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동

뱃놀이 in Prague

by 리다

한여사는 아직 식사를 덜 마친 내게 와서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는 보트 프로그램이 빠졌잖아. 그걸 내가 알아봐 놨어. 가이드도 뭐 괜찮다고 했다니까. 우리끼리 진행하는 거 상관없대. 안 가도 괜찮은데, 여기까지 와서 말이야, 안 그래? 이 테이블은 자기가 맡아서 이야기를 해.

아담하고 작은 호텔에서 일박을 했던 우리 일행은 긴 테이블 세 개로 나눠서 아침을 먹던 참이었다. 한 테이블에 열 명 이내로 차려진 식탁에서 나는 연달아 제공되는 익숙지도, 낯설지도 않은 이국의 음식, 얇게 썬 고기 튀김을 기계적으로 잘라 입에 넣고 있던 찰나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해진 내가 되물었다.


제가요?


으응, 자기도 잘 생각을 해봐. 그렇지 않아? 뭐 하러 여기까지 멀리 오는데, 야경을 배경 삼아 한 번쯤 체험을 해보게 해 드리는 거지. 여기분들 말이야, 안 다녀봐서 그래. 내가 쭉 살펴보니 여기분들은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놀 줄을 몰라.

처음 듣는 이야기를 내 말인 양 전하라는 그녀의 지시와 건너편 테이블에서 지켜보고 있는 민수네 언니의 흔들리는 눈빛 사이에서 고기가 목에 걸렸다. 고기를 겨우 삼키고 대답했다. 일단, 예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던 부부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녀가 강조하던 프라하의 야경 아래 뱃놀이의 로망과 당신네들이 놀 줄을 모르니 놀게 해 주겠다는 의도는 제외하고, 보트 시간과 금액, 진행 최소인원, 가이드는 눈 감아주기로 한 사실까지..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가고 싶어? 아이가 답했다. 나는 당연히 가고 싶지. 재밌을 것 같은데. 거기까지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한여사는 다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저쪽 테이블도 가서 말해.


겨우 삼킨 고기가 중간에 멈춰 내려가질 않았다. 네? 아, 저도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해서요.. 옆에 있는 분들께 말씀을 전해드리긴 했는데, 저도 갈지 말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 뭐, 안 가도 돼. 가도 되고, 안 가도 되고. 억지로 가야 하는 건 아니지. 그녀가 한 발 물러선다.

수년 전에 동유럽 패키지여행에서 진행된 헝가리 다뉴브강 뱃놀이 사고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른 명이 넘는 보트 탑승자 중 일곱 명이 죽고,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실종되었다. 책임 배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그 많은 뉴스 어디에도 없었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막 신혼이었던 투어 가이드의 안타까운 사망이 화제가 되었다고 우리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그 이후로는 보트 투어는 아직 재개되지 않았고 곧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마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한 여사가 중얼거렸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말이야.


여행 둘째 날, 미국에서 바로 날아와 오스트리아 투어에 합류한 분이었다. 남다른 부내로 단체관광객들 사이에서 리치 언니로 불렸다. 내게는 본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살고 있으며 남편은 IT업계 종사자, 자신은 아트 계열 교수를 하다가 아이 셋 키우는데 돈이 필요해서 한인들 대상으로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한 후 지금은 남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고 했다. 하지만 돈은 중요하지 않고 본인은 인도네시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며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루어낸 모든 부를 기부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민수네 언니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식사는 제대로 했어요?.... 걱정했어요. 밥이라도 좀 편하게 먹게 해주지 싶더라고요. 우리 업계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추동이라고요. 중요한 게 뭐냐면, 이게 내 거냐 니 거냐, 잘 바라보는 일이에요. 안 그래도 엊저녁에 와서 똑같은 말을 제게 해서, 아까 밥 먹을 때 어떤 상황인지 바로 이해했어요. 그분이 지금 하시는 행동, 그거 자기 추동이에요.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니, 그냥 이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간다고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만에 하나 또 있을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핑계로 어렵게 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점심시간에 엄마와 둘이 여행 온 젊은 여자분이 한여사를 대신해서 테이블을 돌며 보트 놀이를 신청하실지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날 밤, 존 레넌의 벽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뱃놀이가 끝나고 흥에 겨운 한여사가 뱃놀이 팀들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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