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vs 동료
구직활동을 하며 면접을 보면서 회사마다 면접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느낄 수 있었다.(경력직 채용이라 신입 채용과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면접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는데, 동료를 구한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었고, 노예를 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곳이 있었다. 물론 짧은 면접 과정을 통해 판단한 것이라 틀릴 수도 있지만 면접부터 대놓고 노예를 원하는 느낌을 준다면 틀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할 동료를 뽑는다고 느껴졌던 곳은 대부분 면접 시작 전에 면접관이 어떤 사람인지 안내해 줬다. 'OO팀의 팀장과 실무자, HR팀장'. 1차 면접은 주로 지원한 팀의 실무진이 함께 했다. 면접 전, 면접자의 이력서를 충분히 검토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면접자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느껴졌다. 면접 내용은 앞으로 맡을 업무를 기반으로 질문 자체가 디테일했고 면접자의 역량에 대해 검증이 이뤄졌다.
면접관이 갑의 입장에서 질문을 한다기보다는 최대한 수평적으로 면접자를 대하며,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우리 팀에 와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적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질문한다고 느껴졌다. 이런 면접은 면접경험이 좋았고, 설령 면접을 못 봤다고 하더라도 면접을 통해 얻어가는 게 많았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왜 안되는지 면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반면, 부품처럼 일할 노예를 구한다고 느껴졌던 곳은 면접자의 이력서를 제대로 보고 들어온 게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구조화된 면접이라기보다는 그냥 즉석 해서 질의응답을 하는 느낌이었다. 면접관은 갑의 위치에서 '왜 우리가 너를 뽑아야 하는지 증명해 봐.'라는 태도로 질문을 했다.
그 가운데 노예를 원한다고 느꼈던 부분은 초과근무에 대해 과도하게 질문을 받으면서였다. '초과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은 '초과근무가 많은 데 괜찮으세요?' 이런 질문이 한 번이었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한 3번 정도 다른 형태로 묻는 걸보고 도망가지 않을 노예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분명 이전 직원이 초과근무로 퇴사한 것이 틀림없다.
노예를 뽑는다고 느꼈던 면접은 면접이 끝나고 난 다음 딱히 남는 것은 없었다. 내가 면접을 잘 본 것인지 못 본 것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떨어져도 내가 왜 떨어졌는지, 내가 부족한 역량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면접을 봤던 곳 기준으로, 규모가 작을수록 동료 개념으로 직원을 뽑았던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IT기업처럼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 동료를 뽑는다는 느낌을 많이 줬고, 제조업 기업은 노예를 뽑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이와 다를 수 있지만 오래된 제조업은 확실히 기업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듯이, 회사도 중요시하는 게 다를 테니, 본인에게 맞는 회사를 잘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