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이버 대학을 다닐까, 나의 인생길이 달라질까~

by 지구

새해가 되기 전, 남편과 함께 매년 하던 만다라트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에서 소개해 준 방법에 따라 우리의 가치관,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런 시도들은 우리가 연애를 할 때 경험한 커플 상담 카페 방문을 시작으로 새해 버킷리스트와 계획 짜기, 한 해 톺아보기 등을 통해 이어온 우리 집 문화로 보아도 될 정도다.

나는 에니어그램, MBTI, 강점 검사, 사주 등으로 나의 적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고 허송세월 보내다가 첫 회사를 퇴사한 기점쯤 도저히 앞길이 막막해지자 나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던 게 이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대학 얘기부터 하자면 (썰이 길어지니 대충) 엄마의 추천으로 급하게 준비해서 성악과에 들어갔다가 이른 자퇴를 경험하며 예체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다음 해 신학과에 들어가게 된다. 신학과에서는 이론과 실제적인 신앙의 간극에서 오는 괴리감에 전과를 시도한다. 그 학과는 국제관계학과였고 선택한 이유는 그저 영어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와 함께, 학과명이 조금 더 글로벌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험들에 어찌저찌 연결시켜서 입을 털고 밥벌이를 연명하다 보니 제대로 된 커리어나 만족스러운 나만의 "드림좝"은 만나지 못했다. 새해에 조직 검사하느라 지쳐서 살짝 나태해진 일상이지만 마음은 새로운 도약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은 전업주부이자 물경력, 경단녀라 칭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이렇게만 말하면 내내 논 사람 같은데 매년 이룬 것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나를 심각하게 평가절하하고 한심스러워 할 때 짝꿍은 내가 작년 한 해에도 얼마나 많은 도전을 했던가를 줄줄이 읊어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곤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열심히 산 듯, 나태한 듯, 쫓기는 듯, 고마운 듯, 미안한 듯 다양한 감정이 든다.


갑자기 웬 서울사이버대학교? 심리학 공부냐니? 삼천포도 이런 삼천포가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졸업만이 우리 엄마의 소원일 정도로 체력도 없을뿐더러, 하여간 집중력이라고는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궁둥짝이 앉은 자리에서 찰박찰박하니 한때 ADHD를 의심한 정도였고, 공부라면 영어 공부랍시고 미드나 유튜브 보기로 영어 실력 유지하기 같은 것들로 끝난 얘기 아니었나 싶었지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딱히 내가 "으~ 나는 공부 극혐이라서"라고 소리치고 다녀도 터치 받거나 욕먹지 않는 사회적 위치(?)라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생 공부가 의도치 않게 진행되다 보니 하고 싶은 일과 가치관, 방향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인간이 영원히 배워야 하는 존재라면, 나한테 특히나 억울한 공부는 어쩌면 가능성의 또 다른 열린 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심리학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대학 전공을 고른다면 그냥 그쪽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 아주 야트막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당시 내가 선택 가능했던 선택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하여 이전에 남편이 사이버대학교 얘기를 해줬을 때는 사이버대학교에 심리학과는 없었는데 이번에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최초로 신설되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도 생긴 상태였다. 이미 1학기 신청은 바로 막 끝난 후에 보았기에 아무래도 나는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지 (쏘우 웃음) 만서도 편입이라면 부족한 공부를 미리 해둘 시간이 생기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말한 책 이름은 꽤나 어그로성 제목 같고 한심해 보이지만 나름 도움을 받은 알찬 내용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실제로 적용해 보면 제목처럼 그리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기도... 이번 탐구로 지난 나를 심도 있게 톺아보니 싫든 좋든 이 데이터베이스가 보여주는 화살표들은 결국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직업적으로 이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험한 것들, 두렵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키워드들뿐이었다. 음악은 취미로 차치하더라도, 도서 찜 리스트에 자비 없는 비율로 가득한 그것들처럼 정신, 건강, 심리 따위에 대한 관심으로 점철된 내가 자리해있었다. 나의 과거, 가족과 정신적이고도 영적인 모든 것에부터 시작했겠지만 인류애 바사삭인 내가 남들의 안녕에도 꽤나 관심이 있다는 점은 변치 않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녕이 사회를 만들기에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니까? 언제나 내 유튜브 영상이나 글을 만들 때도 이 콘텐츠가, 방향성이 가치가 있는 것일지 매번 고민했다. 참, 한 발자국 딛기가 피곤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나(가치충)인 것을 뭐 또 어쩌겠는가. 하하하,,,



어쨌든 정리해 보면


당장은 기초부터 차근히 공부해 보면서 아카이빙(아주 중요!),

3월에는 열매가 추천했던 것 같은데 밑미에서 슝슝님의 나껴글(나를 껴안는 글쓰기) 리추얼을 신청할 예정이고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이버대학 가을학기 3학년 편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하반기는 중고 신입으로서 (밑미와 같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을 찾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그런 비전을 가진 곳에서 일한다면 가장 좋겠고, 인사 쪽으로 지원을 다시 해볼 생각이다.

* 이번에는 드럼 레슨으로 나의 음악적 갈증을 해소시켜볼 요량이다. 부디 손목이 버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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