다. 초반에 불타올랐다 쉬이 지루함을 느끼는 나는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는 게 어려웠다.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더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글쓰기'는 잘하고 싶었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저 높이 있는 영역 같았다.

'내가 감히 글을?', '나는 글을 너무 못써. 나는 뼛속까지 이과인걸.' 하며 자꾸만 작아졌다.

글을 쓸 생각을 하면 뭐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쓴다 해도 한 줄을 써놓고 어떻게 마무리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글을 써야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거다.


조금씩 글쓰기와 가까워지고 싶어 '21년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쓰기 시작했고, 글쓰기가 이전보다는 덜 부담스러워질 때쯤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감사하게도 2번 만에 통과해 쓰려고 했던 글이 있었지만 내 글쓰기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져 일단 꾸준히 글을 써서 문장력과 구성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일 1 글 30일'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했다. 2022년 11월 29일부터 시작했으니 계획대로라면 작년에 글 30개가 완성되었어야 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로 이제야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좋아요'가 늘어날 때마다 계속 새로고침을 하며 집착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글을 쓰며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글을 누가 읽어줄까 하는 마음도 있기는 했다. 내 글의 소재는 너무나 평범하고 사소해 특별할 게 없었다. 거기에 다른 작가님의 글을 볼 때마다 내 글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고 술술 쉽게 읽히고 또 읽고 싶게 만드는 필력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글의 소재, 필력, 구성, 이미지 어느 하나 내세울 게 없었지만 그저 글 30개는 채우리라는 마음으로 내 일상을 들여다 보고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자 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내 일상을 되돌아보고 소소한 부분도 집중하게 되었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글로 하루를 풀어내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부정적인 생각은 가라앉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떠올리게 되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마음이 무언가 말을 할 때 나는 그 말에 귀 기울인다. 내가 버거 느끼는 소소한 일상은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 모든 위대한 작품도 그렇게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됐다.
-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아주 쉽고 단순한 하루 3분 습관), 김민태


그러다 보니 가끔 조회수가 평소와 다르게 치솟는 날이 있었는데, 알고리즘을 타고 누군가에게 추천글로 뜨면서 조회수가 늘었던 것이었다. 몇 개의 글이 추천글이 되었는지 그 글을 보고 구독해 주시는 분도 생겼다. 그저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단 이유로 묘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 글이 공감이든, 위로든, 정보든, 어떤 형태로든 유익했으면 한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쪼렙 작가(작가라고 하기도 뭣하지만)이지만 내 글이 단 한 사람에게 와닿는다면 내 글은 그 목적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그동안은 꾸준히 글쓰기 위한 글근육(?)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작가님들이 하시는 퇴고 작업을 하지 았았다. 내 성격상 처음부터 퇴고를 하며 글을 쓰다 보면 지쳐서 글을 쓰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읽어보면 엉망이라고 느껴지는 글도 많지만, 그런 글인데도 읽어주시고 공감을 눌러주시고 댓글로 소중한 마음을 남겨주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 STEP1은 완료했으니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P.S.

한 번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제가 글 30개를 완료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

조회수로, 좋아요로, 댓글로 제게 큰 힘을 주셨고,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의미있는 분이셨습니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라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렇게 흘러가요.
- 에필로그,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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